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팬더스트리(Fan+Industry·팬덤산업)’가 K팝을 타고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를 분수령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엔터테인먼트·정보기술(IT)업계는 합종연횡을 가속화하면서 미래를 준비 중이다. 급변하는 시장의 흐름을 조망해본다.
전세계 191개국, 총 관람객 99만3000명. 지난해 10월 방탄소년단(BTS)의 비대면 콘서트 ‘맵 오브 더 솔 원(MAP OF THE SOUL ON:E)’이 세운 기록이다. 이틀간 하이브가 ‘시청권’ 판매로 벌어들인 매출은 약 500억원으로 추산된다. 올해 4월 유튜브를 통해 열린 온라인 스트리밍 콘서트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방방콘) 21’은 최대 동시접속자 270만명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각국의 아미(Army·BTS 팬클럽)를 ‘랜선’으로 끌어 모은 덕분이었다.

매출을 이끌던 오프라인 공연·행사가 막히자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온라인 콘서트를 자구책(自救策)으로 삼았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오프라인 콘서트가 재개되더라도 아이돌의 ‘랜선 공연’은 진화된 형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첨단기술에 ‘떼창’까지 등장한 온라인 콘서트
엔터사는 크게 △앨범 △공연 △굿즈·콘텐츠 △매니지먼트(광고·방송)로 돈을 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공연 매출이 꺾이면서 구조에 균열이 왔다. 일례로 지난해 하이브의 오프라인 공연·팬미팅 매출은 전년대비 98% 급감한 34억원을 기록했다. 공연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2.6%에서 0.4%까지 떨어졌지만, 대안으로 선보인 온라인 콘서트의 흥행으로 콘텐츠 매출은 전년 대비 71% 뛰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무관중 콘서트’의 포문을 열었다. 코로나로 콘서트 일정이 멈춘 작년 4월 네이버와 손잡고 세계 최초 온라인 전용 유료 콘서트인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를 선보였다. 증강현실(AR)·혼합현실(XR) 효과는 물론 3D 그래픽 등을 통해 단순 실황중계를 넘어 온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포부였다. 첫 공연이었던 슈퍼엠(SuperM) 콘서트에는 전세계 109개국 7만5000여명의 유료 시청자들이 참여했다. 슈퍼엠의 미발표곡 ‘타이거 인사이드(Tiger Inside)’를 공개할 땐 거대한 호랑이가 무대를 뛰어다니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생중계·VOD(주문형 비디오) 기본 이용권은 최저 3만3000원으로 오프라인 공연의 3분의1 수준으로 책정됐지만, 업계에 따르면 SM엔터는 첫 공연에서만 2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이브도 온라인 콘서트에 나섰다. 오프라인 공연에서 이루어지던 티켓구매부터 상품판매 부스, 공연장 등을 지난 2019년 구축한 자체 팬 커뮤니티 ‘위버스(Weverse)’, 온라인 상점 ‘위버스 샵(Weverse Shop)’에서 전부 구현했다. ‘맵 오브 더 솔 원’ 콘서트에선 전세계 팬들의 얼굴을 대형 LED 화면에 띄우는 한편, 목소리가 들리도록 해 ‘떼창’을 연출했다. 특히 세계 최초로 라이브 스트리밍 공연에 4K·HD 멀티뷰를 동시 적용했다. 공연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4K 이용권은 아미를 대상으로 한정판매했다.

▲ △SM엔터는 비욘드 라이브를 네이버 브이라이브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SM엔터는 온라인 콘서트 매출에서 수수료로 빠져나가는 매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동영상 스트리밍 공연 시 브이라이브가 가져가는 수수료를 30~55% 수준으로 추정한다. 브이라이브는 연내 하이브 자회사 위버스컴퍼니가 운영하는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통합될 예정이다.
▲ △SM엔터는 비욘드 라이브를 네이버 브이라이브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SM엔터는 온라인 콘서트 매출에서 수수료로 빠져나가는 매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동영상 스트리밍 공연 시 브이라이브가 가져가는 수수료를 30~55% 수준으로 추정한다. 브이라이브는 연내 하이브 자회사 위버스컴퍼니가 운영하는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통합될 예정이다.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공연’ 등장할까
오는 11월로 예정된 BTS의 미국 공연을 시작으로 오프라인 콘서트는 기지개를 켤 전망이다. 이 가운데 ‘랜선 공연’도 계속될 전망이다. 기존 공연에 추가 매출을 더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깜짝 프로젝트로 ‘랜선 공연’을 시작했던 SM엔터는 지난해 8월 JYP엔터와 손잡고 ‘비욘드 라이브’를 위한 전문회사 ‘비욘드 라이브 코퍼레이션(Beyond LIVE Corporation·BLC)’을 본격적으로 설립했다. KB증권 이선화 연구원은 “온·오프라인 콘서트 동시 진행이 가능해지면 엔터사는 오프라인 콘서트 티켓 객단가를 높이고, 공연 굿즈·MD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다”며 “온라인 콘서트를 통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던 해외 팬들의 동시 공연 시청이 가능해지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이브는 YG엔터와 힘을 합친다. 하이브·YG엔터는 글로벌 스트리밍 솔루션 업체 키스위(Kiswe)의 합작법인 ‘KBYK라이브’에 공동투자를 결정했다. 이 회사는 온라인 콘서트를 중계하는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베뉴라이브’를 운영 중이다. 베뉴라이브는 공연 굿즈 구매, 채팅 등 온라인 콘서트 요소들을 각 아티스트·팬의 특성이나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 4월 하이브가 미국 엔터사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합병한 만큼, 온라인 콘서트가 세계적인 흐름을 타고 성장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이타카홀딩스에는 저스틴 비버·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소속돼 있다. 하이브는 올해 반기보고서를 통해 “콘서트 등 공연방식의 다변화도 계속 추진할 것”이라면서 “온·오프라인 공연을 결합한 콘서트를 준비 중”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모든 오프라인 콘서트에 온라인을 접목시킬 수는 없겠지만, 국가별로 시그니처 공연에는 온라인을 추가하는 하이브리드 상품이 개발될 것”이라면서 “고척돔에서 공연이 열리면 한국에선 오프라인 티켓만 판매하고, 이외의 지역은 온라인을 통한 동시방영 중계로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메타버스(Metaverse·가상세계)’가 떠오르면서 가상 콘서트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BTS는 인기게임 ‘포트나이트’ 속 콘서트장에서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를 처음 공개한 바 있다. 앞서 미국 래퍼 릴 나스 엑스도 지난해 11월 로블록스에서 가상 콘서트를 열어 약 3600만명(접속자 기준)의 관객을 동원, ‘가상 굿즈’를 판매해 수익을 올렸다.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 있지(ITZY) 등은 국내 메타버스 유망주인 ‘제페토’에서 팬들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이브·JYP엔터는 제페토 운영사인 네이버제트 지분을 각각 4.26%, 3.04% 보유하고 있다. YG엔터 지배 하에 있는 YG인베스트먼트·YG플러스도 각각 1.82%, 1.22%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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