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오리지널]'D.P.'로 본 '야만의 시대'

발행일 2021-09-12 19:04:10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의 경쟁력은 자체 콘텐츠인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OTT오리지널]에서는 특색 있는 작품을 분석하고 그 안에 '숨겨진 1인치'를 찾아봅니다. 내용 중 '스포일러'가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내가 복무했던 부대는 강원도의 한 바닷가와 마주하고 있었다. 육군 소속임에도 지리적 특성상 해안경계를 담당했다. 해안 경계근무를 서다 보니 내륙 부대와는 다른 일상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 '탈영'에 대한 생각도 그 중 하나다. 주요 근무지가 해안 초소이다보니 마음만 먹으면 바깥 세상과 마주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병사들이 탈영의 유혹을 참아냈지만, 간혹 이성의 끈을 잡지 못한 인력들의 탈주 소식도 종종 들려왔다. 이후 그들이 붙잡혔다는 소식은 사건사고 사례로 전해졌는데 누구도 탈영의 원인은 알려주지 않았다. 순환 근무 특성상 내륙 부대로 복귀한 이후 타소대 동기에게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얼마 전 탈영했던 일병을 조사한 결과, 해당 소대 내부의 가혹행위가 원인으로 지목됐다는 것이다.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였지만 금방 화제를 전환할 수 있었다. 해안경계 근무 당시 들었던 사건사고 사례와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2007년 전역자의 경험담을 각색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현 병영 문화와는 크게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국방부의 '국방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406건에 달했던 군무이탈(탈영) 건수는 지난해 기준 91건에 그쳤다. 이처럼 6년여간 80%에 가까운 감소율을 보였지만 여전히 탈영을 감행하는 병력들이 존재한다. 

(사진=넷플릭스)
'탈영'하면 대부분 '조직 부적응'을 이유로 꼽는다. '휴가 미복귀'나 '근무지 이탈' 등의 이유로 탈영을 감행한 근본적 원인은 '낙오자'라는 낙인에 가려져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 근무지로 복귀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나 현실 도피를 해야만 했던 원인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이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는 현실 도피한 '탈영병'과 그들을 쫓는 군무이탈 체포조의 이야기를 다룬다. '군인잡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탈영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짓밟힌 인권, 대물림 되는 폭력
D.P.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개된 이후 많은 공감과 지지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헌병대, 그 안에서 탈영병을 체포하는 D.P 이야기가 주목받은 것은 그 시절 겪었던 군 생활의 추억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렇듯 군에 입대하기 위해 모이는 순간부터 '낯선 폭력'과 마주한다. '줄을 똑바로 서지 못 한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행동이 굼뜨다'는 등의 이유로 폭언을 듣거나 얼차려를 받기 일쑤다. 

D.P.에서도 보이지 않는 폭력의 잔인함을 직설적으로 조명한다. 훈련병이라는 이유로 통제를 당하고 폭언을 듣는 것은 '군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양성 과정'의 일환으로 둔갑한다. 신병 교육대를 수료하고 배치받은 자대에서는 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등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임을 함부로 쳐다봐서도 안 되며, 관등성명 복창 시 계급에 따라 말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불의에 대항하고 '미움받을 용기' 하나만으로 떳떳했던 D.P. 속 안준호 역시 마찬가지다. 손님의 집에 다시 찾아가 거스름돈을 줬다고 한 번 더 이야기하거나, 악덕 고용주의 오토바이를 팔아 밀린 임금을 충당하던 안준호는 온 데 간 데 없었다. 선임의 이유없는 구타에 몸이 밀리면서 삐죽 튀어나온 대못 하나를 피하는 것이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자기 방어'다. 어머니를 모욕하는 상황에서도 고작 "그만하시면 안 됩니까?"라는 말 한마디가 그의 유일한 반항이다. 

(사진=넷플릭스)
실제로 D.P.가 조명한 2014년, 그리고 그 이전 시기의 군대는 이른바 '야만의 시대'로 불릴 만큼 잔혹했다. 부대에 따라 다르지만 군대에 먼저 입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폭력과 폭언을 일삼는 행태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D.P.에 등장하는 '로얄 젤리'(입에 가래침을 뱉는 행위), '방독면 씌우기', '대공포 미사일 발사쇼'(강제로 자위행위를 시키는 일) 등 다양한 가혹행위가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누군가 겪었고, 행했고, 지켜봤고, 들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군인이라는 신분, 그리고 계급이 낮기 때문에 감당해야 할 폭력의 무게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고통으로 다가온다. 탈영은 군법을 위반하는 행위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있어야 하지만 이면에 숨겨진 원인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D.P.는 "계급사회 속 젊은이들이 왜 군대 밖으로 뛰쳐나갔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동시에 '인권'에 대한 경각심도 불러 일으킨다. 짓밟힌 인권과 대물림 되는 폭력이 비단 군인 뿐 아니라 모든 이에게 통용되는 악순환일 것이라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고용주, 가정폭력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장, 배달 아르바이트생을 하대하는 고객, 강제 철거를 진행하는 용역집단 등 D.P. 속 인간군상은 존중받지 못한 인권의 사각지대를 유연하게 조명한다. 

(사진=넷플릭스)
인권에 대한 고찰이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은 '오프닝'이다. D.P.의 오프닝은 한 남자아이의 탄생부터 군 입대에 이르기까지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조명한다. 이야기의 주축이 되는 등장인물을 강조하는 기존 시리즈물과는 차별성을 둔 연출이다. 연출을 맡은 한준희 감독은 "한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군대를 가는 과정을 소년, 청년, 남자가 되어가는 과정으로 담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군인은 군대라는 조직 내에서 각자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원이기 전에 한 가정의 소중한 가족 구성원이자 존중받아야 할 '인간'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약 2년 전 D.P. 원작 웹툰 'D.P-개의 날'을 연재한 김보통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의 일이다. 'D.P-개의 날'을 관심있게 본 독자로서 기획의도를 물어보자 그는 "탈영병은 조직에 순응하지 못한 사회 부적응자라는 낙인을 지고 평생을 살아간다"며 "같은 군인을 체포하거나 적응을 못했다고 처벌하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인가 싶어 탈영병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권에 대한 성찰이 없는 한, 김보통 작가의 인터뷰를 회상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담을 넘는 젊은이들이 생겨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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