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LG에너지솔루션)
▲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사슬 관리(SCM)' 목적으로 중국 배터리 원료 업체 'Greatpower Nickel & Cobal Material(이하 GNCM)'의 지분 4.8%를 17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350억원으로 소규모 지분을 투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지분 투자로 전기차 38만대(NCM 811 기준)에 탑재할 수 있는 분량의 니켈을 확보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케미칼 등 국내 전지업체들과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원료 확보를 위해 중국 기업에 에쿼티(Equity) 투자가 연이어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제조사들이 원료 확보에 비상이 걸린 탓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자한 GNCM은 니켈과 코발트를 제련하는 업체로 2006년 설립됐다. 2023년 황산 니켈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황산 니켈은 정련 니켈에 황산을 첨가해 만들어진다. 황산 니켈을 공급받을 경우 별도 가공없이 바로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어 생산단계를 단축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GNCM에서 공급받는 니켈은 총 2만톤, 계약 기간은 6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계약으로 안정적으로 니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의 4대 핵심 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중 하나로 배터리 성능과 관련돼 있다. 최근 인기 차종은 한번 충전으로 최대 50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전기차 제조사들은 주행거리가 높은 차량을 생산하기 위해 양극재 내 니켈 비중이 80% 이상이 '하이니켈 배터리'를 출시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4대 핵심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중 하나인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을 늘리고 출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 재료비에서 40% 가량을 차지해 전지업체들이 앞다퉈 내재화를 추진 중인 소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력 모델을 기존 3원계 배터리에서 NCMA(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4원계 배터리로 바꿨다. 양극재 내 니켈 함량을 최대 90%까지 높이고, 단가가 높은 코발트를 5% 이내로 줄였다. 대신 알루미늄을 첨가했다. 알루미늄은 배터리의 출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의 니켈 함량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니켈 확보에 분주한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8월 AM(Australian Mines)로부터 니켈 7만톤을 6년 간 공급받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호주 퀸즈랜드 퍼시픽 미네랄스(이하 QPM)에 지분을 투자해 연간 7000톤의 니켈을 확보했다.

이들 3사와 계약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연간 2만1000톤의 니켈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QPM(7000톤), AM(1만1000톤), QNCM(3000톤)을 합산한 것이다. 매해 전기차 40만38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해외 원료사들에 지분 투자하는 이유는 내재화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내재화율은 25%인데, 3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포스코케미칼과 해외 업체들로부터 양극재를 공급받는데, 앞으로 직접 생산 비중을 높인다.

그러려면 호주와 중국 등 '자원 부국'의 기업들에 지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광물은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석 뿐이다.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료는 대부분 호주 등에서 수입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내수 시장과 해외 시장의 수요로 인해 소재와 원료를 공격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자원 빈국'인 국내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 니켈 가격.(자료=한국자원정보서비스)
▲ 니켈 가격.(자료=한국자원정보서비스)

시장조사기관인 GRU에 따르면 2020년 니켈 수요는 239만톤에서 2024년 332만톤으로 38%(93만톤) 증가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니켈 가격은 오히려 하락세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톤당 17만3928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23만7276 달러) 가격이 26.6% 하락했다.

니켈은 수요가 증가해 향후 쇼티지가 예상된다. 광물 업자들이 니켈 채굴에 나서야 하는데, 니켈 가격이 낮아 공급량이 늘어날 기미가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니켈 가격이 오르기 전까지 광물 업자들의 채굴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포스코케미칼 등 국내 업체들은 원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하반기 확보한 니켈은 전기차 40만대 분량으로 내재화율 목표치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

▲ NCM 811 기준 니켈 52kg이 필요하다는 자료를 기반으로 역산한 수치임.(자료=LG에너지솔루션 보도자료 등)
▲ NCM 811 기준 니켈 52kg이 필요하다는 자료를 기반으로 역산한 수치임.(자료=LG에너지솔루션 보도자료 등)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말 150GWh 규모의 캐파를 확보한다. 내년부터 225만대의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는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이를 현재 내재화율 목표치로 환산하면 56만2500대 분량의 양극재는 직접 생산한다. 이를 고려하면 목표치에 소폭 미달한다. 하지만 올해 SNE 리서치 기준 배터리 판매량이 34.1GWh로 전기차 51만1500대 분량인 점을 고려하면, 니켈 공급이 부족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430GWh로 캐파를 확대한다. 연간 전기차 645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하는데, 같은해 내재화율 목표치가 35%인 점을 고려하면 니켈 공급량은 한참 모자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재화율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원료사에 대한 지분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내재화율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1억1739만톤의 니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NCM 811 기준 배터리에는 니켈 52kg이 들어간다. 이를 기준으로 내재화에 필요한 니켈을 산술적으로 환산할 경우 연간 1억톤 이상의 니켈이 필요하다. LG에너지솔루션 등 전지 업체와 소재 업체들이 원료 확보 전쟁에 나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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