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 '모델 3'(사진=테슬라 홈페이지)
▲ 테슬라 '모델 3'(사진=테슬라 홈페이지)

영국에서 일반 연료차는 죽을 쑤는 반면 전기자동차는 구매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현상과 함께 현지에서의 '주유대란'이 더해지면서다. 특히 테슬라의 전기차가 톡톡한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5일(현지 시간) <가디언(The Guardian)>은 "지난달 영국에서 판매된 전기자동차의 수가 2019년 한 해 동안의 판매량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가 인용한 영국자동차산업협회(SMMT)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영국에 등록된 신차 수는 21만5312대로 전년 동월 대비 34.4% 감소해 1998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된 지난해보다도 실적이 3분의 1가량 낮아진 셈이다. 9월은 현지 업계에서 1년 중 두 번째로 바쁜 달로 여겨지는데 이런 특수가 실종된 것.

이 중 디젤차의 등록대수는 4만6996대에서 1만658대, 가솔린차는 17만6532대에서 9만4314대로 각각 77.3%, 46.6% 감소했다. 반면 순수전기차(BEV)는 같은 기간 2만1903대에서 3만2721대로 49.4% 늘면서 등록 신차 중 비중이 6.7%에서 15.2%로 두 배 껑충 뛰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의 비중은 3.8%에서 6.4%, 하이브리드 전기차(HEV)도 8.0%에서 11.6%로 동반 상승했다.

마이크 호즈 SMMT 회장은 "신차 수요 호조에도 아시아를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력이 떨어지면서 3개월 연속 공급 차질을 빚고 있다"며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플러그인 차량, 특히 배터리 기반의 전기 자동차의 급증은 신기술에 대한 수요 증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달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테슬라의 모델 3(6879대)였다. 폭스바겐의 ID 3가 2056대, 기아자동차의 니로가 1881대로 뒤를 이었다. 가디언은 운전자들이 가솔린과 디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유대란' 현상이 지난달 뉴스를 뒤덮은 데 따라 배터리 기반의 자동차가 기록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평했다.

이 매체는 "대부분 전기차를 인도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전문가들은 연료 위기의 영향이 판매에 나타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한다"면서도 "하지만 딜로이트의 제이미 해밀턴 자동차산업 책임자는 긴 대기 행렬과 빈 연료 펌프로 인한 불편함이 많은 운전자들을 전기 자동차로의 전환을 모색하도록 만들었다고 봤다"고 전했다.

현지 온라인 자동차 판매업체인 오토 트레이더 등은 트럭 운전사의 부족이 연료 공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9월 24일 이후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주유대란은 영국에서 주유소 1200여곳을 운영하는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연료를 수송하는 트럭 운전사 부족으로 공급을 제한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촉발됐다. 브렉시트(영국의 EU연합 탈퇴)로 트럭 운전사들이 영국을 이탈하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된 상황이다. 이로인해 '기름 사재기' 현상도 나타났다. 당국은 이번주부터 육군 병력을 투입해 연료 수송을 지원하겠다는 대책까지 꺼내들었다.

션 켐플 클로즈 브라더스 모터 파이낸스(Close Brothers Motor Finance) 전무이사는 내년 3월이나 돼야 영국 자동차 판매량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반도체 부족에 따른 제조 비용의 급등은 딜러, 제조사, 소비자들에게 계속해서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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