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나이더일렉트릭코리아의 '익산 스마트 팩토리' 내 이노베이션 허브(사진=슈나이더일렉트릭코리아)
▲ 슈나이더일렉트릭코리아의 '익산 스마트 팩토리' 내 이노베이션 허브(사진=슈나이더일렉트릭코리아)

에너지 관리 및 자동화 분야 선두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이 전세계적인 탄소중립 열풍에 힘입어 한국 시장에서도 실적 반등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탄소중립이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다시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프랑스에서 출발해 18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다국적기업이다. 공장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고, 공장 설비와 에너지 관리를 최적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산업현장의 디지털 전환과 기후변화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탄소중립 달성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우선 2030년까지 자사 200여개의 공급망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다. 친환경 발전 또는 친환경 에너지를 사오는 방식으로 사업장을 운영한다. 2050년까지는 전체 공급 회사, 고객, 납품회사 등 가치 사슬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이라는 방침을 세웠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의 목표는 각국의 정치적 여건이 맞물리면서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기후위기가 주요한 의제로 부상했다. 시민단체 녹색연합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8월 12~19일 전국 만 14~69세 1500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1.1%가 '대선 과정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중요한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한국 시장에선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슈나이더일렉트릭코리아의 매출은 지난해 2008억원, 순이익은 4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5%, 6.7% 감소했다. 지난해 슈나이더일렉트릭 그룹 전체 매출이 7.4% 감소한 것에 비해 역신장 폭이 더 큰 셈이다. 한국 시장에서 주력 분야인 자동화 산업의 인지도가 낮은 것으로 사측은 판단하고 있다.

이에 회사는 자동화 부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40여년된 자사의 공장을 디지털화한 '익산 스마트팩토리 캠페인'을 고객들이 참조할 수 있는 사례로 활용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세계 PR어워드인 '세이버 아시아 퍼시픽 어워드 2021'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사업 다각화에도 나섰다. 조선, 해양, 해외건설, 정유 분야가 과거 주요 사업이었으나 현재는 기계 장비에 들어가는 제어 솔루션, 반도체, 2차 전지, 데이터센터 사업군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탈탄소, 디지털 기술에 대해 전문 파트너가 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슈나이더일렉트릭코리아 관계자는 "1만4000여개의 국내고객사 중 ESG에 대한 니즈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며 "ESG는 전사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슈나이더일렉트릭의 역량을 결집해서 서비스해야 한다는 포부가 있다"고 설명했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제조업 경쟁력 1위 국가인 독일에서도 사업 확대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환경보호를 핵심가치로 하는 독일 녹색당이 연립정부(연정)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6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이 집권 여당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을 16년 만에 이겼다. 올라프 숄츠 총리 후보는 사민당·녹색당·자유민주당으로 구성된 연정을 주도하겠다고 선언했다. 녹색당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70% 감축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최근 들어 독일 현지에서 대규모 인수합병(M&A)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디지털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독일 기업 RIB 소프트웨어를 14억 유로(약 1조9246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식품산업에 특화한 생산관리시스템(MES)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프로리이트(ProLeiT AG)를 사들였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디지털화함으로써 탄소중립을 원하는 기업들에게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산화탄소보다 2만3500배 강력한 온실가스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SF6(육불화황) 대신 공기를 활용하는 디지털 고압 스위치 기어 '에스엠 에어셋(SM AirSeT)'을 출시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 기업들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슈나이더일렉트릭에 있어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기업의 니즈가 곧 비즈니스 기회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2025년까지 △친환경 부문에서 매출 80% 증가 △800메가톤의 절감 효과 제공 및 이산화탄소 배출 방지 △상위 1000개 공급업체의 운영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50% 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본사에서는 100여개의 지사에 지역에 특화된 3가지 지속가능 목표를 수립해 실천하도록 하고 있으며, 매년 실적을 점검하고 5년마다 목표를 재설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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