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카카오모빌리티)
▲ (사진=카카오모빌리티)

Questions
• '심판인 카카오가 선수로 뛰는 건 불공정하다'는 말의 뜻은 무엇일까요?
• 심판으로서 플랫폼 기업의 역할은 무엇이고, 플랫폼 기업의 어떤 행위를 불공정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 플랫폼 기업은 심판에만 머무를 수밖에 없는 걸까요?

“심판이 선수로 뛰는 건 불공정하다”

공룡 플랫폼이 된 카카오를 두고 나오는 말입니다. 특히 카카오와 각을 세우고 있는 택시·대리운전·소상공인업계 등에서 ‘심판(카카오)이 선수로까지 나서 골목상권을 침해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요.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부위원장도 지난 10일 공정위와 한국산업조직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검색알고리즘의 공정성·투명성과 경쟁이슈’ 학술토론회에서 “시장을 지배하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심판과 선수 역할을 겸하는 이중적 지위를 악용해 자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규칙을 조정하고 왜곡하는 행위는 공정위의 집중 감시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플랫폼 기업이 플랫폼 상에서의 상품이나 서비스 노출 순위를 알고리즘을 통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이는 카카오뿐 아니라 네이버, 여타 온라인 쇼핑 플랫폼 등 모두에 해당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공정위는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해 자사 상품 및 서비스는 상단에, 경쟁사 상품 및 서비스는 하단에 노출한 행위를 조사해 시정한 바 있죠.

양면시장 구조의 플랫폼 비즈니스
플랫폼 비즈니스가 일반화하면서 앞으로도 플랫폼들을 향한 이러한 비판은 계속될 텐데요. 정확하게 ‘심판인 플랫폼 기업이 선수로 뛰는 건 불공정하다’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를 알기 위해선 먼저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격을 이해해야 합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양면시장’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시장이 두 개라는 건데요. 플랫폼 기업은 생산자와 소비자 즉, 두 시장을 상대로 양쪽 사이의 거래를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를 하는 단면시장 구조와 다르죠. 그래서 플랫폼 기업은 생산자와 소비자 양쪽 모두를 만족시켜야 합니다. 여기서 일반적인 네트워크 효과를 넘어 ‘교차 네트워크 효과’가 생기는데요. 소비자와 생산자 각각의 시장에서 연결의 가치가 커지는 것을 넘어, 생산자와 소비자가 교차되며 더 큰 연결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거죠. 이때 이 연결의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결국 플랫폼 기업은 생산자와 소비자 양쪽을 만족시켜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선순환을 통한 긍정적 외부 효과로 플랫폼 비즈니스는 급성장할 수 있지만, 당연히 부정적 외부 효과도 있을 수밖에 없겠죠.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의 저자 강성호 금융위원회 서기관은 이를 두고 ‘네트워크 경제엔 공짜 점심이 있다’고 표현했는데요.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즐겨 쓰던 격언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어떤 일이든 항상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를 뒤집은 말입니다. 무슨 뜻일까요?

플랫폼 기업은 교차 네트워크 효과를 위해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데, 이 과정에서 돈을 내는 쪽과 혜택을 받는 쪽이 달라진다는 건데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일단 플랫폼 기업들은 양면시장의 한 축인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서비스를 공짜로 풉니다. 그래야 생산자들도 모이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네트워크가 충분히 커지면 플랫폼 기업들도 수익성 확보를 고민할 수밖에 없죠. 결국 생산자들에게 소비자들의 플랫폼 사용료에 대한 비용 부담을 넘기게 되는데요. 입점료, 광고료, 수수료 등이겠죠.

이 결과로 공룡 플랫폼 기업의 독점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때 가격 또한 시장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간 결정되지 않고, 시장을 독점한 플랫폼 기업에 의해 좌우될 소지가 커집니다. 물론 생산자 입장에서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건 가격뿐만이 아닙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플랫폼 기업들은 상품과 서비스를 노출할 때 자사 알고리즘을 적용하는데요. 플랫폼 기업 입장에선 소비자 편의성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생산자 입장에선 그 결과가 불공정할 수 있는 거죠.

