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기본 앱 캘린더를 통해 공지한 구독 서비스 종료 안내문.(사진=앱 화면 캡처)
▲ 삼성전자가 기본 앱 캘린더를 통해 공지한 구독 서비스 종료 안내문.(사진=앱 화면 캡처)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기본 앱 캘린더에서 제공하고 있는 구독 서비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다. 삼성전자는 이번 서비스 종료와는 별개로 새로운 형태의 캘린더 앱을 ‘원(One) UI 4'와 함께 공개할 방침이다.

One UI는 삼성전자가 만든 안드로이드 기반의 갤럭시 스마트폰 인터페이스로, 현재 4번째 버전이 갤럭시S21 시리즈에서 베타 테스트가 진행되는 등 출시가 임박한 상태다. One UI 4는 이르면 연말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구독 캘린더 서비스가 10월31일 종료된다. 삼성전자는 해당 기능을 스마트폰 기본 앱 ‘캘린더’ 내에서 제공하고 있다. 구독 캘린더는 2019년 8월 갤럭시 노트10 시리즈부터 추가된 기능이다. 서비스가 시작된 지 2년 1개월이 지났지만,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라지게 됐다.

구독 캘린더는 관심 분야를 설정하면 그 분야 일정들이 자신의 캘린더에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는 기능을 제공했다. 영화·스포츠·학교·영어 학습·기념일로 분류된 카테고리에서 관심 분야를 구독할 수 있다. △시사회 이벤트 △영화 개봉 △프로 축구·야구단 경기 △초·중·고 공지사항과 급식 정보 △EBS 영어 프로그램 △국제 기념일 △24절기 등을 자동으로 일정에 추가해준다.

축구 구단 토트넘 홋스퍼 FC를 구독하면 경기 날짜와 시작·종료 시각 등이 내 캘린더에 자동으로 추가되는 식이다. 삼성전자는 구독한 캘린더의 일정 색상을 변경해 사용자가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했다. 삼성전자는 구독 캘린더 출시 이후 One UI 2를 지원하는 기기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왔다.

구독 캘린더가 종료되면서 기존 사용자가 추가했던 모든 정보는 삭제된다. 또 구독 캘린더 정보에도 접근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캘린더의 다른 기능들은 이번 변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그대로 제공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앱 내 공지를 통해 “그간 구독 캘린더 기능을 이용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서비스 종료와 별개로 새로운 형태의 캘린더 앱을 개발, 서비스를 지속해서 발전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로운 캘린더는 최근 베타 테스트에 돌입한 One UI 4와 함께 공개될 예정”이라며 “새 캘린더는 더 직관적이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삼성전자가 10월31일 서비스를 종료하는 구독 캘린더 서비스 화면.(사진=앱 화면 캡처)
▲ 삼성전자가 10월31일 서비스를 종료하는 구독 캘린더 서비스 화면.(사진=앱 화면 캡처)

“일정 관리 앱? 돈 안 돼”…플랫폼 발돋움 실패
일정 관리 앱은 그간 굵직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도전해왔던 분야다. 삼성전자의 구독 캘린더와 비슷한 기능을 제공했던 다양한 서비스들이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사라졌다.

앱 개발 업계에선 일정 관리 기능으론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를 실패 원인으로 꼽는다. 일정 관리 앱과 같은 성격의 서비스는 사람을 모아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편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여야 광고·상품 판매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지속성 역시 이 같은 수익화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한 앱 개발 스타트업 관계자는 “일정 관리 서비스는 쉽게 말해 돈이 안 된다”며 “플랫폼의 매력을 높이는 하나의 기능으론 작용할 수 있지만, 일정 관리 수준의 편의성으론 플랫폼을 구축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정 관리 앱이 다른 편의 서비스보다 매력이 떨어져 플랫폼으로 구축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카카오(다음캘린더·2015년), SK텔레콤(썸데이·2017년), 네이버(타르트·2018년) 등이 일정 관리 기능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를 출시했으나 빛을 발하지 못하고 중단됐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015년 캘린더 앱 ‘선라이즈’를 약 1억달러(약 1200억원)에 인수하고 캘린더를 내놨지만, 이듬해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 SK텔레콤은 일정 관리 서비스 ‘썸데이’를 2017년 중단했다. 사진은 서비스 종료 안내 공지글.(사진=SKT 홈페이지 캡처)
▲ SK텔레콤은 일정 관리 서비스 ‘썸데이’를 2017년 중단했다. 사진은 서비스 종료 안내 공지글.(사진=SKT 홈페이지 캡처)

삼성전자 역시 이들 기업과 마찬가지로 일정 관리 서비스의 확장성을 고려, 구독 캘린더를 출시했지만 수익 모델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구독 캘린더를 기반으로 한 새 플랫폼 구축에 실패한 셈이다. 더욱이 구독 캘린더가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운영엔 비용 발생한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2년 넘게 기다려줬지만, 수익화에 실패한 서비스를 유지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일정 관리 서비스의 한계’가 업계에서 거론되는 이유다. 실제로 현재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일정 관리 서비스는 대부분 거대 플랫폼의 한 기능으로 운영되고 있다. 구글 캘린더, 네이버 캘린더, 애플 기본 캘린더 등이 대표적이다. 일정 관리 기능만을 가지고 플랫폼으로 성장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캘린더의 특성상 플랫폼의 한 부분으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와 차별화 지점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도 시장 확장에 걸림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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