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엠피에서 제작한 ‘W-1’ 드론이 그린란드 러셀빙하를 관측하는 모습.(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에이엠피에서 제작한 ‘W-1’ 드론이 그린란드 러셀빙하를 관측하는 모습.(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내 기술로 제작된 드론 3종이 그린란드 상공을 날았다. 빙하 관측을 위해서다. 이번 비행은 빙하 연구를 고도화하려는 덴마크 측의 요구와 극지란 극한 환경에서 드론 기술을 검증하고 싶은 우리나라의 소요가 맞물려 추진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항우연) 주관으로 그린란드에서 빙하 관측을 위한 비행 시험을 수행했다고 17일 밝혔다. 국내 연구진은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이번 연구를 통해 위성으로는 관측이 불가능한 빙하 상공의 기상정보를 수집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덴마크와의 정상회담에서 ‘무인이동체를 이용한 극지연구 협력’를 맺은 바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KOPRI·극지연)는 이에 따라 덴마크의 우주개발 전문기관인 DTU-스페이스(space)와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 비행은 해당 연구의 일환으로, 항우연∙극지연∙DTU-스페이스를 비롯해 소형드론 전문기업 ‘에이엠피’가 참여했다.

이들은 이번 연구에서 국내 개발 드론 3종을 이용, 러셀 빙하(Russel Glacier)에 대한 관측했다. 러셀은 그린란드의 빙상에서 서쪽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대륙 빙하다. 온난화에 의해 매년 25m씩 그린란드 내륙지역으로 후퇴하는 중이다. 이번 시험 비행에 투입된 드론 중 2종은 과기정통부의 ‘무인이동체 미래선도 핵심기술개발사업’을 통해 개발됐다.

덴마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을 주도하는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는 현상을 관측하고자 한다. 국내 기술을 이용해 기존의 위성 및 소형드론 관측 기술의 한계(낮은 해상도·매우 긴 재방문 주기 등)를 보완하는 준광역 관측 및 데이터 분석 기술 개발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강왕구 항우연 무인이동체사업단 단장(연구책임자)은 “극지를 연구하는 곳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그린란드 빙하 연구를 고도화하려는 덴마크의 요구로 인해 추진된 사업”이러며 “드론 기술을 발전하고자 하는 국내 연구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후 소형 드론보다 빙하 연구에 더 적합한 수소 연료 기반 장기 드론 투입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우연도 이번 비행시험이 극지 환경에서 이뤄졌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극자기장 불안정 △GPS(위성항법장치) 신호 미비 △저온·강풍 등 극지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국내 기상측정전문 드론이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만큼 기술적 고도화를 이뤘다는 설명이다. 항우연은 과기정통부의 연구개발 지원사업 ‘전략형 국제공동연구사업’ 등을 통해 2023년까지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는 현상을 관측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자체 개발 중인 수소무인기의 성능 입증도 수행한다.

이번 비행에 투입된 드론 3종은 △빙하지형 맵핑(Mapping·수치 지도 등을 만드는 과정) 영상 획득 △항법성능시험 등을 수행했다. 고도별 온도·습도·풍향·풍속 등 빙하 상공의 기상 데이터를 측정, 위성으로는 관측이 불가능한 빙하 상공의 기상정보를 수집했다.

극지연구소는 드론이 기후 변화의 검증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란드 빙상 유실은 해수면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제연합(UN) 산하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그린란드 빙상의 유실 속도는 최근 10년간 6배 상승했다. 드론을 통해 빙하를 정밀하게 관측하고 이를 기간별로 비교한다면 기수 변화를 보다 직관적으로 확인 할 수 있다.

극지연구소 원격탐사빙권정보센터 측은 “드론을 활용한 바다 얼음(해빙) 표면의 고해상도 표고지도(지형의 높이를 수치로 제공하는 지도) 최초 제작 등 다양한 극지 빙권 변화 연구를 통해 축적된 분석기술을 활용하여 러셀 빙하를 분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성규 과기정통부 국제협력관은 “우리나라와 덴마크 간 지속적인 기술협력을 통해 국내 무인기의 극지과학탐사 산업 분야 진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에이엠피의 기상관측용 드론이 1.5km 상공에서 촬영한 러셀 빙하.(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에이엠피의 기상관측용 드론이 1.5km 상공에서 촬영한 러셀 빙하.(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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