최근 카카오에 대한 택시업계의 불만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일단 카카오가 단순 중개를 넘어 가맹택시(플랫폼 기업이 택시 호출 서비스 품질 관리를 하고 수수료를 받는 것) 사업까지 하는 걸 두고 심판이 선수를 겸직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데요. 여기에 카카오 가맹택시 기사들은 ‘카카오T’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택시 호출을 우선 배차 받기 위해 카카오의 유료 모델인 프로멤버십에 가입해야 합니다. 카카오는 최근 이 프로멤버십 가격을 월 9만9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인하했는데요. 그럼에도 택시업계가 카카오에게 불공정하다고 외치는 이유는 카카오의 시스템에 의해 가맹택시가 아닌 택시, 가맹택시, 가맹택시이면서 프로멤버십에 가입한 택시 등이 경쟁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때 프로멤버십 가입 택시에 우선 배차를 하면 오히려 고객 가까이에 있던 택시(비가맹 혹은 프로멤버십 비가입 택시) 입장에선 불공정한 배차라고 느끼게 되고요.

카카오가 가맹택시로부터 가맹료를 받고 있으면서 또 다른 유료 모델인 프로멤버십을 운영하는 것도 비판 지점입니다. 카카오가 얼마 전 폐지한 ‘스마트호출’ 제도도 소비자 부담을 높인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는데요. 고객이 돈을 더 내면 택시를 빨리 잡을 수 있게 한 제도죠. 사실 이러한 논란은 중개업에 국한된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 수익모델 한계에 기인한 결과이기도 한데요. 앞서 말한 입점료, 광고료, 수수료 외 플랫폼 기업이 수익모델 확장을 시도하려면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프리미엄 서비스 모델을 내놓거나 소비자에게도 비용을 요구하는 등의 방법이 있죠.

그렇다면 양면시장을 중개하는 플랫폼 기업의 심판으로서의 역할은 어디까지 일까요?

미국 플랫폼 컨설팅 기업 애플리코(Applico) 설립자이자 대표인 알렉스 모아제드(Alex Moazed)의 책 <플랫폼 기업 전략>에서 이를 엿볼 수 있는데요. 그가 제시한 플랫폼의 기능은 4가지입니다. 사용자 확보(네트워크 효과), 최적의 연결(알고리즘 활용), 핵심거래 지원 도구와 서비스 제공, 플랫폼 신뢰 구축과 품질 유지를 위한 규칙 제정과 관리 등입니다. 이 4가지 기능이 선순환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 가운데 핵심 기능은 ‘핵심거래를 지원하는 도구와 서비스 제공’입니다. 즉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이 잘 운영되도록 도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거래비용을 낮추고 진입장벽을 없애고 데이터를 통해 플랫폼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플랫폼 기업의 역할이죠.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가치를 창조하고 연결되도록 도움을 주는 제품과 기술에 투자해 도구를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무언가 잘못된 일이 있을 땐 고객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까지요.

네이버가 과거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중소상공인과 창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젝트 꽃’ 사업을 시작한 바 있는데요. 심판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기 위한 플랫폼 기업의 노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사업 전략 수립 지원부터 주문관리, 챗봇, 라이브커머스 등 소상공인과 창작자들을 위한 다양한 온·오프라인 도구를 지원하고 있죠.

▲ (사진=네이버)
▲ (사진=네이버)

공룡 플랫폼의 독점...규제가 해법일까
어쨌든 네이버에 이어 카카오까지 골목상권 침해와 불공정성 논란이 일면서 결국 정부와 정치권이 꺼내든 해법은 ‘규제’인데요. 현재 국회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플랫폼 공정화법)’이 여러 건 계류 중입니다.

온라인 플랫폼은 직접 거래에 참여하지 않는 중개사업자인데, 현행법상 이를 이용하는 사업자와 소비자에 대한 보호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에서 발의된 법률안들입니다. 현재 온라인 플랫폼은 중개사업자이니 당연히 자신의 명의로 유통업을 하는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대규모유통업법’이 적용되지 않고 있고요. 공정거래 분야의 일반법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도 온라인 플랫폼 거래에 있어 계약서 작성과 상생협약 등 공정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근거 규정이 없는 상태거든요. 즉 플랫폼 공정화법은 이러한 법적·제도적 공백을 메워 플랫폼의 불공정한 갑질을 규제하고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려는 목적으로 발의됐습니다.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기준 제시, 위반행위에 대한 조사 및 처리, 분쟁 해결 등을 위한 토대 마련에 초점을 두고 있죠.

