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오징어게임'을 연달아 흥행시킨 '넷플릭스'와 대형 IP를 기반으로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는 '디즈니+'에 이르기까지 외산 OTT 기업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로 경쟁력 강화에 나섰습니다. 이에 맞서는 토종 OTT들은 어떤 오리지널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을까요. <편집자 주>

'웨이브'(Wavve)는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Oksusu)와 지상파 3사의 합작법인인 '푹'(PooQ)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2019년 통합 법인 출범 이후 2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웨이브가 국내 OTT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조사 기관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웨이브는 국내 OTT 업계 기준 앱 재방문율 및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지표에서 1~2위를 다투는 주요 기업이 됐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웨이브의 MAU는 313만명으로 '티빙'(264만명), 'U+모바일'(195만명), '왓챠'(138만명)보다 앞섰다. 모바일 데이터 및 애널리틱스 플랫폼 '앱애니'가 조사한 OTT 앱 재방문율에서는 웨이브가 '넷플릭스'와 '왓챠'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웨이브의 전략도 '오리지널리티'로 압축할 수 있는데, 이 지점에서 플랫폼의 독특한 성격이 드러난다.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와의 협업을 통해 관련 콘텐츠를 웨이브 오리지널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웨이브 출범 당시 투자를 진행한 '조선로코-녹두전'을 필두로 '꼰대인턴', '좀비탐정', '날아라 개천용', '앨리스', '바람피면 죽는다', '오월의 청춘', '경찰수업', '모범택시', '원 더 우먼', '검은 태양'에 이를 만큼 다양하다. 지상파 외에 '거짓말의 거짓말', '나의 위험한 아내', '복수해라', '보쌈-운명을 훔치다' 등 종합편성채널(종편) 콘텐츠를 오리지널로 편성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작품별 내부 지표를 보면 웨이브의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다. KBS에 편성된 '오월의 청춘'은 웨이브 오리지널 최초의 시대극으로 본 방송과 동시에 OTT 플랫폼에 독점 공개를 진행하며 방영 2주 만에 시청 시간이 4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SBS에서 방영중인 '원 더 우먼'도 본 방송 시작과 동시에 웨이브에 독점 제공하는 형태로 제공돼 오픈 첫 주 신규 유료 회원 유입률 4위와 드라마 차트 2위를 기록했다. TV 채널 본 방송을 놓치더라도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지표로 부각된 사례다.

▲ 웨이브 오리지널 라인업 및 예정작. (자료=웨이브, 그래픽=채성오 기자)
▲ 웨이브 오리지널 라인업 및 예정작. (자료=웨이브, 그래픽=채성오 기자)
지상파·종편 드라마를 오리지널로 편성하던 웨이브가 변화를 준 것은 올해부터다. 관련 편성 방식을 한 축으로 두는 한편 TV 채널이 아닌 웨이브에서만 볼 수 있는 자체 오리지널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지난 8월 31일 공개된 윤시윤·하니(안희연) 주연의 '유 레이즈 미 업'이다. 유 레이즈 미 업은 웨이브에서만 독점으로 공개된 오리지널 콘텐츠로, 가입자 지표면에서도 큰 유입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월 웹드라마 '러브씬넘버'를 오리지널로 편성한 바 있지만, 전 회차를 웨이브 플랫폼에서 독점 공개한 것은 '유 레이즈 미 업'이 처음이다.

웨이브를 운영중인 콘텐츠웨이브는 자체 독점 오리지널 편성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이돌 관련 예능 콘텐츠 '소년멘탈캠프', '취향의 아이콘'으로 자체 오리지널에 대한 수요층을 파악한 이후 이를 드라마나 영화까지 넓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웨이브는 다음달 정치 시트콤을 표방한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시작으로 임시완·손현주 주연의 '트레이서'(12월 예정)를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로 편성할 계획이다. 오리지널 영화 '데드맨'과 '젠틀맨'의 경우 극장에서 일반 상영을 진행한 이후 웨이브에만 독점 수급하는 형태를 구상중이다. 배우 변요한·고보결의 출연설이 돌고 있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경우 투자를 검토중이지만 오리지널 편성 여부가 결정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 웨이브 관계자는 <블로터>에 "유입 지표 분석을 위해 신규 회원들이 가입 이후 처음 보는 콘텐츠 데이터를 집계하는데 유 레이즈 미 업을 공개한 첫 주에 관련 시청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독점 공개하는 형태가 신규 가입자 견인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만큼 적극적으로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웨이브의 자체 오리지널 투자는 '2025년까지 1조원 투입'이라는 슬로건 아래 순차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웨이브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3000억원 규모의 제작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콘텐츠업계의 한 관계자는 "웨이브는 실시간 방송 스트리밍, TV 드라마 오리지널 공개 등 크게 두 축의 차별화 전략을 이어왔는데 올 들어 독점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더하는 모습"이라며 "유 레이즈 미 업을 통해 독점 오리지널 콘텐츠의 파급효과를 확인한 만큼 트레이서 등 대형 오리지널 콘텐츠를 꾸준히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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