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업·기술·기기가 또 2021년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을까? <블로터>가 설문조사와 전문가 추천 등의 방식으로 '우리의 일상을 바꿀 기업·기술·기기'를 선정, 소개한다.

▲ 김민승 솔닥 대표. (사진=솔닥)
▲ 김민승 솔닥 대표. (사진=솔닥)

의사·약사·환자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비대면 진료 서비스 영역을 키워 나가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솔닥(솔직한닥터)’이란 플랫폼을 운영하는 아이케어닥터다. 최근 일부 비대면 진료 서비스 플랫폼과 의사, 약사 등 전문직단체 간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가운데 솔닥은 차근차근 의료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의료인 중심 운영 체계를 구축하며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김민승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솔닥은 현재 정기적인 진료와 의약품 복용이 요구되는 탈모·피부질환·성기능 등 만성질환 영역에 전문화된 비대면 진료, 처방, 약 배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3월 비대면 진료를 시작한 이후 한 달만에 200건 이상의 처방을 진행했고 전달 대비 월간 진료 건수 성장률이 지난 6월 92.68%, 7월 129.74%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하다 나와, 2018년 아이케어닥터를 창업해 현재 솔닥의 운영 전반을 맡고 있다. 공동 창업자인 이호익 대표는 신사동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며, 솔닥에서 기획을 총괄하고 있다.

시작은 '전문가와 고객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
이들이 처음부터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 건 아니다. 김 대표가 화장품 수출 사업을 준비하면서 이 대표에게 도움을 많이 받게 됐고, 이후 해당 사업을 엑시트(exit)하고 함께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2018년 아이케어닥터를 창업하고 처음 내놓은 상품이 눈 건강 전문 브랜드 에이엠이(AME)였다. 인공눈물 같은 의약품을 보완할 수 있는 상품인 아이크림 등을 개발해 일반인들이 스스로 눈 건강 관리를 할 수 있게 했다. 인공눈물을 자주 쓰는 것보다 바셀린과 같은 효과의 성분들을 눈가에 마사지하듯 발라주는 것이 눈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논문에 기반했다.

그런데 과학적 논문을 바탕으로 만든 전문적인 건강관리 상품들은 고객의 마음을 쉽게 사로잡지 못했다. 김 대표는 “아무리 좋은 취지로 만들어도 상품이다 보니 결국 마케팅 영역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면서 “예를 들어 눈 건강 크림이 미백이나 주름 쪽으로 가게 되고 하면서, 어느 순간 미용이 중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적인 건강 관련 메시지를 풀어보려 하면 딱딱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커머스 영역으로 가게 되면 건강관리가 아닌 미용관리로 가게 돼 고민이 많았다는 뜻이다. 결국 전문가들과 고객들이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특히 한국처럼 의료 인프라가 우수한 곳에선 환자들이 병원에 많이 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좀 더 나아가 의사들이 환자와 대화를 많이 하면서 친구 같은 주치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플랫폼의 시작점은 그간 꾸준히 과학적 논문을 기반해 만든 상품들이 누가, 왜, 어떻게, 무슨 효과를 기대하고 만든 것인지 고객들에게 알려주면서 무료로 눈 건강 관련 상담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한 달에 400건 넘는 상담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피부와 탈모 영역까지 상담을 확대했다. 그렇게 솔닥이라는 이름의 서비스가 2020년 9월 나왔다.

현재 탈모, 피부질환(유아 포함), 성기능 등의 영역까지 넓혀간 상태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의사의 관여도가 높은 영역의 건강 분야는 병원에 가야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 대표와도 그런 부분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탈모, 여드름, 발기부전, 유아 피부 등은 목숨과 직결된 건 아니지만 매일 환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영역들이다”면서 “또 고객들이 소통을 많이 하고 싶어 하는 영역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코로나19로 감염병이 심각단계에 들어서며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고, 자연스럽게 상담에서 진료까지 서비스를 확장하게 됐다. 현재 약 처방과 배송까지 함께 하고 있다.

의료진과 상생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탈모, 피부질환, 성기능 등 해당 진료 영역의 의약품들은 제약사에서 약국으로 보낼 때와 약국에서 고객에게 보낼 때 배송 컨디션이 같아도 상관이 없는 의약품이기도 하다.

예컨대 감기에 걸려 물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 물약은 변질될 위험 때문에 택배 배송을 할 수 없다. 물론 배송 컨디션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솔닥이 의약품 배송에 신경을 아예 쓰지 않는 건 아니다. 김 대표는 “타 서비스들은 민간 택배사를 많이 활용하는데 저희는 의약품이니까 허브에 들어가는 걸 굉장히 반대한다”면서 “그래서 최대한 허브 없이 본인 확인을 통한 배송이 가능하게 우체국 택배를 활용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솔닥은 혹시 모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처방전도 고객용은 사본이고, 약국용만 원본이다.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약사들의 우려를 잠재운 것이다. 특히 카카오톡(카톡) 메신저를 통해 비대면 진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유가 있다. 김 대표는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에 비해 효용이 증명되는 부분이 고객에게 약이 끊기지 않고 연속적으로 갈 수 있을 때다”면서 “그러면 약이 떨어지기 전 알람을 받아 진료를 신청해야 하는데 최적화된 채널이 메신저다”고 말했다.

