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블랙홀 모의실험까지…구글 양자컴퓨터 ‘요람’ 둘러보니

발행일 2021-09-22 13:23:15
에릭 루세로 구글 수석 퀀텀 엔지니어는 기존 컴퓨터와 양자컴퓨터가 공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두 가지가 함께 연구·발전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퀀텀컴퓨터) 연구의 ‘황금기’입니다. 예를 들어 구글은 우주가 아닌 연구실에서 ‘블랙홀’을 만들어내는 모의실험도 진행하고 있죠. 양자컴퓨터를 통해 자연 자체를 실험할 수 있어 가능해진 일입니다.”

에릭 루체로(Erik Lucero) 구글 수석 퀀텀 엔지니어는 지난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산타바바라 ‘퀀텀 AI 캠퍼스(이하 퀀텀캠퍼스)’에서 국내 기자단을 대상으로 진행된 가상투어에서 이같이 말했다. 퀀텀캠퍼스는 구글이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목적으로 소프트웨어(SW)·하드웨어를 개발하는 전문연구소다. 지난 5월 구글 개발자 행사에서 처음 공개됐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 원리인 ‘중첩’과 ‘얽힘’을 이용해 대용량의 병렬 연산·처리가 가능하다. 정보의 기본단위가 0 또는 1로 이루어진 기존 컴퓨터의 비트(bit)와는 달리, 0인 동시에 1이 될 수 있는 큐비트(qubit)가 기초다. 큐비트 개수가 많아질수록 정보처리 속도는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기후변화부터 신약개발, 암호해독 등 각종 난제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이른바 ‘꿈의 컴퓨터’로도 불린다.
양자컴퓨터, 인류 난제 풀 열쇠 될까
루체로 엔지니어를 따라 퀀텀캠퍼스에 들어서자 솔방울처럼 생긴 벽이 눈에 들어왔다. 루체로 엔지니어는 “양자 프로세서를 설계하면서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이 모양을 본 따 공간을 꾸몄다”고 귀띔했다. 구글은 지난 2019년 53개 큐비트로 구성된 양자 프로세서 ‘시카모어(Sycamore)’를 자체 개발했다. 이를 통해 슈퍼컴퓨터로 1만년이 걸리는 난수 증명 문제를 단 200초 만에 해결하는 데 성공, 이른바 ‘양자우월성(Quantum Supremacy)’을 처음 입증하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날 구글은 양자컴퓨터의 내부를 공개했다. 대형 샹들리에를 닮은 ‘초저온유지장치(cryostat)’에 와이어링이 줄기처럼 연결돼 있고, 최하단에 양자 프로세서가 자리해 있었다. 큐비트를 구현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구글은 초전도체를 이용하고 있다. 루체로 엔지니어는 “초전도 큐비트는 극저온에서만 작동한다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큐비트를 만들려면 대형 냉각장치가 필요하다”며 “이 냉각기는 헬륨가스를 순환시켜 10밀리켈빈(mK)의 극저온을 유지해준다”고 말했다. 10밀리켈빈은 영하 273.14도로, 우주(4켈빈)보다도 낮은 온도다. 이어 그는 온도·진동·자기장 등 외부요소를 차단하고자 구리·알루미늄 통 등을 겹겹이 씌워 완성한 양자컴퓨터를 소개했다. 내부는 우주와 같은 진공(眞空)으로 유지된다고도 부연했다.

루체로 엔지니어는 1000개 물리적인 큐비트를 확보했을 때 논리적인 큐비트 1개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후 2개의 논리적인 큐비트를 결합하면 1개의 양자 트랜지스터가 된다는 설명이다.
최대 숙제는 오류보정…“10년이면 된다”
양자컴퓨터 연구는 아직 초기단계다. 큐비트의 오류를 잡지 못해서다. 큐비트는 미세한 온도변화나 진동만으로도 연산 오류를 낼 정도로 예민하다. 특히 큐비트 개수가 늘어날수록 양자 결집 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려워 오류가 쉽게 발생한다. 때문에 오류 보정은 양자컴퓨터 연구의 최대 난제로 꼽힌다. 현재는 NISQ(Noisy Intermediate Scale Quantum·잡음 있는 중간규모 양자기술) 단계다. 루체로 엔지니어는 “지금의 양자컴퓨터는 아날로그 수준”이라며 “오류를 보정한 ‘논리적인 큐비트’를 개발하는 단계가 양자 컴퓨팅 기술 발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양자컴퓨터가 각종 연구·산업분야의 난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컴퓨터는 양자로 구성된 자연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양자역학 기반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면 실제 자연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루체로 엔지니어는 질소비료를 예로 들었다. 양자컴퓨터를 통해 자연을 모델링해 ‘질소 고정’ 방법을 알아낸다면 저연료·저에너지로 먹거리를 충당하게 돼, 지구촌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그는 연구소에서 ‘블랙홀’을 만드는 방법도 탐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자컴퓨터만 있으면 우주에 가지 않고도 실험실에서 우주를 실험할 수 있어요. 초중첩·얽힘 등 사고에 머물렀던 개념도 실험할 수 있고요.”

루체로 엔지니어는 “아키텍처를 확장했을 때 오류보정 시스템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은 아직 그 누구도 입증하지 못했다. 이를 입증해 보이는 게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2029년까지 오류 자동수정이 가능한 상용 양자컴퓨터를 내놓겠다는 게 구글의 포부다. 루체로 엔지니어는 계획 실현을 위해 세운 6단계 이정표를 기자에게 설명했다. ▷양자컴퓨터의 연구적 입증 ▷실험을 통한 이론 입증을 거쳐 ▷오류 보정된 논리적인 큐비트를 만든다. 현재 진행 중인 단계다. 이후 ▷큐비트를 결합해 트랜지스터를 구축하고, ▷큐비트를 확장해 10만개를 결합, ▷100% 오류 보정된 큐비트 단계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이날 루체로 엔지니어는 양자컴퓨터에서도 오픈소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큐(Cirq) 언어, 라이브러리 리소스 등을 공유해 양자컴퓨터 연구가 가능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모든 관심있는 연구자들이 직접 코딩, 시뮬레이션 등을 해볼 수 있다”면서 “각종 연합체와 함께 공동연구를 하는 것에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QaaS(Quantum as a service·서비스형 퀀텀)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그는 “누구라도 양자 컴퓨팅 영역에서 성과를 내면 그 성과는 모두에게 돌아간다”며 “그래서 연구 커뮤니티 자체가 더욱 발전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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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구공팔일오
    칠구공팔일오 2021-09-22 14:32:26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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