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삼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대통령 직속 기관 승격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의결하지 않았다.해당 사안은 여야 간사의 합의에 따라 추후 추가 논의를 거치기로 했다.

한준호 의원(대표 발의)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24명과 무소속 양정숙 의원은 지난해 9월 해당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발의안은 △원안위 대통령 소속으로 변경하는 것 △상임위원이 사무처장을 겸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원안위는 2011년 10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설립된 기관이다. 당시 대통령 직속 독립행정기관으로 출범했으나, 2013년 3월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로 지위가 격하된 바 있다. 원안위는 당시 지위 격하와는 별개로 여전히 원자력 안전·규제 분야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운영되고 있다.

여당 측은 국무총리가 원자력진흥위원회의 위원장도 맡고 있어 구조상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원자력 산업 진흥의 주요 기구와 규제 기구의 장이 동일한 만큼 각각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기준의 최상위 문서인 ‘기본안전원칙’과 ‘원자력안전에 관한 협약’에선 “원자력의 규제와 진흥을 분리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 역시 원자력규제위원회(NRC)를 대통령 소속으로 두고 운영 중이다.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문 정부는 이 같은 추세를 고려해 지난 2017년 국정 100대 과제 중 하나로 ‘원안위의 승격’을 꼽기도 했다. 해당 사안이 처음으로 언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 아무런 변화도 이루지 못한 셈이다.

여당 의원들은 이에 따라 지난해 개정안을 발의했다. 과방위 소속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원회’ 등에서 해당 사안을 수차례 논의를 진행한 후 이날 전체회의 안건으로까지 상정됐으나, 의결의 문턱은 넘지 못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소위원회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된 만큼 이날 통과되길 기대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며 “원안위의 독립성 제고를 위해서도 해당 개정안의 통과가 필요한 만큼 의견 합치를 이뤄 다음 상임위에서 통과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당 측에선 원안위가 대통령 직속으로 승격된다면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라 원전 비중을 줄이려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 현행 제도로도 원안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제고할 수 있어 소속 변경에 대한 검토가 더욱 면밀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덮어놓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다만 사안이 중요한 만큼 논의가 더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3년 임기인 원안위 상임위원이 사무처장을 겸임하는 현행 구조를 개선하는 개정안 내용엔 여야 간 특별한 이견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구조는 위원의 임기 만료 후 사무처장 공석으로 행정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 위원회 소속 직원을 지휘하는 사무처장 역할과 위원회 소관 사무에 대해 객관적인 심의·의결을 하는 상임위원의 역할을 동시 수행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구조다. 사무처장과 상임위원의 지위를 분리, 이를 해결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돼 있다.

원안위 관계자는 “의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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