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업·기술·기기가 또 2021년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을까? <블로터>가 설문조사와 전문가 추천 등의 방식으로 '우리의 일상을 바꿀 기업·기술·기기'를 선정, 소개한다.

'다른 고객이 함께 본 상품.'

쇼핑몰의 제품 상세 페이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현재 보고 있는 제품과 유사한 제품들을 추천해준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추천은 해당 제품을 본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나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각 개인에게 적합한 추천을 해줄 순 없을까? 커머스 인공지능(AI) 기업 오드컨셉은 여기에 착안,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최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오드컨셉 사무실에서 김정태 대표를 만나 서비스 개발기에 대해 들었다.

▲ 김정태 오드컨셉 대표가 서울시 강남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블로터></div>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오드컨셉)
▲ 김정태 오드컨셉 대표가 서울시 강남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오드컨셉)
 

회색 반팔티 주문하면 어울리는 바지·신발 추천
지난 2012년 창업한 김 대표는 AI 기반 가격비교 서비스를 선보였다. 여러 상품들의 이미지와 이름을 기반으로 최저가를 알려줬다. 이 서비스를 하면서 사용자들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장 많이 찾는 제품군이 패션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는 2017년 AI 기반 개인 스타일링 서비스 '픽셀'(PXL)을 출시했다.

수많은 패션 쇼핑몰에 방대한 양의 의류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꼭 맞는 옷을 찾기 쉽지 않다. 대부분의 쇼핑몰들은 공급자 입장에서 제품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패션몰의 MD(상품기획자)들이 선정한 제품을 중심으로 기획전이 이어지고 소비자들은 이중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야 한다. 이에 김 대표는 각 개인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옷을 찾을 수 있도록 하려면 AI가 필수라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픽셀이다. 픽셀이 적용된 쇼핑몰에서 제품 상세 페이지로 들어가면 해당 제품 아래쪽으로 '고객님, 이 스타일을 찾으셨나요?' 등의 문구 아래에 옷들이 나타난다. 김 대표는 이를 개인화로 정의하며 그룹화와 구분지었다. A 제품을 본 소비자들이 C 제품을 많이 봤다면 A 제품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동일하게 C 제품이 추천되는 것이 일반적인 추천 기능이다. 이는 그룹화다. 하지만 픽셀은 개인마다 추천받는 옷이 다르다. 쇼핑몰 방문자가 어떤 제품을 보거나 장바구니에 추가했는지, 결제까지 이어졌는지 등에 대한 데이터를 AI가 분석한 결과다.

AI는 스타일링 기능도 갖췄다. 가령 회색 반팔티를 주문했다면 이와 함께 입기에 어울리는 바지나 신발 등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스타일을 완성시켜주는 나만의 AI 스타일리스트인 셈이다.

김 대표와 동료들은 픽셀을 개발하며 AI가 보다 정확하게 소비자들의 취향을 파악하도록 하는데 애를 먹었다. 패션몰 이용자의 검색창 이용 비율이 다른 몰 이용자의 검색창 이용 비율보다 낮기 때문이다. 원하는 제품 카테고리를 찾아들어가는 경우가 더 많다. 가령 청바지를 쇼핑할 경우 남성-하의-청바지 등의 카테고리로 진입해 상품들을 보는 방식이다. 검색창을 많이 이용한다면 검색어를 분석에 활용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보니 사용자들의 행태를 분석할 수 밖에 없다. 보다 어려운 방식으로 분석을 한만큼 단순히 비슷한 제품을 보여주는 것에서 나아가 스타일링까지 가능한 고도화된 서비스가 탄생했다.

▲ 오드컨셉의 AI 스타일 추천 서비스 '픽셀'이 적용된 쇼핑몰 화면에서 개인별 추천 상품이 나타난 모습. (사진=오드컨셉)
▲ 오드컨셉의 AI 스타일 추천 서비스 '픽셀'이 적용된 쇼핑몰 화면에서 개인별 추천 상품이 나타난 모습. (사진=오드컨셉)

▲ 오드컨셉의 AI 스타일 추천 서비스 '픽셀'이 적용된 쇼핑몰 화면에서 선택한 제품과 코디하기 좋은 추천 상품이 나타난 모습. (사진=오드컨셉)
▲ 오드컨셉의 AI 스타일 추천 서비스 '픽셀'이 적용된 쇼핑몰 화면에서 선택한 제품과 코디하기 좋은 추천 상품이 나타난 모습. (사진=오드컨셉)

중소 이커머스 '타깃'…쇼핑몰 구석구석에 추천 콘텐츠 배치
픽셀의 주요 타깃은 자체 브랜드 및 몰을 갖춘 중소 쇼핑몰이다. 중소 규모의 쇼핑몰들은 AI 서비스를 구축하거나 운영할 인력과 자본이 부족하다. 하지만 픽셀을 도입하면 대규모의 초기 비용 부담없이 AI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기존에는 쇼핑몰에서 픽셀 서비스를 호출할 때마다 과금이 됐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를 성과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픽셀의 추천 기능을 사용한 후 구매한 고객들로부터 나온 매출의 일부를 오드컨셉이 받는 방식이다. 픽셀로 인해 발생한 매출만 공유 대상으로 하기에 쇼핑몰 입장에서도 더욱 납득할 수 있는 과금 방식이란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주요 고객인 중소 쇼핑몰로 인해 오드컨셉은 다양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소비자들의 쇼핑 행동 행태는 AI에게 더할 나위 없는 양질의 학습 데이터다. 픽셀이 더욱 고도화될 수 있는 기반을 더 탄탄히 할 수 있다. 

오드컨셉은 CJ몰·신세계인터내셔널·HFM 등의 대형 쇼핑몰 고객도 보유했다. 하지만 주요 타깃은 중소 규모의 온라인몰이다. 김 대표는 "서로에게 필요한 서비스와 데이터를 제공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중소 규모 파트너들에게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중소 쇼핑몰을 만나기 위해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를 찾았다. 카페24는 자체 플랫폼을 활용해 쇼핑몰을 구축한 창업가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서비스들이 판매되는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스토어는 서비스 제공자와 창업자들이 만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오드컨셉은 카페24 스토어에 입점하며 고객을 늘렸다. 픽셀을 적용한 쇼핑몰은 지난 2019년 100개에서 2020년은 400개로 증가했다. 올해 목표 700개는 6월에 이미 달성했다. 픽셀 도입 효과도 수치로 나타났다. 오드컨셉이 자체 조사한 결과 픽셀의 추천을 받은 고객은 받지 않은 고객에 비해 구매전환율이 5배 높았으며 같은 쇼핑몰 재방문율은 4배 이상으로 집계됐다.

김 대표는 픽셀을 더욱 고도화할 방침이다. 현재는 쇼핑몰의 제품 상세페이지 중심으로 픽셀이 노출되는데 보다 다양한 곳에 픽셀 서비스를 배치해 픽셀 노출빈도를 늘릴 계획이다. 또 쇼핑몰의 제품 확보(소싱) 단계도 자동화해 운영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김 대표는 "보다 많은 패션몰 방문자들이 픽셀을 통해 편리한 AI 스타일링 추천 서비스를 받도록 할 것"이라며 "MD는 본연의 업무인 기획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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