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사진=SK이노베이션)
▲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신설법인인 SK배터리의 지분을 상장 후에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장 후 모회사 지분이 희석되면서 SK배터리의 성과가 SK이노베이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주주의 우려를 의식한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IPO(기업공개) 외에도 '자본 코스트(투자 시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기 위한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사업투자 수익)' 등 다양한 창구를 활용해 주주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16일 오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및 석유개발 사업 분사를 결정하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준 사장은 "(상장 시) 배터리 사업은 더 성장할 테니 지분을 많이 희석시킬 생각이 없고, 가능한 조금 희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사장은 "IPO를 배제하고 있지 않지만, 자본 코스트 등 다른 조달 방안도 많다"며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어떤 식으로 조달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당사와 주주에 유리한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김 사장은 주주의 반대를 무릅쓰고 분사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사장은 "배터리 사업을 육성하는데 있어 (현 체제가) 독립법인 체제보다 유연성이 많이 떨어진다"며 "투자 자원을 조달하는데 있어 독립법인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사장은 "SK이노베이션 안에 여러 사업들이 묶여있어 배터리 사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않다"며 "독립법인에서는 성과와 관련된 부분은 명확히 분리가 될 것이며, 성장과 관련된 로드맵도 명확히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E&P) 사업의 분사를 확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의 분할을 의결했다. 이후 45일 만에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과 E&P 사업의 분할을 확정지었다.

앞서 8.05%(6월30일 기준)의 지분을 갖은 국민연금은 분사 안건에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80.2%의 찬성률로 분사 안건은 주총을 통과했다. 배터리 사업의 사명은 SK배터리이며, E&P의 사명은 SK이앤피이다. 출범일은 10월1이다.

배터리 사업의 분사가 확정됨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보다 효율적으로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캐파는 현재 40GWh이다. 조지아주 1·2공장(20GWh)은 2023년 완공 예정이며, 포드와 합작공장인 '블루 오발 SK'(60GWh)도 조만간 착공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의 수주 잔고는 현재 130조원이며, 수주 물량은 1000GWh에 달한다. 전기차 1500만대에 탑재할 분량의 배터리를 수주했다. 현재 캐파로는 수주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빠른 증설이 필요하다. SK이노베이션은 2025년까지 17조원을 증설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기준 SK이노베이션의 별도 기준 현금성 잔고는 2조3530억원이다.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는 이상 증설이 어려운 상황이다.

▲ (자료=금융감독원)
▲ (자료=금융감독원)

SK이노베이션의 공격적인 투자에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현재 배터리 시장은 가격경쟁에 진입했으며, 전지 업체들은 완성차 업체에 비해 협상력이 열위에 있다. 폭스바겐은 파우치 배터리 대신 각형 배터리로 전지 전략을 바꾼 사례도 있다. 시장을 자동차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전지업체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2018년 파우치형 배터리의 점유율은 14.4%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27.8%로 점유율이 급등했다. 지난해 각형 배터리와 원통형 배터리 점유율은 49.2%, 23.0%이다. SK이노베이션의 투자가 성공하려면 'NCM(니켈, 코발트, 망간) 삼원계 계열' 배터리의 점유율이 지금보다 확대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전지업계 전문가들은 배터리 업체들이 시장 환경에 따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사업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