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회장,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장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카오의 불공정 행위를 처벌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블로터)
▲ (왼쪽부터)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회장,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장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카오의 불공정 행위를 처벌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블로터)

대리운전, 택시, 소상공인업계가 합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가 내놓은 상생안에 대해 국민적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지난 14일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상생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한국대리운전기사협동조합,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 회의실에서 ‘카카오 관련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카카오가 그간 이들을 플랫폼 안으로 끌어 모으기 위해 상생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이에 골목상권 침탈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현실을 호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상국 한국대리운전기사협동조합 총괄본부장은 “카카오가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할 당시 20%의 수수료 외 어떤 비용도 대리기사에게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다 폐기했다”면서 “1년 지난 시점부터 프로그램을 유료화 해 월 2만2000원의 사용료를 받고 보험료까지 대리기사에게 전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가 처음엔 시장 형성해 달라고 요청하고 참여도를 높이더니, 시장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가 되더니 전면 유료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과연 이런 플랫폼 기업의 젊은 몇몇 기획자들이 모든 정책을 테이블에서 결정하는 것을 20만명 대리운전 기사들이 따라야 하고 묵도하고 있어야 하냐”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엔 이용수 경남지역 대리운전협회 대표도 참석해 카카오가 발표한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알렸다. 이 대표는 “지방에선 대기업이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먼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면서 “카카오가 서부경남 지역 대리운전 수수료 0~20% 정책을 시행하면서 기존 소상공인 콜센터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생안에는 기존 20%의 고정 수수료 대신 수요 공급에 따라 0~20%의 범위 내에서 결정되는 변동 수수료제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하지만 해당 제도가 먼저 시행됐던 경남지역에선 이로 인한 폐해가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카카오의 수수료 정책 때문에 기존 소상공인업체들의 콜 취소율이 많이 발생해 문을 닫고 있다”면서 “기존 소상공인업체들이 따라갈 수 없는 수수료 구조에 기존 업체들 간 수수료 갈등까지 유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이 대표는 그간 대리운전 기사 양성과 대리운전 시장 투자 등에 비용을 지불했는데, 그러한 시스템에 카카오가 무상으로 올라탔다는 점도 비판했다. 이 대표는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대리운전 인력을 양성하고, 면 단위로 들어갔을 때 교통편이 없을 대리운전 기사님들을 위해 픽업 차량도 운행하며 투자해왔다”면서 “그런데 카카오가 이러한 시스템도 무상으로 활용하면서 성장하며 1~2년 사이 점유율 10%에서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택시업계도 카카오가 상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카카오 카풀 서비스로 택시 기사들이 분신자살한 이후 2019년 카카오와 사회적 대타협을 하며 상생하기 위해 택시업계가 각고의 노력을 다 해왔다”면서 “그런데 카카오는 택시업계와의 상생은 외면한 채 이익 극대화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숱한 문제 제기에도 묵묵부답하다 문어발식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비판에 직면하자 일부 사업 철수와 상생안을 발표했지만 이는 택시업계 내분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발표한 상생안엔 택시 기사 대상 프로멤버십 요금 월 9만9000원에서 3만3000원 인하, 가맹택시 사업자와의 상생협의회 구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현재 택시업계는 이 또한 프로멤버십 가입택시와 비가입택시, 상생협의회에 가입한 사업자들과 택시기사 개인 간의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도 상생안의 진정성을 문제 삼았다. 오 회장은 “큰 틀에서 골목상권 논란 사업들을 철수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서비스는 꽃, 샐러드, 간식, 배달 중개 서비스 등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대리운전, 택시 콜, 헤어숍 등이 언급도 안 된 건 일부 업종을 내주고서라도 다른 시장은 공략하겠단 선전포고다”고 말했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회장도 “돈 안 되는 업종은 철수하고 돈 되는 대리운전 등 다른 업종은 철수하지 않고 더 벌겠단 의지를 밝힌 상생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들은 내달 열리는 국정감사(국감)에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현재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이와 함께 이들은 국회에 발의된 플랫폼 공정화와 관련한 여러 법률안들의 조속한 입법화, 중소기업적합업종의 신속한 지정 등을 요구했다. 오 회장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카카오 시장 침탈을 막을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고,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은 카카오를 선두로 한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진출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부와 정치권의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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