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리호가 제2 발사대에서 기립하고 있는 모습을 다중 노출 방식으로 촬영한 사진.(사진=항공우주연구원)
▲ 누리호가 제2 발사대에서 기립하고 있는 모습을 다중 노출 방식으로 촬영한 사진.(사진=항공우주연구원)

순수 우리기술로 개발한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이르면 10월21일 우주로 향한다. 발사에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로 우주 발사체를 보유한 국가가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9일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이하 발사관리위원회)를 개최하고 발사 예정일을 10월21일로 확정했다. 누리호의 기술적 준비 상황과 최적의 발사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다. 발사관리위원회는 또 기상 등 일정 변경 가능성을 고려, 22일부터 28일을 ‘발사 예비일’로 설정했다.

발사관리위원회는 발사 가능 시간을 오후 3시부터 7시 사이로 잡고 있다. 이중 오후 4시가 유력한 발사 시간으로 검토되고 있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누리호 발사관리 위원회 관련 사전 브리핑에서 “현재 잠정적으로는 오후 4시를 지금 생각하고 있지만, 당일 오전에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며 “기상 상태와 우주물체 충돌 가능성을 고려해 확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발사관리위원회는 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항우연)의 주요 관계자로 구성된 위원회로 누리호 발사와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한다.

발사 일정은 기상 상황·기술적 요소 등으로 인해 빈번하게 변경되곤 한다. 실제로 △아랍에미리트 화성탐사선 ‘아말’ △스페이스X 유인우주선 ‘리질리언스’가 기상 상황에 의해 예정일보다 각각 5일과 1일 연기된 바 있다. 또 러시아의 ‘소유즈’도 기술적 조치 사항이 발견돼 예정일(2021년 3월 20일)보다 늦게 발사(2021년 3월 22일)됐다. 발사관리위원회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발사 예비일을 설정했다.

▲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이 누리호 발사관리 위원회 관련 사전 브리핑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e브리핑 화면 캡처)
▲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이 누리호 발사관리 위원회 관련 사전 브리핑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e브리핑 화면 캡처)

권 정책관은 “현재 누리호는 지난 8월 말 ‘발사 전 비연소 종합시험(WDR)’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후 비행모델 조립과 발사대 점검 등의 최종 발사 준비를 진행 중”이라며 “WDR을 마친 비행 기체의 단을 분리하고 실제 비행을 위한 화약류 등을 설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10월 중순까지 비행모델 조립을 완료하고, 발사 2일 전까지 기체 점검을 지속할 예정이다.

WDR는 영하 183도의 산화제를 투입했다 빼내는 과정을 통해 발사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로, 과기정통부는 이를 통해 발사에 기술적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권 정책관은 “누리호의 기술적인 준비가 계획대로 진행됨에 따라 발사 일정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는 발사 당일의 기상 조건 그리고 우주물체와의 충돌 가능성 분석 등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누리호는 우리나라 기술로, 우리 땅에서 발사된다. 발사는 전남 고흥군 소재 나로우주센터 내 마련된 신규 발사장(제2 발사대)에서 이뤄진다. 현재 발사대는 발사체와의 통신 연계 현황·발사 운용을 위한 각종 설비·시스템을 점검하는 중이다. 10월 중순까지 발사를 위한 준비를 마칠 예정이다.

제2 발사대는 앞서 2013년 1월 우리 땅에서 처음으로 발사된 우주 발사체 ‘나로호’ 때 사용된 제1 발사대와 일부 장치를 공용해 사용한다. 액체산소나 케로신 연료 등을 공급해주는 장치가 대표적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나로호는 170t 엔진이지만 누리호는 75t급 엔진 4개를 묶은 1단 로켓의 힘은 300t급이라 이에 맞는 새로운 발사대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신규 발사대 역시 우리나라 기술로 제작됐다. 항우연과 국내 기업들이 제작에 참여했다. 시스템 점검 역시 국내 우주 산업체가 진행하고 있다. 권 정책관은 “지난번 발사대 인증시험을 할 때 문제가 됐던 부분들은 다 개선했다”며 “이번에 누리호 발사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용홍택 발사관리위원회 위원장(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향후 남아있는 발사 준비 작업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만전을 다하고자 한다”며 “발사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도록 발사가 진행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누리호 하단 부 모습. 누리호 1단 로켓은 75t급 엔진 4개를 묶어 300t급 힘을 낼 수 있다.(사진=항공우주연구원)
▲ 누리호 하단 부 모습. 누리호 1단 로켓은 75t급 엔진 4개를 묶어 300t급 힘을 낼 수 있다.(사진=항공우주연구원)

12년 연구·2조원 투입 ‘누리호’…성공 여부에 ‘촉각’
누리호는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사에 한 획을 그을 것으로 기대되는 발사체다. 한국형 발사체에 담긴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완전한 독자 기술 확보’는 언제든 우리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우주 강대국에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도 순서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는 누리호를 통해 미국·러시아·중국·유럽·일본·인도에 이어 ‘우주 강국’ 반열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

세계에서 7번째 우주 수송 능력을 갖춘 국가에 오르는 것은 누리호 성공에 달려있다. 누리호는 이 때문에 위성보단 발사체에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이번 발사 때는 1.5t의 위성모사체가 실리는 이유다. 누리호가 탑재체들을 700km 태양동기궤도에 올려놓고, 위성모사체가 목표 궤도에 안착해야 발사 성공으로 기록될 수 있다.

이번 발사에 위성모사체가 탑재된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위성 개발 능력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독자기술로 개발한 세계최초 환경감시 정지궤도위성 ‘천리안위성 2B호’를 지난해 3월 목표궤도에 올린 바 있다. 누리호가 위성보단 발사체 확보에 초점이 맞춰진 배경이다. 2022년 5월 예정된 2차 발사에선 1.3t 위성모사체와 성능검증위성(200kg)이 탑재된다.

▲ 누리호가 제2 발사대에 장착된 모습.(사진=항공우주연구원)
▲ 누리호가 제2 발사대에 장착된 모습.(사진=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는 발사 후 약 16분 안에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난다. 고도 59㎞에서 1단 엔진이 분리되고, 2단 75t 로켓에 불이 붙는다. 2단 로켓은 고도 258㎞에서 분리된다. 3단 로켓은 2단 로켓 분리 후 점화돼 고도 700㎞까지 올라간 뒤 위성모사체를 목표궤도에 안착시킬 예정이다.

정부는 누리호 발사를 시작으로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열 계획이다. 정부가 개발 사업을 제시하고 기업이 따라오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 국가 우주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누리호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기에 충분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약 2조원이 투입된 이번 사업엔 300여개의 국내 기업들이 참여, 다양한 우주 산업의 기술을 확보했다. 12년간 연구 과정을 거친 누리호 발사가 성공한다면 이들의 기술력도 자연스럽게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누리호 성공 이후의 과제는 ‘고체연료 기반’ 발사체 개발이 될 전망이다. 누리호는 액체엔진 기반으로 발사된다. 고체연료는 액체연료보다 보관과 제작 비용 면에서 장점이 있고, 기술적 난도도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8월 한-미 미사일지침이 개정되면서 고체연료 기반 우주 발사체 개발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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