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국내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요구가 늘어난데다, 정부가 관련 서비스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한 덕분이다. 하지만 서비스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이 수면 아래 있을 뿐 아니라, 한시적 허용 조치가 언제 중단될지 알 수 없어 서비스 지속 여부는 안갯속이다.

비대면 진료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의사가 환자와 직접 만나지 않고 진료를 하는 행위다. 원격의료랑 사실상 비슷한데,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법령상에 ‘비대면 진료’라고 표기하면서 해당 용어가 원격의료와 함께 쓰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들은 코로나19 상황에도 급성장 중이다.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 미용의료 분야 정보와 후기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 강남언니의 이용자 수는 지난해 1월 190만명에서 지난 7월 300만명으로 증가했고, 등록된 의사 수도 지난해 12월 1000명에서 최근 2200명을 넘겼다. 비대면 진료와 함께 처방약을 배달하는 플랫폼 닥터나우도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10개월만에 MAU(Monthly Active Users·월간 활성 사용자 수) 10만명을 달성했고, 150여 곳의 병원·약국과 제휴를 맺었다. 닥터나우처럼 진료에서부터 처방까지 제공하고 있는 솔닥은 지난 3월 론칭 이후 한 달만에 200건 이상의 처방을 진행했고 전달 대비 월간 진료 건수 성장률이 지난 6월 92.68%, 7월 129.74%로 증가세다.

이같은 비대면 진료 서비스의 성장은 코로나 영향으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도 있지만, 정부가 관련 규제를 완화한 효과가 크다. 지난해 2월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전화 상담 또는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실제로 이후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들이 늘었다. 닥터나우, 솔닥뿐 아니라 엠디톡, 닥터콜, 메디버디, 올라케어 등 모두 한시적 규제 완화 조치 이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굿닥의 경우 원래 의료 정보 플랫폼이었지만 역시 지난해 비대면 진료까지 서비스를 확대했다. 대부분 가벼운 진단 혹은 상담, 약 처방 및 배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진료 과목에 조금씩 차이가 있거나, 의사·약사를 환자와 단순 연결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후기 등을 올릴 수 있는 커뮤니티를 구축한 곳들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15~20개 가량의 업체가 관련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고 전해진다. 관련 신생 업체가 계속해서 시장에 뛰어드는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이 수면 아래에 있는 상황이다. 최근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과 변호사 단체와의 갈등에서 보듯, 관련 전문직 단체와의 갈등이다. 실제로 다음달 예정된 국정감사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실에선 강남언니와 닥터나우 관련 이슈를 다룰지 검토 중이다. 각각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약사회(약사회)와 대립하고 있어서다.

강남언니는 의료광고를 두고 의협과 각을 세우고 있다. 강남언니는 의료법에 따라 의료광고를 하고 있단 입장이고, 의협은 의료단체인 의협으로부터 의료광고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복지부는 의료법에 따른 것이 맞다고 보면서 강남언니가 의료광고 내 비급여 진료 가격과 환자 치료 전후 사진·후기 등을 공개하는 것이 합법이라 판단했다. 강남언니 손을 들어준 셈이다. 하지만 의협은 관련 의료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닥터나우와 약사회와의 다툼은 커지고 있다. 닥터나우는 정부의 한시적 규제 완화에 따라 해당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약사회는 원격으로 처방전을 전달하고 약을 배달해 주는 것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약을 손쉽게 배달받을 수 있다고 광고해 불필요한 약물 오남용을 조장할 수 있고, 약 배달 시 본인 확인이 직접 이뤄지지 않을 경우 환자 정보 노출과 함께 범죄 악용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근거리 약국 자동 매칭으로 담합을 조장한다는 것도 비판 지점이다. 약사회는 닥터나우를 담합조장, 불법광고 혐의 등 약사법 위반으로 고발한 바 있는데 경찰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판단하자 검찰의 판단을 받을 예정임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닥터나우 측도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 (사진=왼쪽부터 강남언니, 닥터나우, 엠디톡, 올라케어 앱)
▲ (사진=왼쪽부터 강남언니, 닥터나우, 엠디톡, 올라케어 앱)

다른 플랫폼들도 예외일 수 없다. 현재 갈등이 없다 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닥터나우가 대표적으로 약사회와 날을 세우고 있지만, 원격 처방과 약 배달은 다른 플랫폼들도 제공하는 서비스다. 또 현재 대부분 플랫폼들이 초기 상태라 아직 유료화 전환을 하지 않은 곳이 많다. 다만 각 플랫폼의 규모나 서비스 운영 구조, 진료 과목, 전문직 단체의 대응, 의사·약사 개인의 관점 등에 따라 서비스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간 양상이 다를 순 있다. 즉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상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순 없다는 뜻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A사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도 있고, 한시적 허용 상태에서 비대면 진료를 희망하는 병원들이 있어 함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그런 분들과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단계지만, 실제로 이해집단 간 관계 속에서 정책 논의를 만들어 가는 건 별개로 보여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약국, 정부, 환자, 플랫폼 모두 복잡한 상황”이라며 “플랫폼마다 서비스 운영 방식이 다른 것도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플랫폼인 B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의사분들과 별도의 갈등은 없었다”면서 “플랫폼 입장에서 의료 전문가분들도 고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편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비스 구조에 따라 다르고 (전문직 내에서도) 세대 간 받아들이는 것에 따라 또 다르기도 한 것 같다”며 “젊은 세대의 경우 과포화 상태의 시장에 들어가야 하는 거니까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비스 운영 구조에 따른 차이는 예를 들면 플랫폼이 의원이나 약국 등을 매칭해주는 것과 근거리로 배정해주는 것, 직접 고객이 고르게 하는 것 모두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려되는 것이 특정 의료기관 쏠림 현상이다.

이와 함께 해당 스타트업들은 정부의 한시적 규제 완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다. 애초 정부는 한시적 허용을 발표하면서 ‘별도 종료시까지(코로나19 전파 양상을 봐 가며 결정)’라고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7월 관련 스타트업 13개사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협의회)를 결성하고 국내 비대면 진료 규제 완화를 추진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해당 협의회에 소속된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허용해 준 가이드 그대로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며 “그런데 그동안의 방식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인데 한시적 허용이란 단계 속에서 정확하게 무언가 확립돼 있지 않은 것이 불안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감염병이 심각단계에서 내려오면 한시적 허용이 중단되는 걸로 알고 있긴 한데, 그것밖에 기준이 없다”며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영구 허용으로 가는 쪽으로 규제 챌린지를 준비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국무총리실은 해외보다 과도한 규제를 적극 개선한다며 ‘규제 챌린지’ 추진에 본격 착수했다. 여기에 ‘비대면 진료 및 의약품 원격조제 규제 개선’, ‘약 배달 서비스 제한적 허용’ 등의 과제가 포함됐다. 협의회는 이 규제 챌린지 추진 현황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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