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열란 5G 28GHz 기반 '지하철 와이파이 성능개선 실증 착수회'에서 측정된 5G·LTE 와이파이 속도 (사진=이건한 기자)
▲ 28일 열란 5G 28GHz 기반 '지하철 와이파이 성능개선 실증 착수회'에서 측정된 5G·LTE 와이파이 속도 (사진=이건한 기자)

"여기 보시면 5G 28GHz 와이파이 속도는 845Mbps, 기존 LTE 5GHz 와이파이 다운로드 속도는 100Mbps 정도가 나오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28일 오후 신설동역을 향해 달리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 안, 기존 'LTE+WiFi 4/5' 지하철 와이파이와 '5G+WiFi 6E'를 적용한 와이파이의 속도 차이를 검증해보는 시연회가 열렸다. 그동안 28GHz 주파수 대역 5G의 활용처를 고민하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SKT·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함께 추진 중인 지하철 와이파이 개선 사업의 일환이었다.

28GHz 대역은 5G의 이론상 최대 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주파수다. 그러나 초고주파 특유의 높은 직진성 탓에 장애물의 간섭을 받기 쉽고, 이로 인해 복잡한 도심 지형에서는 제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에선 5G 서비스 주파수가 3.5GHz와 28GHz로 지정됐지만 현재까지 일반 소비자용 5G 서비스는 모두 3.5GHz 주파수로만 서비스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터널과 같이 고정된 지형을 이동하는 지하철에서는 28GHz 주파수도 상대적으로 긴 도달거리와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지하철 객차 내 와이파이는 2020년 통신품질평가에서 공용 와이파이 중 평균 속도(71Mbps)가 가장 열악한 것으로 조사되는 등 개선이 필요했던 영역이다. 과기정통부와 이통3사도 이점에 착안, 지난 몇 달간의 사전 준비를 거쳐 이달 지하철 지하철 와이파이 개선 PoC(개념검증)에 착수했다.

▲ 시연을 참관 중인 조경식 과기정통부 제2차관 (사진=이건한 기자)
▲ 시연을 참관 중인 조경식 과기정통부 제2차관 (사진=이건한 기자)

오늘 시연회의 이목은 속도에 집중됐다. 지정된 객차 1량에 28GHz 5G 와이파이 제공을 위한 1대의 장비가 설치됐고 이곳에서 28GHz 5G 와이파이 및 5GHz LTE 와이파이의 업로드·다운로드 속도를 각각 측정하기 위한 4대의 실험용 스마트폰이 투입됐다. 테스트 모델은 '삼성전자 갤럭시S21 울트라'다.

신답역과 신설동역 사이를 오가며 진행된 테스트 간 28GHz 5G 와이파이는 LTE 와이파이 대비 확연히 높은 속도를 보였다. 안정권에서 확인된 다운로드 속도는 평균 600~800Mbps, 업로드는 150Mbps 수준이다. 동시간대 LTE 와이파이 다운로드 속도가 평균 100Mbps, 업로드는 50Mbps 전후였던 점을 고려하면 최대 8배 정도 빠른 속도가 확인된 셈이다.

반면 아직 개선이 필요한 점들도 보였다.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빨랐지만 역과 역 사이를 지나는 구간에서 속도가 두자릿수~세자릿수 초반까지 떨어지는 모습이 관측됐다. 이는 전파가 한 기지국에서 다른 기지국으로 재연결되는 과정인 핸드오버(Hand-over)의 불완전성, 열차가 지상 노선을 달리는 중 발생한 전파 간섭 등의 효과로 풀이된다.

또 빠른 업·다운로드 속도와 비교해 지연시간(단위:ms)도 상당히 높게 측정됐다. 네트워크 응답속도를 뜻하는 지연시간은 수치가 낮을수록 빠른 것으로 간주되는데, 일반적으로 실내에서는 한자릿수, 지하철 내에서는 두자릿수 정도의 지연속도가 측정된다.

반면 이날 실증에서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900Mbps를 넘나든 가운데 지연속도는 140ms 전후까지 나타나는 등 빠른 속도만큼이나 높은 지연속도도 함께 관측됐다. 지연속도 수치가 높다는 건 빠른 달리기 속도를 보유한 육상 선수가 스타트를 늦게 해 기록에서 손해를 보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5G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빠른 속도와 더불어 '초저지연'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아쉬운 대목이다.

▲ 행사 당일 지하철 5호선 신길역(왼쪽), 1호선 용산역 인근 객차 내에서 측정한 와이파이 속도 및 지연속도(Latency, Ping)
▲ 행사 당일 지하철 5호선 신길역(왼쪽), 1호선 용산역 인근 객차 내에서 측정한 와이파이 속도 및 지연속도(Latency, Ping)

다만, 이날 시연에 동원된 장비와 무선 인프라가 아직 테스트를 위한 초기 프로토타입이란 점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시연을 담당한 현장 관계자도 테스트에는 시연용 장비가 사용됐음을 강조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동체를 위한 5G 수신장치(CPE)도 본 사업 과정에서 처음 개발됐다.

이통3사는 실증 기간 동안 속도 개선에 주력하면서 동시에 최대 접속자 테스트, 고속이동 환경에서의 핸드오버 문제 등 기술 검증과 해결을 병행할 방침이다.

이날 행사를 직접 참관한 조경식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28GHz 5G 활성화와 지하철 와이파이 이용환경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정부가 관련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인 만큼 이통3사도 28GHz용 5G 서비스 발굴 및 커버리지 확대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실증은 지하철 2호선 신설동역~성수역 사이 지선 5.4km 구간에서 이뤄진다. 과기정통부와 이통 3사는 장비 및 기술 개선을 거쳐 이르면 다음 달 말 일반인 대상 28GHz 5G 지하철 와이파이 서비스를 개시하고 연내에 제공 노선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업그레이드된 지하철 와이파이 속도 혜택은 스마트폰의 5G 지원 여부와 관계없이 와이파이 접속이 가능한 이통3사 고객 모두에게 제공될 전망이다.

▲ 28GHz 5G 와이파이가 도입되는 지하철 역사와 객차 등에 탑재되는 전용 장비들 (사진=이건한 기자)
▲ 28GHz 5G 와이파이가 도입되는 지하철 역사와 객차 등에 탑재되는 전용 장비들 (사진=이건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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