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탈모 인구 1000만명(대한탈모치료학회 추정치). 지난해 탈모로 의료기관을 찾은 사람은 23만3194명(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 진료 데이터 분석 결과).

암 완전 치료제 등장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초고속 통신을 기반으로 한 ‘비행 택시’ 도입이 가시화되는 현시대에서도 탈모는 정복하지 못한 질환이다. 스트레스·불규칙한 생활 등으로 20·30 세대의 탈모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탈모 치료제는 여전히 ‘꿈의 약’이라고 불린다.

27일 국내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탈모 인구가 주목할 만한 소식이 나왔다. 해당 소식 앞에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수식어가 붙지만, 탈모 정복을 향한 다양한 기업들의 도전은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탈모치료제 시장은 2020년 기준 약 8조원 규모다. 매년 8%씩 성장해서 2028년에는 현재의 두 배 가까이 그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웅제약, 호주서 탈모 치료 주사제 임상…글로벌 시장 공략 염두
대웅제약은 이날 호주 식품의약품안전청(TGA)으로부터 ‘IVL3001’의 1상 임상시험 계획(IND)을 승인받았다. IVL3001는 탈모 치료 장기지속형 주사제다. 현재 탈모 치료제는 경구제(먹는 약) 중심으로 시중에 나온 상태다. 현재 시판된 주사제 탈모 치료제는 없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호주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배경에 대해 “해당 주사제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둔 제품”이라며 “통상적으로 호주에서 진행하는 임상 시험은 다인종을 대상해 글로벌 진출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전략적인 이유로 호주를 임상 시험 국가로 택했다는 설명이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먹는 형태에서 맞는 방식으로 탈모 치료법이 변화할 경우 다양한 이점이 생긴다. 대표적으로 간편성이 꼽힌다. 경구제 탈모 치료제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양을 매일 꾸준히 복용하는 이른바 ‘복약순응도’가 중요하다. 반면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매일 경구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 치료 편리함이 높아지는 셈이다. 또 안정적인 효능도 담보할 수 있고, 병원을 방문해 투약하는 제제 특성상 오·남용과 부작용의 위험도 더 적다.

▲ 대웅제약 사옥 전경.(사진=대웅제약)
▲ 대웅제약 사옥 전경.(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은 이번 임상에서 IVL3001의 경구제 대비 우수한 약물 체내 동태와 생화학적 지표를 바탕으로 한 효능을 증명할 예정이다. IVL3001은 앞서 진행한 효력시험에서 경구제와 비교했을 때 낮은 투여량으로도 우월한 탈모 치료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대웅제약은 현재 장기지속형 주사제 2종을 개발 중이다. IVL3001는 1개월 간격으로 주사를 맞는 형태고, IVL3002는 3개월 간격으로 처방받는 식이다. 회사 관계자는 “1개월 제형으로 먼저 안전성을 검증한 뒤 3개월 제형의 임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임상은 대웅제약이 지난 6월 인벤티지랩·위더스제약과 체결한 ‘탈모치료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개발·생산·판매를 위한 3자간 업무협약’에 따른 성과다. 3사는 2023년 국내 발매를 목표로 공동 개발 및 상용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개발 과정에서 대웅제약은 임상 3상·허가·판매를, 인벤티지랩은 전임상·임상 1상·제품생산 지원 업무를, 위더스제약은 제품생산을 각각 담당한다.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는 “장기지속형 탈모치료 주사제를 개발해 매일 약을 복용하는 탈모인들이 편의성과 안정적 효과를 누릴 수 있게 하겠다”며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파트너사들과 함께 성공적인 제품 개발을 이뤄낼 수 있도록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종근당도 ‘주사 탈모 치료제’ 개발…국내서 임상 진행
탈모치료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경구제보다 다양한 이점이 있는 만큼 개발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종근당 역시 지난 3월 탈모치료 장기지속형 주사제 ‘CKD-843’의 임상 1상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승인받았다. 현재 투여 후 약동·약력학적 특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무작위배정, 공개, 평행설계 시험을 진행 중이다. 특히 경구형 치료제(아보다트·성분명 두타스테리드)와 CKD-843의 효능을 비교하는 시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40명의 참여자를 모집해 진행되는 임상 1상은 내년 2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치료제의 특성상 경쟁사들과의 개발 경쟁을 고려해 현재 구체적인 임상 단계를 밝히긴 어렵다”면서도 “주사 형태의 탈모치료제 개발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 종근당 사옥 전경.(사진=종근당)
▲ 종근당 사옥 전경.(사진=종근당)

새로운 치료제 개발도 속도…‘탈모 정복’ 기대감 고조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탈모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열더라도 ‘완전 정복’에 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학계에선 경구제와 마찬가지로 투약이 1년간 중단될 경우 효능이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새로운 치료제 등장이 여전히 주목받고 있는 배경이다. 이 분야에서도 대웅제약이 활약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1월 자체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가 남성형 탈모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했다. 나보타의 탈모 개선 효과에 대한 연구자 임상 연구 결과는 SCI 저널인 미국 피부과학회지(JAAD)에 게재되면서 주목받았다. 대웅제약은 IVL3001와 달리 나보타에 관한 연구는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연구진은 탈모 부위에 약 스무 군데 시술 범위를 설정한 후 나보타를 4주 간격으로 총 6회 투여했다. 1회 투여 시 30유닛(U)을 주사했으며, 24주간 총 180유닛(U)을 주사했다. 치료 전과 대비해 24주 차에 모발 개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다. 연구자의 육안 평가(Physician’s global assessment scale)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탈모가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 약물 관련 심각한 이상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박병철 단국대학교 피부과 교수는 선행연구를 통해 나보타가 모낭세포에서 모낭의 휴지기 유도 및 탈모를 유발하는 TGF-β1의 분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박 교수는 “보툴리눔 톡신의 진피 모낭 주사에 의해 TGF-β1이 억제됨으로써 생장기 모발의 기간이 연장됐다”며 “휴지기 모발 탈락이 억제돼 탈모가 감소하고 모발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남성형 탈모에 보툴리눔 톡신이 하나의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과 그 치료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 연구팀은 남성형 탈모 환자에게 투여 간격을 3개월로 늘리고 1회 모낭 주사 시 나보타의 용량을 증량하는 등 투여 방법을 확인하는 후기 임상 2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 탈모 부위에 나보타 주사 전(A)과 주사 후 24주차(B)의 연구자 육안 평가.(사진=대웅제약)
▲ 탈모 부위에 나보타 주사 전(A)과 주사 후 24주차(B)의 연구자 육안 평가.(사진=대웅제약)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서울대 화학부 이형호 교수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APN5펩타이드’도 대안으로 꼽힌다. 연구진은 지난 24일 해당 물질이 모발 성장을 촉진하고 탈모 증상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공동연구팀은 아디포넥틴(adiponectin) 수용체에 특이적으로 결합해 모발 성장을 촉진하고 탈모 증상 억제 효과를 보이는 펩타이드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분자생물학회(EMBO)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인 ‘엠보 분자의학(EMBO Molecular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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