해외에선 더 나아가 플랫폼 기업의 인수합병(M&A) 제한이나 기업분할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는데요. 특히 미국 하원은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의 독점화에 대한 조사를 계속 진행해왔습니다. 미 법무부와 FTC(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 페이스북 등을 상대로 반독점소송을 제기하기도 했고요. 이에 대한 강력한 시정조치 가운데 하나로 기업분할도 제시되고 있는 겁니다.

앞서 언급한 강성호 금융위원회 서기관은 책에서 ‘플산분리’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플랫폼 기업과 인접 산업 간 분리를 뜻합니다. 네트워크 기업들이 플랫폼의 독점력을 이용해 인접 산업에 손쉽게 진입하는 것을 금지하자는 건데요. 네트워크 기업의 핵심 서비스와 부가 서비스의 범위를 획정해 인접 산업 범위를 정의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예를 들어 구글에게 검색엔진이 핵심 서비스라면 유튜브는 운영하지 못하게 하자는 거죠.

사실 이러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은 공룡 플랫폼 기업이 새로운 기업의 시장 진출을 가로막을 수 있단 우려가 깔려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또 여기엔 과거 전통적 기업들의 독점 형태처럼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 형태는 오래 유지되지 않을 거란 상반된 시각도 있습니다. 대부분 산업의 진입장벽이 과거보다 낮아졌고 플랫폼 기업은 자산보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급성장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인데요. 특히 플랫폼이 제공하는 가치에 따라 소비자들이 얼마든지 플랫폼을 갈아탈 수 있는 시대고요.

이러한 가운데 카카오는 플랫폼 기업 본연의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죠. 지난 14일 카카오는 골목상권 논란 사업 철수를 검토한다고 발표하면서, 플랫폼 종사자와 소상공인 등 파트너들과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5년간 상생기금 300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또 신사업 진출 시 IT 혁신과 이용자들의 후생을 더할 수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기술 연구 개발과 글로벌 비즈니스 강화에 힘쓰겠다고 했죠.

이에 업계에선 ‘단순 메신저’에서 ‘생활 플랫폼’으로 성장한 카카오가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행보와 함께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요. 현재 카카오 매출은 플랫폼 부문과 콘텐츠 부문으로 나뉩니다. 이 가운데 콘텐츠 부문에 힘을 준다는 거죠. 앞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일 멜론컴퍼니와의 합병 절차 완료 소식을 전하며 스토리(웹툰, 웹소설), 뮤직, 미디어(오리지널 영상 콘텐츠) 3개 주요 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엔터기업으로 도약하겠단 포부를 밝히기도 했죠. 이를 위해 카카오는 수익모델로 콘텐츠 구독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물론 이와 별개로 플랫폼 부문에 대한 규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달 열리는 국정감사에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는데요.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인한 골목상권 위협, 독점적 시장구조에 따른 이용자 수수료 착취 등에 대해 지적할 예정입니다. 정무위는 쿠팡과 야놀자 대표도 각각 증인으로 신청했는데요. 역시 이들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를 들여다볼 계획입니다. 또 앞으로 플랫폼 공정화법이 시행된다면 플랫폼 기업의 역할에 대한 기준 제시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감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플랫폼 기업들이 중개자로서 또 다른 중개 거래 시장을 키우고, 생산자와 소비자들에게 기술로 어떤 가치를 안겨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플랫폼 기업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중개 플랫폼으로서의 기능 외 다른 사업 부문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 이 또한 더 강력한 규제로 인해 브레이크가 걸릴 수도 있는 만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볼 문제
•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은 소비자 편의성을 만족시키면서 생산자에게 공정한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요?
• 과거 전통적인 기업의 독점 형태와 달리 플랫폼 기업의 독점 형태는 오래가지 못할까요?
• 네트워크 기업의 핵심 서비스와 부가 서비스 범위는 명확하게 나눌 수 있을까요?
• 중개를 핵심으로 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수익성 확대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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