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트리온 렉키로나 제품 이미지.(사진=셀트리온)
▲ 셀트리온 렉키로나 제품 이미지.(사진=셀트리온)

국내 1호 코로나19 항체 치료제가 유럽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럽 당국에서 직접 ‘정식 품목 허가 신청을 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5일 유럽의약품청(EMA)에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의 정식 품목 허가(MAA)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이번 신청에 앞서 지난 2월 EMA 롤링 리뷰(허가신청 전 사전검토 절차)를 진행했다. 롤링 리뷰 진행 7개월 만에 정식 품목 신청이 이뤄진 셈이다.

EMA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고려, 당시 렉키로나가 임상 절차를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롤링 리뷰를 진행했다. 임상 진행 중인 치료제에 대한 롤링 리뷰 진행은 이례적이다. EMA는 롤링 리뷰 과정에서 셀트리온이 제출한 각종 데이터가 정식 허가 절차를 진행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회사 측에 정식 품목 허가 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셀트리온은 롤링 리뷰 기간이던 지난 6월 렉키로나의 임상 3상에 대한 결과를 확보했다. EMA가 임상 3상의 결과 등을 고려해 렉키로나의 정식 품목 허가 신청을 요청한 만큼 승인이 조기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 관계자는 “EMA가 롤링 리뷰를 통해 각종 데이터에 대한 검증 과정을 충분히 진행했기 때문에 정식 품목 허가가 조기에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당국은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렉키로나의 가능성을 일찍부터 주목해왔다. 지난 3월엔 EMA가 정식 품목 허가 전 사용 권고 결정한 바 있다. 또 지난 6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역시 유망 코로나19 치료제에 렉키로나를 선정하기도 했다. 렉키로나의 유럽 승인은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셀트리온은 이번 정식 품목 허가에서 렉키로나를 적용할 대상으로 ‘코로나19가 확진된 만 18세 이상의 성인’으로 삼았다. EMA의 허가를 획득하면 보조적 산소 공급이 필요치 않지만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에 투약된다.

▲ 셀트리온 레키로나 대응 현황.(자료=셀트리온 2021년 2분기 경영실적 보고서)
▲ 셀트리온 레키로나 대응 현황.(자료=셀트리온 2021년 2분기 경영실적 보고서)

세계서 주목받는 렉키로나…매출 증가로 이어질까
렉키로나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스페인·루마니아 등 세계 13개국에서 코로나19 경증·중등증 환자 1315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마쳤다. 이를 통해 안정성과 유효성을 확보했다.

렉키로나를 투여한 고위험군 환자군에선 중증환자 발생률이 위약군(임상의약 효과를 검증할 때 효과가 없는 약을 투여한 집단) 대비 72%, 전체 환자에게선 70% 감소했다. 임상적 증상 개선 시간 역시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군 환자에게선 위약군 대비 4.7일 이상, 전체 환자에게선 4.9일이 단축돼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렉키로나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정식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국내 1호 코로나19 치료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식약처는 렉키로나의 임상 3상 결과 등을 검토한 후 △허가조건 삭제 △효능효과 확대 △투여시간 단축(정맥투여 90분→60분)을 승인했다. 효능·효과에서는 기존 ‘고위험군 경증에서 중등증 코로나19 환자의 임상증상 개선’에서 ‘고위험군 경증 및 모든 중등증 코로나19 환자의 치료’로 변경됐다. 이번 변경허가를 통해 고위험군 경증에 대한 정의도 이전보다 넓어지면서 경증 환자에게서의 사용 대상이 확대됐다는 점이 주요 사안으로 꼽힌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치료제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뒤 다양한 성과를 올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렉키로나는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 114개 병원에서 1만6862명의 환자에게 투여됐다. 국내에선 이미 코로나19 확진자 치료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이 여러 차례 공언한 “국내엔 코로나 치료제를 원가로 제공하겠다”는 원칙도 지켜지고 있다.

렉키로나의 확장성이 기대되자 셀트리온은 해당 제품의 생산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셀트리온의 올 2분기 경영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렉키로나의 제품믹스(한 기업이 생산·공급하는 모든 제품의 배합) 비중은 1분기 2%에 불과했으나, 2분기엔 8%로 한 분기 만에 6%포인트 상승했다.

▲ 셀트리온 분기별 연결 매출과 제품 믹스 비중.(자료=셀트리온 2021년 2분기 경영실적 보고서)
▲ 셀트리온 분기별 연결 매출과 제품 믹스 비중.(자료=셀트리온 2021년 2분기 경영실적 보고서)

국내 원가 공급 원칙 때문에 당장 렉키로나로 인한 회사의 매출 증가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유럽 정식 품목 허가 검토를 계기로 글로벌 확장에 성공한다면 렉키로나로 인한 실적 개선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추후 결과에 따라 해외 시장에선 렉키로나의 약값 선정 절차를 국내 기준과 달리 가져갈 방침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렉키로나는 대한민국 정식 품목 허가에 이어 유럽에서도 정식 품목 허가 절차에 돌입하며 글로벌 허가 프로세스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 항체치료가 필요한 전 세계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렉키로나가 적극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조기 공급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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