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올해도 각 사 독점 스마트폰 출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플래그십과 비교하면 이들 모델은 소비자 선택권 확대, 이통사 간 정형화된 경쟁 구도 차별화 측면에서 보다 전략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정 이통사에서만 출시되는 전용 휴대폰은 보통 '사업자향' 모델로 불린다. 올해는 지난 3월 KT가 출시한 '갤럭시 점프'를 비롯해 이달 10일 출시된 SKT의 '갤럭시 와이드5', LG유플러스의 '갤럭시 버디'가 있다. 사업자향 모델은 대개 제조사의 해외 출시 모델 중 일부를 이통사가 제조사와 협의해 리뉴얼하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가령 갤럭시 점프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출시 모델인 '갤럭시A32 5G' 단말기의 후면 디자인과 일부 스펙이 조정돼 출시된 모델이다.

▲ (왼쪽부터) 갤럭시 와이드5, 갤럭시 점프, 갤럭시 버디 (사진=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
▲ (왼쪽부터) 갤럭시 와이드5, 갤럭시 점프, 갤럭시 버디 (사진=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

사업자향 스마트폰은 기본적으로 이통사 간 경쟁 차별화에 목적을 둔다. 한국은 '외산폰의 무덤'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애플 아이폰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해외 스마트폰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시장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에서 삼성 갤럭시 시리즈의 점유율은 67%, 애플 아이폰 22%, 사업을 철수한 LG전자 10%로 외산(기타 항목) 스마트폰은 고작 1%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시장 환경에선 이통 3사가 판매 경쟁을 벌이는 제품도 주로 갤럭시, 아이폰 최상위 모델로 한정돼 스펙 및 기능 차별화가 어렵다. 또 국내는 3사 간 체감 통신 품질의 차이도 크지 않아 이런 점이 더 부각된다. 결국 이통사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목은 '누가 더 단말기 보조금을 많이 주는가'다. 그러나 보조금 경쟁은 이통사 간 출혈 마케팅으로 이어지기 쉬워 업계의 부담이 커진다.

따라서 이통 3사는 자사만의 특징이 담긴 독점 스마트폰 출시로 차별성을 제고하는 한편 고객 록인 록인(Rock-in, 묶어두기) 효과의 강화를 기대한다. 일례로 SKT가 2019년, 2021년에 출시한 사업자향 스마트폰 '갤럭시 A 퀀텀'과 '갤럭시 퀀텀2'에는 SKT가 개발한 양자난수생성 칩셋이 탑재돼 SKT 주요 서비스, 일부 은행 앱 이용 시 보안성이 대폭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 갤럭시 퀀텀2가 지원하는 양자보안 서비스 (사진=SKT)
▲ 갤럭시 퀀텀2가 지원하는 양자보안 서비스 (사진=SKT)

어린이, 초등학교 저학년을 타깃으로 만들어지는 키즈폰도 주로 사업자향 스마트폰으로 출시된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 단독 출시한 '카카오리틀프렌즈폰3'는 부모의 자녀 휴대폰 관리, 위치조회 및 초등학생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탑재한 특화폰으로 출시돼 소비자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 때때로 이통사 고유 색상을 입힌 플래그십 모델이 사업자향 스마트폰으로 전략적으로 출시되기도 한다. 지난해 8월 이통3사는 삼성 갤럭시 노트20 출시 사전예약 기간 동안 '미스틱 블루(SKT)', '미스틱 레드(KT)', '미스틱 핑크(LG유플러스)' 등 각 사의 상징 컬러가 입혀진 모델을 단독 판매한 바 있다.

이처럼 사업자향 스마트폰은 기본적으로 차별화를 강조하지만, 그 안에서도 나타나는 이통사 간 견제 구도를 볼 수 있다. 올해 3사가 출시한 갤럭시 점프·버디·와이드5의 경우 기능적 차이는 미미하지만 세 모델 모두 30~50만원대 중저가 5G 스마트폰이란 공통점이 있다. 이는 앞서 KT가 갤럭시 점프를 국내 5G 스마트폰 최초로 30만원대에 출시하자 5G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SKT, LG유플러스도 이에 질세라 경쟁 모델을 출시한 형국이다. 5G 가입자는 최근 이통3사 분기 실적에서 무선통신 사업 매출 증대를 견인하고 있는 핵심 경쟁 분야이고 시장의 중저가폰 스마트폰 수요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통사 입장에선 놓치기 어려운 대목이다.

소비자 선택권, 할인 혜택 커 이익…공기계는 타 이통사 사용도 OK
한편 사업자향 스마트폰 출시는 소비자에게도 이익이다. 플래그십에 편중된 스마트폰 선택권에 가격대, 특화 기능별 옵션이 추가되며 제품 출시 시점에 이통사가 제공하는 사은품, 할인 혜택도 공동 출시 모델보다 좋은 편이다.

또 사업자향 스마트폰이라도 공기계가 되면 유심변경을 통해 다른 이통사에서 사용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지원(삼성전자 기준 운영체제 3년)도 제조사에서 일반 모델과 동일하게 제공한다. 특히 업데이트는 출시 연도가 기준이므로 비슷한 스펙이라면 지난해 출시된 플래그십·중저가 모델보다 가급적 최근에 출시된 사업자향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유리하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사업자향 스마트폰들은 매출보다 이통사의 브랜드 가치 제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 측면에서 '윈윈(Win-Win)'을 추구하는 전략 모델"이라며 "앞으로도 소비자 수요에 최적화된 독점 모델들이 속속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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