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법 본관 (사진=블로터DB)
▲ 서울중앙지법 본관 (사진=블로터DB)

SK브로드밴드(이하 SKB)가 30일 넷플릭스를 상대로 '망 이용대가 청구' 반소를 제기했다. 지난 6월 넷플릭스가 SKB에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1심 소송에서 패소한 뒤에도 망 이용료 협상에 전혀 응하지 않자, 부당이득반환 법리에 의거 추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SKB가 이 소송에서도 최종 승소할 경우 넷플릭스에 최대 1000억원 가까운 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B는 "인터넷망은 초기 구축과 운영에 상당한 투자가 수반되는 만큼 당연히 유상으로 제공되는 것임에도 넷플릭스는 대가 없이 자사 망을 이용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망 이용대가에 상응하는 손실을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SKB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SKB 망에 일으키는 트래픽은 매년 급증해 2021년 9월 현재 1200Gbps 수준에 이른다. 이는 2018년 5월 대비 24배 늘어난 수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0부는 6월25일 넷플릭스(원고)가 SKB(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 1심 판결에서 채무부존재 확인 요구를 기각하고 협상의무 부존재 확인청구를 각하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원고가 유상의 인터넷망에 직접 연결돼 있고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으므로 망 이용대가 지급채무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현재 협상 중이고 장래의 채무까지 범위를 확정할 수 없으며 대가 지급은 상호 합의에 의해 꼭 금전이 아닐 수도 있으므로, 구체적인 금액의 지급을 명하는 것은 신중해야한다고 판결했다. 협상의무 부존재 확인에 대해서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는 의미의 각하 결정을 내렸다.

SKB가 망 이용대가 지급을 요구하는 기간은 2018년 6월 이후다. SKB의 반소장에는 10억원 상당의 배상액이 명시되지만 이는 형식적 수치에 불과하며, 본 소송처럼 배상액 규모가 큰 경우는 법원의 감정 절차를 받아 최종 배상액이 결정되게 된다. 이에 대해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SKB가 요구하는 시점대로 이용대가를 산정한다면 트래픽 비용은 현시점에서 약 700억원 가까이 될 것"이라며 "소송이 약 1년 정도 지연된다고 가정하면 배상액은 최대 1000억원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SKB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1심 판결이 인정한 망 이용의 유상성을 부정하는 건 통신사업자의 기본 비즈니스 모델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국내외 CP(콘텐츠 제공 사업자) 모두가 정상 지급하는 대가를 넷플릭스도 똑같이 지급해야 하는 점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SKB의 망 이용대가 요구가 부당하다고 본다. △세계적으로 법원이나 정부가 CP에 망 이용대가 지급을 강제한 사례가 없다는 점 △1심 판결대로라면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해외 CP 콘텐츠에 한국 이용자들이 접근하지 못할 수 있고 이것이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망중립성은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이다. SKB는 1심이 판결한 망 중립성과 망 이용대가는 무관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서도 팽팽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한편 SKB의 반소는 넷플릭스와 SKB의 1심 소송을 진행한 재판부에서 맡아 진행하며, 1심과 별개로 진행된다. 다만 같은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판결 내용이 차후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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