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피스 듀오 2(사진=마이크로소프트 유튜브 채널)
▲ 서피스 듀오 2(사진=마이크로소프트 유튜브 채널)

윈도폰으로 씁쓸한 실패를 맛봤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스마트폰 시장을 다시 두드리고 있다.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기반의 폴더블폰(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서다.

MS는 22일(미국 현지시간) 온라인 행사를 열고 폴더블폰 '서피스 듀오2', 태블릿 PC '서피스 프로8' 등의 신제품을 공개했다.

서피스 듀오2는 지난해 9월 출시된 서피스 듀오에 비해 특히 하드웨어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엿보인다. 전작은 전면 카메라 1개만 배치돼 반대 방향을 촬영하기 위해선 디스플레이를 뒤로 돌려야 했다. 신작은 후면에 망원·초광각·표준 렌즈로 구성된 트리플 카메라가 장착돼 통상적인 스마트폰의 방식으로 촬영할 수 있다.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5G를 지원하는 퀄컴 스냅드래곤 888 5G를 장착했다. 비대면 결제에 필요한 NFC(근거리무선통신), 와이파이 6 등 전작에 누락됐던 기능들도 지원한다. 램(RAM)은 8기가바이트(GB)이며 저장용량은 128·256·512GB 중 선택할 수 있다. 4449mAh 용량의 배터리도 탑재했다. 화면을 펼쳤을 때 두께는 5.5mm로,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3(6.9mm)과 비교하면 더욱 날렵하다.

이 제품은 5.8인치 AMOLED 디스플레이 두 개가 경첩으로 연결된 듀얼스크린 형태다. 접히는 부분까지 화면이 표출되는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아닌,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 LG전자의 V50S씽큐의 디스플레이와 비슷한 모습이다. 화면을 접으면 옆면의 힌지 사이로 '글랜스 바'라는 사이드 디스플레이를 통해 시간, 알림 등을 표출한다.

▲ 서피스 듀오 2를 텐트형으로 접은 모습(사진=마이크로소프트 유튜브 채널)
▲ 서피스 듀오 2를 텐트형으로 접은 모습(사진=마이크로소프트 유튜브 채널)

사양만 놓고 보면 여타 스마트폰 제조사의 플래그십 기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최적화가 얼마나 잘 돼있는지가 시장에서 서피스 듀오2의 위치를 가름 지을 것으로 보인다. 전작은 양쪽 화면 간 동기화(싱크)가 잘 이뤄지지 않고, UI(사용자 환경)가 겹쳐 보이거나 작동하지 않는 등의 오류가 지적된 바 있다.

미국의 IT 전문매체 씨넷(Cnet)은 "하드웨어는 완전히 새로워졌고 다른 프리미엄 기종과 경쟁할 준비가 돼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MS가 이번에는 소프트웨어를 더 잘 다듬고 최적화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MS의 윈도폰은 철저히 실패했다. 2012년 출시 당시 마케팅 비용만 4억 달러를 들였으나, 개발자들이 찾지 않아 앱이 부족했고 인터페이스가 불편해 소비자들이 외면했다. 2017년 '윈도폰 8.1' 지원을 중단하면서 MS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손을 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던 MS가 지난해부터 서피스 듀오 시리즈를 출시하는 건 스마트폰 시장 참여에 대한 의지가 꺾이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윈도 OS를 갖고 있다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모바일 OS 중 약 70% 점유율을 차지하는 안드로이드를 채택했다. 이와 함께 MS 오피스앱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MS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안드로이드 생태계와 공생해 'MS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이 읽힌다. MS는 다음달 5일 출시하는 윈도 11에서도 아마존 앱스토어를 내장해 안드로이드 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들도 윈도 11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여러 디바이스에서 윈도와 안드로이드 두 OS를 연결하면서, 기기 간 '연결성'을 핵심으로 하는 애플 생태계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미래 먹거리 확보 측면에서도 폴더블폰은 유망하다. MS의 전체 매출에서 하드웨어 비중은 4% 수준으로 미미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은 약 900만대 규모로 전년 대비 3배, 오는 2023년까지 10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MS는 어느정도 시장에서 안착한 '서피스'의 이름값을 폴더블폰까지 이식해 판매 확대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업계 선도 제조사들을 MS의 기술력으로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전세계 폴더블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80% 넘는 점유율로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구글이 올해, 애플이 2024년 신제품을 출시할 전망이다. 다소 높은 가격대도 장벽이다. 서피스 듀오2 가격은 미국 달러 기준 1499달러(약 176만원)로, 전작보다 99달러 높아졌다. 전작은 70%에 달하는 파격적인 할인율을 적용하고 나서야 재고가 매진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같이 하는 대표적인 회사가 애플"이라며 "애플이 처음에는 하드웨어 중심으로 하면서 특화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왔듯, MS도 그런 것들을 의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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