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도 전세계 폴더블폰 1위 자리를 수성 중인 가운데 '폴더블 형제 대전'에서는 세로형 모델인 갤럭시Z 플립3가 가로형인 갤럭시Z 폴드3 판매량을 앞설 것으로 분석됐다.

▲ 갤럭시Z 플립3 (사진=삼성전자)
▲ 갤럭시Z 플립3 (사진=삼성전자)

시장조사업체 DSCC의 9월 리포트에 따르면 삼성은 올해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 85%를 차지할 전망이다. 2위 화웨이(10%)와는 비교가 무의미한 수준의 '독주'다. 또 다른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삼성의 올해 점유율을 88%로 예측한 만큼 올해 가장 많이 팔리는 폴더블폰도 삼성에서 나올 것이 확실시된다. DCSS는 갤럭시Z 플립3를 2021년 가장 잘 팔릴 스마트폰으로 꼽았다. 폴더블폰의 원조는 가로로 넓게 펼쳐지는 '폴드' 모델이었지만 올해는 '형을 누른 아우'가 탄생하는 셈이다.

▲ 전세계 폴더블폰 판매량 예상 추이 (자료=DSCC)
▲ 전세계 폴더블폰 판매량 예상 추이 (자료=DSCC)

갤럭시Z 플립3의 흥행 조짐은 앞서 국내에서도 감지된 바 있다. 지난 8월 진행된 플립3와 폴드3 한국 사전예약 판매 기간 동안 스마트폰 유통업체 엠엔프라이스가 사전예약자 66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떤 모델이 더 인기 있을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7%는 '플립3'라고 답했다. 43% 대 57%다. 큰 격차로 보긴 어렵지만 폴더블폰의 일반적 개념이 '화면을 펼치면 태블릿처럼 넓게 사용할 수 있는 폰'이란 점을 감안하면 흥미로운 결과다.

나아가 KT의 사전예약판매 기간 중에는 무려 71%가 플립3를 선택했다. 구입 연령도 30대 31%, 20대 22%, 40대 21%, 50대 15%로 젊은 층이 주로 구입할 것이란 편견을 깨고 전연령층에서 고른 인기를 끌었다. 이와 같이 플립3의 대중적 인기 요인으론 크게 △폼팩터 변화를 통한 사용자경험(UX) 차별화 △폴드3 대비 낮은 가격 장벽이 꼽힌다.

막대기(Bar)는 지겨워!
갤럭시Z 플립3는 클램쉘 디자인(Clamshell Design), 일명 조개형 폴더블폰을 모토로 만들어졌다. 과거 폴더형 피처폰처럼 위아래로 접었다 펴는 구조이며 펼쳤을 때 모양이나 크기는 일반적인 막대(Bar)형 스마트폰과 비슷하다. 즉, 실제 사용 환경은 기존 스마트폰과 크게 다르지 않되 전반적인 디자인과 휴대성, 액세서리 생태계 측면에선 확실한 차별화가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업계는 지난 10년간 성능, 기능 면에서 크게 진일보했으나 디자인은 그렇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양한 버튼, 자판, 크기, 폴더/바/슬라이드, 재질의 조합으로 무궁무진한 디자인 조합을 만들어냈던 피처폰 시절과 달리 넓은 터치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콘텐츠 소비에 중점을 둔 스마트폰 디자인은 늘 변화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 앞면은 되도록 풀스크린에 가깝게, 뒷면은 심플하면서도 카메라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 설계의 정석으로 자리 잡으면서 디자인 차별화에 대한 기대감은 매년 잦아들던 참이었다.

▲ 피처폰 시절 디자인 호평을 받았던 LG전자 초콜릿폰2, 삼성전자 일명 '가로본능'폰 (사진=각 사)
▲ 피처폰 시절 디자인 호평을 받았던 LG전자 초콜릿폰2, 삼성전자 일명 '가로본능'폰 (사진=각 사)

반면 플립 시리즈는 접이식 구조를 통해 기본적으로도 다른 스마트폰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과거 폴더형 피처폰의 향수를 부르기도 한다. 삼성전자도 플립 모델 출시 당시 "갤럭시Z 플립은 패셔너블한 감성을 더해주는 아이콘 역할을 할 것"이라며 디자인 스마트폰으로 기대를 드러냈고 초기 모델에서도 플립 사용자들은 이 점에 좋은 평가를 내렸다. 플립3가 출시된 올해도 SNS에서 플립3에 관한 게시물은 디자인을 호평하는 이야기가 다수다.

삼성은 디자인 외에도 플립3의 상하 접이식 구조를 이용한 다양한 활용 사례를 적극 홍보하고, 플립3에서는 외부 디스플레이 크기도 키워 기능, 디자인 측면 모두에서 전작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과거 LG전자가 모듈형 스마트폰(LG G5, 2016), 세컨드스크린 폰(LG 윙, 2021) 등으로 폼팩터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단발적 시도로 그쳐 큰 반향을 얻지 못한 것에 비해 삼성은 매년 개선된 폴더블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올해 결국 본격적인 흥행 열차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Z 플립 초기 모델도 다양한 꾸미기가 가능했다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Z 플립 초기 모델도 다양한 꾸미기가 가능했다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내년에는 '100만원 미만 폴더블폰' 나올까
가격 접근성도 무시할 수 없다. 9월 기준 갤럭시Z 플립3의 출고가는 약 125만원으로 형제 모델인 갤럭시Z 폴드3의 199만원보다 크게 싼 편이다. 올해 1월 출시된 플래그십 바형 스마트폰 갤럭시S21 울트라 모델의 출고가 145만원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물론 여전히 100만원 이상 고가형 모델에 해당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새로운 폼팩터와 사용자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들이 전보다 선뜻 지갑을 열 수 있게 만드는 대목이다. 삼성도 플립 시리즈를 통한 폴더블 대중화에 공을 들이는 눈치다. 플립 시리즈도 초기 모델은 출고가 165만원으로 출시돼 '비싸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올해와 같이 내년에도 가격 인하가 이어진다면 플립 시리즈에서는 100만원 미만 모델의 출시도 기대해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폴더블로의 스마트폰 세대 전환기에서 가격을 낮추고 이색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 전환이란 '당근'을 제시한 삼성의 전략은 우선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시장의 호응은 예상을 넘어선 판매량에서도 드러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총 200만대의 폴더블폰을 판매했지만 DSCC에 따르면 지난 7월과 8월에만 이미 각각 150만대 이상의 폴더블폰을 생산한 상태다. 또 현재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면서 삼성은 최근 폴더블폰 제조 시설이 있는 베트남 박닌성 공장에서 생산직 1000명 채용 공고를 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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