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업계 트렌드를 알기 쉽게 풀어봅니다.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업계가 사실상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체제로 굳어지게 되면서 코인마켓 전환을 통해 사업 연명을 택한 중소 거래소들의 생존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마감일까지 원화마켓이 포함된 사업자 신고를 낸 곳은 4대 거래소뿐이었습니다. 나머지 거래소들은 모두 원화마켓을 제외한 코인마켓 사업자로 신고를 진행했는데요. 가상자산 간 거래만 가능한 코인마켓과 달리 원화마켓은 실제 원화의 입출금, 환전도 가능해 국내 거래소 사업을 위한 필수 서비스로 분류됩니다. 그럼에도 원화마켓 신고 거래소가 4곳에 그친 이유는 이를 운영하기 위한 법적 요건인 은행의 실명 입출금 계좌를 지금까지 4대 거래소 외에 어떤 거래소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막판 기사회생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고팍스, 후오비코리아, 지닥, 한빗코 등 강소 거래소들마저 실명계좌 확보에서 최종 고배를 마신 건 최근 좁아질 대로 좁아진 중소 거래소들의 입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인데요. 이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선 지닥이 지난 13일 배포한 자료 내용을 참고해볼 수 있습니다.
지닥은 "실명계좌 발급을 앞둔 상황에서 은행이 정부 당국과 소통한 이후 이를 반려하는 경우들이 있었다"며 모든 상황이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을 주저하게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당국이 은행에 거래소 위험평가까지 수행하도록 해 압박감을 높인 것, 은행의 가상자산사업자 위험평가 기준 중 '거래량이 높을수록 고위험' '거래자가 많을수록 고위험'과 같은 조항이 포함돼 있지만 정작 거래량과 회원수가 가장 많은 4대 거래소들만 실명계좌를 재발급받은 것도 역설적이라 주장했습니다.
일례로 '선비 거래소'로 불릴 만큼 업계 내 평판이 좋았던 고팍스는 모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 확약서까지 받은 상태에서 신고 마감 당일 계약이 부결됐단 통지를 받았는데요. 이와 비슷하게 특별한 결격 사유 없이 실명계좌 계약에 실패하는 사례들이 이어지며 정부와 은행이 사실상 중소 거래소를 버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다만 장기전을 고려한다면 각 거래소마다 충분한 자본과 시장 어필 전략이 필요할 전망입니다. 그동안 가상자산 거래소에 경직된 태도로 일관해온 정부 및 은행들의 행태를 고려할 때 단기간에 실명계좌를 추가로 발급받는 사업자가 나올 가능성은 낮아 보이는데요. 새로 신고를 하더라도 심사에 최대 3달이 소요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기약 없는 보릿고개를 무사히 지나려면 충분한 운영 자금 확보, 회원 유지 전략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시점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고팍스는 정면돌파를 암시했습니다. 고팍스 관계자는 "원화마켓을 일시 중단했지만 아직 회원 이탈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오히려 고객센터를 통해 응원 메시지가 많이 전달되고 있는 분위기이고 이에 보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또 "고팍스는 앞으로 3년 이상 운영 가능한 여력을 갖추고 있어 자본 걱정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에 코인마켓 활성화를 위한 고객 콘텐츠를 보완하고 인력 유출 없이 추가 투자와 채용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후오비코리아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곳 관계자는 "후오비코리아는 원래 원화마켓보다 테더나 비트코인 기반의 코인마켓 거래가 더 활발했던 거래소"라며 "현재 거래량이 다소 줄어든 건 지난주 중국이 가상자산 거래를 전면 금지한 악재의 여파로 이는 4대 거래소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원화마켓을 아예 포기할 순 없기에 은행과의 협상도 지속할 계획이지만, 이 기회에 코인마켓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일에도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해당 관계자는 "후오비는 외국계이고 테더마켓에 상장된 코인이나 단독 상장 코인이 많다는 점도 사용자들의 수요를 충족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전반적으로 가상자산 사업자와 투자자에 대한 국내 여론이 곱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가상자산 프로젝트 개발과 투자 문화는 이미 국내뿐 아닌 전세계적 트렌드로 자리매김해 있습니다. 따라서 올바른 규제를 통해 부정적인 시장 요소들은 제거하되 신산업 발달 및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향후 정부와 업계 양측의 지속적인 연착륙 전략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