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이른바 ‘문어발’ 사업확장 논란에 부랴부랴 상생안을 내놨지만, 반응은 미지근하다. 계열사들의 상장도 차질을 빚고 있다. 다음달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맹공이 예상되는 가운데, 카카오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기준 카카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77% 하락한 11만5000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 75조원을 돌파했던 시가총액은 51조1741억원까지 주저앉았다. 정부·여당의 규제압박 여파다. 

‘카카오 때리기’ 규제로 잡고 국감서 잡고
카카오를 겨눈 규제는 전방위적이다. 오는 25일부터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카카오페이는 위법 소지를 지적 받은 자동차·운동·반려동물·해외여행자보험 등 각종 보험 비교 서비스를 잠정 종료했다. 투자 서비스도 대대적으로 개편했지만 다음달 14일로 예정됐던 상장 일정은 차질을 빚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나섰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 가맹택시에 ‘콜 몰아주기’를 했는지 들여다보고 있고, 김범수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케이큐브홀딩스는 지정 자료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조사 중이다.

내달 열리는 국감에서는 ‘카카오 때리기’가 예상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6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내달 예정된 국감 증인으로 확정했다. 독점적인 시장구조를 무기로 ‘골목상권’을 위협하는지 들여보겠다는 취지다. 계열사 신고누락, 경쟁사 인수·합병(M&A)도 따져볼 계획이다. 이 외 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도 김 의장을 소환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 계류됐던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 등의 처리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M&A로 컸지만…무리수 남발한 각개전투
정치권이 카카오에게 날을 세우는 이유로는 과도한 사업확장이 꼽힌다. 카카오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발판 삼아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특히 2014년 포털 ‘다음(Daum)’ 합병, 2016년 국내 최대 음악서비스 ‘멜론’ 운영사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웠다. 한게임을 네이버와 합병해 NHN을 탄생시켰던 김 의장의 전략이었다. 이외에도 김 의장은 카카오페이지로 재탄생한 포도트리, ‘국민내비’로 불렸던 ‘김기사’ 개발사 록앤올 등 각 분야별 기업들을 품으면서 카카오를 키워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연결회사는 118개에 달한다. 지난 8월에는 128개까지 늘었다. 사업영역은 광고·웹툰부터 미용실·대리운전까지 폭넓다. 김 의장은 올해 2월 사내 간담회에서 임직원들에게도 “기회를 잡기 위해선 새로운 회사가 나오면 빨리 인수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망하지 않는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몸집을 키우면서 발이 꼬였다. 불어난 계열사끼리 외부자금을 유치하면서 중구난방으로 내달린 것이 화근이 됐다. 2017년 카카오에서 독립한 카카오모빌리티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흑자전환을 위해 택시 유료멤버십 출시, 스마트호출료 인상, 전화콜 대리업체 인수 등에 나서면서 잇단 논란을 일으켰다.

퀵·꽃배달 등에도 진출해 카카오가 골목상권까지 끼어든다는 우려도 나왔다. 여론이 돌아선 결정적 계기였다. 완급 조절에 실패한 것은 김범수 의장의 실책이기도 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는) 단기간 M&A로 급성장하면서 조직문화가 통일되지 못했다. 창업자의 가치관을 공유하지 못했고 빨리 상장해 ‘대박’을 터뜨리려는 내부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범수 경영전략 바뀔까…카카오 앞길, 첩첩산중
주가 회복은 안갯속이다. 페이·모빌리티 등 자회사 상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카카오의 기업가치도 상승했는데, 당국이 영업방식에 제동을 걸면서 수익구조 조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는 상장 일정 재검토에 들어갔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주관사 선정을 잠정연기하기로 했다. 상장 일정까지 꼬이자 증권가에서는 카카오 목표주가를 잇달아 낮춰 잡고 있다. 자영업자의 목소리를 의식한 정치권이 카카오의 ‘독과점’ 문제를 내년 대선까지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지나치게 분산된 조직구조를 운영해온 김범수식(式) 경영체제가 오히려 기업의 일관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위 교수도 “카카오 초기 창업정신으로 되돌아가 전체 계열사에 창업자의 가치관을 분명하게 정리해줘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카카오가 2015년 다음과의 합병을 앞두고 구성했던 최고경영진협의체(CXO)의 부활을 점치고 있다. 계열사 대표로 구성된 참모조직을 통해 독립경영은 보장하되 전체 그룹의 전략을 세우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케이큐브홀딩스에 얽힌 의혹도 카카오가 풀어야 할 숙제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 지분 10.59%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사실상 카카오 지주사로 김 의장의 동생·부인·아들·딸 등 가족들이 이 회사에서 근무해왔다. 김 의장은 상생안을 통해 케이큐브홀딩스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 관계자는 “이미 민심이 얼어붙어 이를 회복하려면 케이큐브홀딩스의 논란이 해소되고 김 의장이 세운 사회공헌재단(브라이언임팩트)과 재산 절반 기부선언, 카카오 상생안 등이 진정성을 인정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앞서 카카오는 상생안을 통해 골목상권에서 철수하고 콘텐츠·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사업을 적극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다만 갈 길이 멀다. 올해 카카오 상반기 매출 2조6101억원 가운데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로 추정된다. 일찍이 카카오톡은 영어·일본어 서비스도 내놨지만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고, 싱가포르·중국 등에 세운 법인도 적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재팬이 유일하게 성과를 내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크러스트 등이 각각 웹툰·웹소설, 게임, 블록체인 사업을 통해 세계 시장을 두드리고 있으나 아직 걸음마 단계다. 카카오가 ‘내수용’ 꼬리표를 떼기까지는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대책은 소상공인과의 상생이다. 위 교수는 “중소사업자와 마찰이 생기면 국민은 그것을 갑과 을의 대결로 본다. 일차적으로는 (이들과의) 갈등을 축소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카카오도 상생안을 통해 플랫폼 종사자와 소상공인 등을 위해 공동체 차원에서 5년간 상생기금 3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발표 직후 소상공인연합회·서울개인택시조합·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등은 카카오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앞다퉈 배포했다. 협의 없는 일방적인 대책이라는 게 비판의 골자였다.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생기금 3000억, 구체적인 계획 없는 일부 사업철수 등 졸속대책을 발표하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신산업에 투자하고 소상공인과의 근본적인 상생협력 방안을 함께 마련해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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