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층권 태양광 드론 양산모델인 에어버스의 ‘제퍼S’ (사진=에어버스)
▲ 성층권 태양광 드론 양산모델인 에어버스의 ‘제퍼S’ (사진=에어버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내년에 성층권에서 장기간 운영이 가능한 드론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초 ‘상시 재난 감시용 성층권 드론 기술개발 사업’에 대한 공모를 연다고 15일 밝혔다. 2025년까지 374억7000만원이 투입된다. 이 중 40억원이 내년에 쓰인다.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산업체는 이 사업을 통해 1개월 이상 성층권에서 연속 체공할 수 있는 성층권 드론을 개발한다. 과기정통부는 20kg 이상 임무 장비가 탑재되는 수준의 기기를 이번 사업을 통해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성층권 드론은 인공위성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설치·운영 비용은 현저히 적어 ‘차세대 산업’으로 꼽힌다.

과기정통부가 개발 목표로 세운 드론은 현재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기체보다 성능이 높다. 에어버스(유럽연합·다국적 기업)의 ‘제퍼S’는 5kg의 장비를 탑재하고 성층권에서 26일간 연속비행에 성공한 바 있다.

성층권은 고도 10~50km 구간으로, 공기의 이동(대류) 현상이 거의 없다.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고도라 항공기의 장기체공에 적합하고, 태양광을 통한 동력 확보에도 유리하다. 성층권 드론은 이 같은 환경을 활용해 운영되는 기체로 높은 고도에서 지상을 상시 감시하는 식으로 운영될 수 있다. 인공위성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으면서도 도입·운용·유지 비용이 현저히 적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 ‘우주 쓰레기’ 이슈에서도 자유롭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개발된 드론이 재난 감시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내년에 본격 진행되는 성층권 드론 개발 사업으로 해당 분야 시장을 선점하길 기대하고 있다”며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기상청 등 유관 기관과 협업해 상용화 사업을 별도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상 감시 영상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이슈에 대해서도 검토 예정”이라며 “비행체와 배터리는 물론 관제 시스템 기술을 보유한 산업체도 연관이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먹거리…LG에너지솔루션 등 산업계 관심 높아
국내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성층권 드론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장기간 상공에서 기체가 운영되려면 에너지 저장장치의 고도화가 핵심이라 비교적 사업 진출 문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서 지난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고고도 장기 체공 태양광 무인기(EAV-3)의 성층권 비행 시험을 성공한 바 있다. EAV-3는 날개 위 태양전지판을 장착하고 리튬-황 배터리를 탑재한 기체다. 낮에는 태양전지와 배터리 전력으로 비행하고 밤에는 낮에 배터리에 충전된 전력으로 비행하는 식으로 제작됐다.

지난해 테스트에선 고도 22km를 비행해 무인기 기준 국내 성층권 최고 고도 비행 기록을 달성했다. 총 13시간의 비행 중 7시간을 일반 항공기가 운항할 수 없는 고도 12~22km의 성층권에서의 안정적인 출력도 확인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 밀도가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의 2배 이상인 리튬-황 배터리를 2025년 이후 양산할 계획이다.

▲ LG에너지솔루션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개발한 태양광 무인기 ‘EAV-3’(사진=LG에너지솔루션)
▲ LG에너지솔루션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개발한 태양광 무인기 ‘EAV-3’(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외에도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기업이 이번 정부 추진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위기다. 또 비행체를 개발 중인 현대자동차·한화시스템·성우엔지니어링 등도 성층권 드론 산업과 연관된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층권 드론은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며 “국내에서도 다양한 기업들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이 같은 산업계 분위기를 반영해 ‘성층권에서 1개월간 운용 가능한 태양광 드론 개발’ 간담회를 온라인을 통해 열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기술개발 사업에 앞서 산·학·연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학계에선 안존 세종대 교수와 박동훈 부산대 교수가 참석했다. 연구계에선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한국연구재단이, 산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성우엔지니어링이 자리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날 간담회를 주재한 용홍택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성층권 드론의 핵심기술인 고성능 배터리와 복합 소재 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성층권 드론 사업과 연계할 경우 상당한 파급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인 수준의 성층권 드론을 개발해 확보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활용분야를 고려한 임무 장비 개발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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