디즈니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오는 11월12일 한국 시장에 출시된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IP(지식재산권)를 다수 보유한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시장 출시 일정을 공식화하면서 통신 및 콘텐츠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로 인해 예상되는 업계의 영향에 대해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 넷플릭스의 '킹덤 시즌2'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 넷플릭스의 '킹덤 시즌2'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작비를 지원한)넷플릭스는 (작품에 대한)의견은 안 주고 돈만 준다"

올해 2월25일 열린 넷플릭스의 콘텐츠 로드쇼 'See What's Next Korea 2021'에서 김은희 작가가 한 이말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제작자를 믿고 간섭하지 않으면서 콘텐츠에 투자하는 넷플릭스의 철학과 열악한 국내 제작 환경에 대한 씁쓸함이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는 국내 콘텐츠 제작사(CP)들이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한해 한국 콘텐츠에 5억달러(약 55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에 투자한 총액은 173억달러(약 19조원)라는 추정치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16년 1월 한국 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이어갔다. 넷플릭스는 △옥자 △페르소나 △킹덤 △인간수업 △범인은 바로너 등 수많은 한국형 제휴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막대한 제작비를 지원해주고 작품에 대한 간섭도 하지 않는 넷플릭스를 마다할 곳은 없었다. CP들은 영화·드라마·예능 등 콘텐츠를 만들며 적자 예산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광고비나 협찬으로 부족한 제작비를 메우는 방식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러한 돈 걱정을 없애주고 오롯이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제작비를 지원해주는 대신 넷플릭스가 취하는 것은 IP(지적재산권)에 대한 권리다. 콘텐츠를 판매해 나오는 돈은 넷플릭스가 가져가는 방식이다. CP들은 제작비를 지원받는 대신 이후의 과실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없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국내 판권은 CP에게 주는 대신 해외 판권을 가져가는 등의 방식으로 IP에 대한 권리를 가져간다"며 "CP들은 판권이 아쉽지만 당장 제작비를 해결할 수 있고 글로벌 플랫폼에 콘텐츠를 알릴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CP들의 시선은 디즈니로 옮겨가고 있다. 디즈니의 OTT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한국 콘텐츠 시장에 얼마나 투자할지, CP와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할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디즈니는 이미 마블·스타워즈·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막강한 IP를 보유했지만 넷플릭스와 경쟁을 펼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의 지속 개발이 필요하다. 한국 OTT 시장에 진출하는 만큼 한국 CP들과의 협업도 필수적이다. 우선 업계에서는 환영과 기대의 목소리가 먼저 나온다.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지원하지만 IP에 대한 권리를 독점하는 것과 달리 디즈니는 국내 CP와 윈윈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한국 시장에 대한 다른 공략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막강한 자본력과 IP를 앞세운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OTT 시장을 장악할 경우 CP들이 두 플랫폼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양한 OTT들이 살아남으면서 시장을 함께 키워가야 하는데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만 남고 나머지는 고사해버린다면 결국 CP들은 두 거대 플랫폼의 정책에 따라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OTT 시장에서는 △웨이브(SK텔레콤·지상파) △티빙(CJ ENM) △왓챠 △시즌(KT) △U+tv모바일(LG유플러스) △쿠팡플레이(쿠팡) 등의 토종 OTT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며 넷플릭스에 대항하고 있다. OTT 업계 관계자는 "각 OTT들은 확실한 개성을 갖춘 콘텐츠들로 승부해야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열악한 제작 환경을 감안해 토종 OTT에 대한 지원에 더욱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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