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간 투자 경쟁이 본격화된다. SK텔레콤이 지난 3월 OTT 자회사인 콘텐츠웨이브에 1000억원을 유상증자한 데 이어 KT는 17일 콘텐츠 계열사 'KT 스튜디오지니'에 1750억원을 유상증자한다고 공시했다. 또 KT는 최근 스튜디오지니를 필두로 한 콘텐츠 수직계열화를 진행 중이며 웨이브도 약 두 달 전 전문 콘텐츠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스튜디오지니는 보통주 875만주를 개당 2만원에 발행하고 KT가 단독으로 참여한다. KT가 기존에도 스튜디오지니 지분 100%를 보유했으므로 지분율 변동은 없다. 이번 출자로 스튜디오지니에 대한 KT의 총 출자액은 약 2278억원이 됐다.

▲ KT 서울시 종로구 이스트 사옥(사진=KT)
▲ KT 서울시 종로구 이스트 사옥(사진=KT)

스튜디오지니는 확보된 자금으로 그룹 내 방송 채널을 육성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다. 목표는 연간 20개의 드라마 타이틀 제작 및 2025년까지 1000여개의 IP(지식재산권)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것.

KT 그룹 내 콘텐츠 수직계열화 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8월 설립된 OTT 전문법인 '케이티시즌'은 스튜디오지니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스튜디오지니를 KT의 미디어 사업 컨트롤 타워로 만들겠다"던 구현모 KT 대표의 지난 3월 발언대로다. 스튜디오지니가 현재까지 확보한 콘텐츠 계열사 지분은 스토리위즈, 케이티시즌, 현대미디어 100%, 지니뮤직 36%, 스카이라이프TV 22%다.

올해 동종업계 경쟁사인 콘텐츠웨이브도 자사 OTT 플랫폼인 웨이브 키우기에 힘을 쏟고 있다. 콘텐츠웨이브는 지난 3월 2025년까지 총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은 KT 스튜디오지니 설립 직후에 나왔던 것으로, 당시 업계에선 KT가 2023년까지 최소 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한 SKT의 견제구로 해석했다.

▲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 (사진=콘텐츠웨이브)
▲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 (사진=콘텐츠웨이브)

이번 KT 유상증자에 대한 반격도 있을까? 콘텐츠웨이브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연내 추가 유상증자 계획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총 1조원으로 목표한 투자금도 대부분 외부 투자 유치 및 콘텐츠 수익금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KT 관계자도 "향후 목표한 투자금 4000억원의 일부는 외부 투자로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의 대표 OTT 플랫폼인 웨이브와 시즌을 비교할 때 최근 상황은 웨이브가 다소 앞선 모양새다. 지난 8월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이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웨이브 사용자는 약 319만명, 시즌 사용자는 141만명이다. 1인당 평균 사용 시간도 웨이브 475분으로 시즌 215분을 상회했다.

이런 결과는 웨이브가 올해 다수의 독점 콘텐츠 및 오리지널 콘텐츠를 새롭게 확보한 것, 지난 7월 글로벌 콘텐츠 유통사인 HBO와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스튜디오지니도 향후 웨이브와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보다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할 전망이다.

한편 양사가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글로벌 OTT들의 국내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시장 점유율 1위 OTT인 넷플릭스는 올해에만 총 5540억원을 국내에 투자할 계획이며 국내 가입자 규모는 웨이브 대비 3배에 달한다. 여기에 오는 11월 막강한 IP를 다수 보유한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상륙도 공식화되면서 국내 OTT 시장은 안팎의 경쟁으로 점점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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