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의 핫이슈를 보다 예리하게 짚어내겠습니다. 알기 어려운 업계의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한 발 빠른 심층취재까지 한층 깊고 풍성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게임인사이드'를 통해 <블로터>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게임업계의 핫이슈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

엔씨소프트가 17년 만에 일본 '도쿄게임쇼'(TGS)에 참가한다. TGS는 일본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CESA)가 개최하는 현지 최대 규모의 게임쇼이자, 세계 3대 게임 행사로 손꼽히는 전시회다. 코로나19 유행 이전까지 매년 오프라인 행사에 10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유치할 만큼 규모감 있게 운영된 바 있다. 

PC 버전 '리니지' 시리즈 이후 10년 넘게 TGS쪽으로 눈길도 주지 않았던 엔씨소프트는 올해는 일찌감치 TGS 참가를 확정지었다. 심지어 TGS 전용 홈페이지까지 개설하며 일본 시장 공략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엔씨소프트가 TGS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시장, 흥행 가능성 높다?
지난 15일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 일본 TGS 2021 특설페이지'를 오픈했다. 해당 특설페이지는 TGS 2021에서 리니지W를 소개하기 위해 엔씨 재팬 측이 개설한 홈페이지로 알려졌다. 엔씨 재팬은 다음달 3일 오후 4시부터 특설페이지에서 리니지W를 소개할 계획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TGS 2021' 온라인 공식 서포터로 선정된 개그팀 '마지카루 러블리'와 유튜버 '쥬니'가 게스트로 참여하며, 실시간 라이브 방송 형태로 진행된다. MC는 일본 e스포츠 분야에서 활약한 키시 타이가가 담당할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는 현지 법인 엔씨 재팬을 통해 TGS 특별 프로그램까지 진행하며, 일본에서 대대적으로 리니지W 알리기에 나선다. 특히 TGS가 온라인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만큼, 글로벌 사전예약을 진행중인 리니지W의 존재감을 알리는 매개체로 활용할 예정이다. 

▲ (사진=리니지W 일본 TGS 2021 특설페이지 갈무리)
▲ (사진=리니지W 일본 TGS 2021 특설페이지 갈무리)
이는 지금까지 국내외 게임쇼 참가에 뒷전이었던 엔씨소프트를 감안할 때 파격적인 행보다. 지난 2002년 일본에 '리니지'를 출시한 이후 TGS에 참가했던 엔씨소프트는 당시 김택진 대표가 직접 행사에 참관해 일본 시장에 게임을 소개하는 열정을 보였다. 이듬해인 2003년 엔씨소프트는 한국에서 '리니지2' 상용화를 앞두고 또 한 번 TGS에 참가했다. 이후 엔씨소프트는 같은 해 10월부터 일본에서 리니지2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며 일본 시장 점유율 확대에 돌입한 바 있다. 

그러나 2005년부터 엔씨소프트는 TGS의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와 '리니지2'를 통해 일본 게임시장에 진입한 만큼 해당 게임 운영에 주력하기 위해 행사 참가를 포기했다. 실제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회 연속 TGS에 참가했던 엔씨소프트는 2005년에 참관단만 파견했을 뿐 부스 행사 등은 진행하지 않았다. 

이는 엔씨소프트 일본 매출 변화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2005년 엔씨소프트의 연간 매출 3388억원 가운데 일본 지역 매출은 303억원을 기록해 10%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일본 지역 매출 통계가 처음 잡힌 2005년부터 2011년까지 800억원을 오갔던 관련 매출은 2012년 674억원을 기점으로 서서히 하향세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리니지'와 '리니지2'에 이어 2009년 일본에 아이온을 출시해 800억원대까지 치솟았던 관련 지역 매출은 신작 부재 등으로 인해 수 년간 감소세를 유지했다. 

▲ 엔씨소프트 일본 지역 연매출 추이. (자료=엔씨소프트 IR북, 사진=채성오 기자)
▲ 엔씨소프트 일본 지역 연매출 추이. (자료=엔씨소프트 IR북, 사진=채성오 기자)
관련 매출이 반등한 것은 2019년부터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일본 지역에서 연간 556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이 시기 엔씨소프트는 일본 지역에 '리니지M'을 출시하고 PC 온라인에 집중됐던 수요층을 모바일로 넓힌 바 있다. 동시에 한국에서 '리니지2M'을 출시하며 양국에서 쌍끌이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해는 일본 지역 내 리니지M 매출과 리니지2M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현지 매출 500억원대를 유지했다. 다만 전년 대비 매출이 줄어든 만큼 올 들어 일본에 첫 선을 보인 '리니지2M'과 현재 개발중인 리니지W의 글로벌 론칭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를 시작으로 약 20년간 서비스를 이어온 일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을 전망이다. 모바일 게임도 '2D 애니화' 선호도가 높은 일본 시장이지만 리니지 IP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데다 엔씨소프트가 신작을 출시할 때마다 매출로 직결되는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트릭스터·블소 IP 좌절…결국 리니지로?
이는 최근 국내 게임 시장에서의 하락세와도 연관이 깊다. 엔씨소프트는 올 들어 출시한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소울2'가 기대치 대비 낮은 매출을 거두면서 차기작 '리니지W'에 주력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리니지W의 경우 전 세계 유저가 한 서버에 모이는 '글로벌 원빌드' 형태의 MMORPG로,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 최초의 풀3D MMORPG로 개발될 예정이다. 글로벌 유저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인공지능(AI) 번역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엔씨소프트 내부적으로 높은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를 소개할 당시 '마지막 리니지'라고 표현하며 4년 간의 개발기간이 헛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글로벌 지역에 동시 사전예약을 진행하는 한편 모바일, PC, 콘솔(닌텐도 스위치) 등 서비스 플랫폼까지 대폭 확대해 흩어진 리니지 수요층을 한 데 모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TGS를 통해 일본 내 리니지W의 흥행 가능성을 점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게임쇼에서 리니지W를 소개해 PC 버전 리니지 당시의 파급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리니지W. (사진=엔씨소프트)
▲ 리니지W. (사진=엔씨소프트)
변수는 '한국 시장'과 '플랫폼 집중도'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분기 매출 5385억원 가운데 한국 시장에서만 3559억원을 벌어들였다. 같은 시기 일본 지역에서 약 36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는 대만 지역 매출(약 795억원)이나 로열티 매출(약 428억원)보다 낮은 규모다. 

플랫폼별로 구분할 경우 모바일이 3521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PC 온라인 게임 부문(약 1060억원)보다 약 세 배 가량 많다. 결국 '국내 모바일 유저들을 얼마나 확보하는 지가 흥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리니지M 문양 사태'와 '블레이드&소울2 실망감'이 팽배한 국내 민심이 유지될 경우 해외 지역에서라도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기에 글로벌 쇼케이스 규모의 TGS 참가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리니지W를 들고 TGS에 참가하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확실한 근거는 일본 시장"이라며 "일본 시장은 리니지 IP 이해도가 높은 만큼 리니지W의 시장 진입이 용이할 뿐더러 경쟁사가 안착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