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아이폰13 핑크, 블루, 미드나이트, 스타라이트, 프로덕트 레드 (사진=애플)
▲ (왼쪽부터) 아이폰13 핑크, 블루, 미드나이트, 스타라이트, 프로덕트 레드 (사진=애플)

이달 1일부터 국내 사전예약이 시작된 애플 아이폰13 시리즈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아이폰13 1차 사전예약 물량은 9분 만에 완판됐다. 물량은 전작과 비슷했지만 아이폰12는 3시간이 걸렸던 것과 비교해 대조적이다. KT·LG유플러스의 분위기도 전작보다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폰13 시리즈는 공개 당시 "전작 대비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국내외에서 의미 있는 초기 판매실적을 거두며 판매량 저조 우려를 잠식시키고 있다.

지난 9월15일 애플이 발표한 아이폰13 시리즈는 총 4종이다. 하지만 디자인이 전작과 유사하고 추가된 신기능도 적다. 전작인 아이폰12의 경우 '애플의 첫 5G 스마트폰'이란 이정표 아래 장기간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지만 아이폰13 시리즈는 발표 당일 주로 강화된 카메라 성능, 늘어난 배터리 지속 시간 등 주로 비가시적인 스펙 요소들이 강조되며 큰 흥미를 끌지 못했다. 또 신형 아이폰 공개 전 높은 관심을 끌었던 '위성통신' 기능 탑재도 루머로 끝나면서 아쉬움을 더했다.

하지만 애플 팬들은 이에 연연하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 사전예약을 시작한 해외에서도 아이폰13 시리즈는 선방 중이다. 글로벌 온라인 마켓 아마존에서는 아이폰13 시리즈 초기 물량이 수일 만에 품절됐으며 중국에서의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9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에서의 아이폰13 사전예약 판매량이 전작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에서만 첫날 사전예약 가입자 수 200만명을 돌파했으며(지난해 150만명) 사흘간 총 500만명의 사전예약자가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에서의 이 같은 인기는 화웨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빈자리를 메운 것이란 분석도 있으나, 자국 스마트폰 선호도가 높은 중국에서 외산인 아이폰13이 해당 수요를 흡수했다는 것은 그만큼 높아진 중국 내 아이폰의 인기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실제 아이폰은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산 스마트폰이다. 지난 8월 중국 시장조사업체 시노리서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상반기 중국에서 오포, 비보, 샤오미에 이어 판매량 점유율 4위(14%)를 달성했다.

▲ 애플 키노트에서 아이폰13을 공개 중인 팀 쿡 애플 CEO (사진=키노트 갈무리)
▲ 애플 키노트에서 아이폰13을 공개 중인 팀 쿡 애플 CEO (사진=키노트 갈무리)

아이폰13이 예상 밖 인기를 누리는 이유에 대해선 업계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나, 대개 애플 사용자들이 전통적으로 보여 온 '팬심'에 근거한 해석이 주를 이룬다. 올해 3월 해외 시장조사업체 쉘쉘이 미국 내 스마트폰 사용자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이폰 소유자의 91.9%가 다음 교체 시기에도 아이폰을 사겠다고 응답했다. 최근 2~3년 사이 아이폰 시리즈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브랜드 충성도는 2019년 90.5%에서 오히려 증가하는 등 애플은 '콘크리트'에 비견되는 지지층을 기반으로 아이폰 판매에서 매년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구형 아이폰' 이용자 숫자가 증가하며 그들의 신형 아이폰 교체 수요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 '루프 벤처스'는 2021년 회계연도 동안 아이폰 매출이 40% 증가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으며, 이는 전세계적으로 최소 3년 이상 사용된 구형 아이폰이 4억2000만대에 달하면서 이에 대한 교체 수요도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봤다.

또 이미 10년 이상 걸쳐 형성된 애플 생태계에 록인(Rock-in)된 아이폰 장기 이용자들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점도 꼽힌다. 앞서 언급한 쉘쉘의 조사 결과에서도 21%의 사용자가 '애플 생태계에 고정됨'을 이유로 응답했으며, 10%는 '안드로이드로 이동하는 것이 번거로움'이라고 응답했다.

아이폰13이 전작보다 가격을 일부 낮춰서 출시된 것이 주효했다는 의견도 있으나,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사전예약 중 가장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는 모델은 고가형인 '프로'다. 최소 출고가 107만원부터 시작하는 아이폰13 기본형 대신 최소 134만원인 프로 모델이 인기가 높다는 건 아이폰 이용자들이 여전히 가격보다 브랜드, 제품 만족도를 더 중시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또한 KT에서도 출시 당일 자정부터 1시간 내로 제품을 배송해주는 미드나잇 배송 서비스가 프로 및 프로 맥스 등 고급 모델을 중심으로 30분 내에 조기 마감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국내 이통3사는 아이폰13 사전예약 기간 중 수십만원 이상의 할인 혜택, 액세서리 무료 제공 이벤트 등 대규모 프로모션을 준비해 이용자들의 구입 부담을 덜고 있다.

한편 아이폰13은 높은 초기 인기에도 불구하고 주요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베트남 공장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가동 중단에 들어가며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1일 해당 공장이 가동을 재개하면서 생산에 다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KT와 KT는 아이폰13 사전예약자들에 대해서는 정식 출시일인 8일 당일 제품 인도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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