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오징어게임'을 연달아 흥행시킨 '넷플릭스'와 대형 IP를 기반으로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는 '디즈니+'에 이르기까지 외산 OTT 기업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로 경쟁력 강화에 나섰습니다. 이에 맞서는 토종 OTT들은 어떤 오리지널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을까요. <편집자 주>

왓챠는 말한다. "출발부터 다르다"고. 무슨 뜻인지 곰곰이 되짚어 보면 현재 국내 OTT 업계에서 왓챠의 포지션을 유추할 수 있다. 

CJ ENM의 플랫폼에서 외부 파트너사와의 결합으로 재출범한 티빙이나, SK브로드밴드와 푹의 합작법인으로 탄생한 웨이브와 달리 왓챠는 처음부터 2012년 영화 평가 기반의 큐레이션 서비스로 출발했다. 자체적인 사업 운영 노하우와 경쟁력을 통해 외부 투자를 유치하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및 투자로 선순환하는 구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콘텐츠 개성 뒤 숨겨진 '큰 그림'
2016년 '넷플릭스'의 등장과 함께 왓챠도 OTT 서비스 '왓챠플레이'를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용자의 리뷰를 통해 빅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추천했던 데이터 플랫폼이 OTT로의 정체성 찾아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콘텐츠 추천 및 OTT 플랫폼 서비스 이름을 각각 '왓챠피디아'와 '왓챠'로 변경한 왓챠는 앞서 공개한 '한화 이글스' 다큐멘터리 제작에 이어 '언프레임드 프로젝트' 등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을 발표했다. 

막대한 자본력으로 대형 작품을 수급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왓챠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자금력의 차이도 간과할 수 없지만, OTT 경쟁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양보단 질을 택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외부 투자 유치를 이어온 왓챠의 생존전략은 '색다른 오리지널 콘텐츠'에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플랫폼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정체성'이자, 가입자 유치 및 체류시간을 늘릴 '매개체'다. 이런 부분에서 왓챠는 경쟁사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도전'을 선택했다. 왓챠가 편성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면 이런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 왓챠 오리지널 라인업. (자료=왓챠·리디북스, 그래픽=채성오 기자)
▲ 왓챠 오리지널 라인업. (자료=왓챠·리디북스, 그래픽=채성오 기자)
실제로 왓챠는 한국 프로야구 리그(KBO) 꼴지팀인 '한화 이글스'(4일 기준 현재 45승 10무 71패)의 변화를 드라마틱하게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한화 이글스의 구단 수뇌부부터 감독, 코치, 선수, 팬에 이르기까지 모든 한화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이다. 무엇보다 변화를 예고했지만 여전히 리그 내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를 어떻게 바라볼 지 기대를 모은다.

제작사 하드컷과 협업한 '언프레임드 프로젝트'도 왓챠만의 색다른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해 제작사와 협업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지만, '언프레임드 프로젝트'는 배우들의 연출 데뷔를 콘셉트로 하는 만큼 업계에서도 주목도가 높다. '반장선거'(박정민), '재방송'(손석구), '블루 해피니스'(이제훈), '반디'(최서희) 등 네 편의 작품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이후 오는 12월 왓챠를 통해 단독 공개될 예정이다.

왓챠는 드라마 포맷 콘텐츠도 오리지널 콘텐츠로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제작사와 논의중이다. 현재 왓챠는 플러스미디어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이병헌 감독이 총감독을 맡은 '최종병기 그녀'(가제)에 이어 보이스러브(BL) 웹소설 기반의 '시맨틱 에러'까지 확보한 상태다. '최종병기 그녀'는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진두지휘하는 웹드라마로, 서성원 감독이 연출과 대본 집필을 공동으로 맡아 탄탄한 제작 환경을 구축한 상태다. 

'시맨틱 에러'는 웹소설 플랫폼 '리디북스'에서 절찬리에 연재된 동명의 BL 장르 웹소설을 실사화하는 작품이다. 드라마 '산후조리원', '거짓말의 거짓말', '좀비탐정' 등을 만든 '래몽래인'이 제작을 맡아 왓챠 오리지널 콘텐츠로 편성될 예정이다. 왓챠는 대형 OTT 플랫폼에서는 좀처럼 시도하지 않는 BL 장르를 오리지널 콘텐츠로 편성한 것처럼 독특한 작품을 꾸준히 확보할 계획이다. 

이런 오리지널리티는 왓챠가 추구하는 다양성과 일맥상통한다. 왓챠의 사업 다각화는 콘텐츠 추천과 스트리밍 서비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5월 음원 유통 서비스 '왓챠뮤직퍼블리싱' 공개 당시 왓챠는 "영화 추천으로 사업을 시작할 당시부터 이종간 문화 콘텐츠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계획을 준비했다"며 "단순히 음악에 먹거리를 찾겠다는 의도보다는 다양한 문화 카테고리를 융합하는 서비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왓챠가 추진하는 문화 포털 플랫폼의 방향성은 이종간 문화 콘텐츠의 결합과 변주를 통한 오리지널리티 확보에 있다. 경쟁사들이 영화나 드라마에 주력하는 사이 왓챠는 자체 IP를 발굴하고 이를 다양한 2차 창작물과 기획으로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계획이다.
 
콘텐츠업계의 한 관계자는 "왓챠의 오리지널 콘텐츠 편성은 사업 다각화와 맞물려 있다"며 "업계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색다른 기획을 꾸준히 만들기 위해 올해부터 음원, 웹툰, 게임 등에 이르는 사업 다각화를 진행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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