결제도 카톡 안에서 일괄적으로 자동 결제된다. 만약 처방을 받지 않고 상담만 받는다면 무료다. 진료를 받기 이전이라도 최대한 전문가와의 상담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 솔닥의 모토다.

▲ 카카오톡 알림톡으로 가능한 비대면 진료. (사진=솔닥)
▲ 카카오톡 알림톡으로 가능한 비대면 진료. (사진=솔닥)

환자가 의사를 선택할 수도 없고 광고도 수수료도 받지 않는 솔닥은 의료기관으로부터 소프트웨어 사용료를 받을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플랫폼에 병원이 입점해 고객들로부터 선택을 받는 방식에서 의료기관은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광고비를 플랫폼에 지불한다. 이는 현재 일부 플랫폼과 의사단체 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솔닥은 ‘시간을 사는 개념’을 도입했다.

김 대표는 “지역이나 진료과목에 따라 특정 시간대가 빌 때가 있다”면서 “유휴 진료시간을 고객과 매칭해주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의사가 원하는 시간대에 진료를 보려면 그 시간에 맞춰 소프트웨어를 켜면 고객과 매칭이 되고, 이에 대한 사용료를 솔닥이 받는 방식이다. 현재까진 사용료를 받고 있지 않다. 김 대표는 “본업을 유지하면서 유휴 시간을 활용하게 되니 의사들의 반응이 좋다”고 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제휴 의료기관들 간에 경쟁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현재 제휴 병원은 4곳이다. 최근 제휴 신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서비스 초기다 보니 신중한 상황이다.

이러한 수익모델 때문에 솔닥은 개발팀 확보에도 신경을 썼다. 현재 회사 운영 인력 15명 가운데 6명이 개발 인력이다. 빅데이터 수집과 관리 등에 집중하면서 전문성을 높일 계획이다. 마케팅 기획 같은 경우 패션 플랫폼 쪽 인력을 영입했다. 김 대표는 “원격진료,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용어 자체가 어려워 어떻게 쉽게 풀까 했는데, 패션 쪽은 고객 입장에서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분야라 그쪽 분들을 영입했다”면서 “개발자분들이 많은 건 단순 서비스 영역으로 끝나지 않고 건강 관련 정보, 데이터의 고도화를 위해 개발에 중점을 많이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솔닥은 그동안 개발해 온 커머스 부문도 발전시킬 계획이다. 진료 이외 예방과 관리를 위한 상품들을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단 목표다. 김 대표는 “진료의 영역에선 당연히 우리 상품을 사라고 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치료가 다 됐을 때 예방과 관리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저희를 통해 전문가들과 상담을 하고 저희가 만든 제품을 쓰면서 홈케어를 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즉 ‘상담, 진료, 홈케어’ 3가지 서비스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솔닥이 그리는 미래다.

현재 솔닥 서비스 이용자의 70%는 2030세대다. 특히 탈모와 유아용 보습제 영역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다. 김 대표는 “어머니들이 아이의 건조상태 때문에 유아용 보습제를 많이 쓰는데, 아이를 데리고 받으러 가기 쉽지 않고 지방에선 보습제를 찾기도 힘들다”면서 “하지만 솔닥을 통하면 영상으로 의사가 아이 건조상태를 보고 처방을 내려 집으로 약을 배달해주는 것이 카톡 안에서 다 해결되기 때문에 너무 좋아하신다”고 전했다. 탈모 환자들도 퇴근하고 병원에 가지 않고 솔닥으로 해결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 이호익 대표. (사진=솔닥)
▲ 이호익 대표. (사진=솔닥)

지난 8월 말 솔닥은 1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시리즈 A 투자 유치 작업을 마무리했다. 김 대표는 “서비스가 지금은 초기이지만 이 대표님을 포함해 의료인 중심으로 운영 체계를 만든 부분이 인정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솔닥을 통해 상담 및 진료를 보는 의사는 10명 정도이지만, 서비스 기획 쪽에 참여하는 파트너들까지 포함하면 의사는 20명 정도다. 이들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의료법과 약사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면서 의료인 중심으로 솔닥의 서비스를 구축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향후 확장할 진료 영역에 대해선 신중하다. 성인과 유아를 중점적으로 보고 금연 치료, 다이어트처럼 비보험 영역에서 반복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 쪽으로 영역을 확대하려 하지만 고민이 많다. 김 대표는 “어떤 부분이 안전할까, 표준화된 진료를 볼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가장 큰 고민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해관계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김 대표는 “관련 사항이나 정책 등이 업데이트 되거나 언론보도가 있으면 바로 말씀드리면서 소통하고 있다”면서 “병원, 약국 등이 저희 클라이언트이기 때문에 이런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동일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에 비해 가지고 있는 효용이 잘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서 “저희 입장에서 그걸 잘 만드는 게 중요한 과제고, 그래야 이해관계자들과 상생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