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오징어게임'을 연달아 흥행시킨 '넷플릭스'와 대형 IP를 기반으로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는 '디즈니+'에 이르기까지 외산 OTT 기업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로 경쟁력 강화에 나섰습니다. 이에 맞서는 토종 OTT들은 어떤 오리지널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을까요. <편집자 주>

영화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기획하고 '셔터'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한 '랑종'은 두 거장의 만남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개봉 이후 많은 평론가들이 "랑종은 공포 영화의 모든 요소를 총 집합시켰다"고 호평했지만, 관객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엇갈렸다.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데다 공포감이 극에 달하는 만큼 취향에 따라 평가도 큰 차이를 보인 것. 지난 7월 개봉 당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 작품임에도 개봉 4일만에 손익분기점인 4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는 등 외부적인 제약에 따라 랑종은 약 2주간 83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채 막을 내렸다. 
  
사람들에게서 잊혀졌던 '랑종'은 지난달 들어 다시 회자되기 시작했다. 국내 OTT인 'KT 시즌'(Seezn)에서 '랑종'을 선공개했기 때문이다. 랑종이 지난 여름 화제의 중심에 선 작품인 만큼 독점 선공개를 통해 KT 시즌으로 유입되는 회원도 증가했다. 시즌에 따르면 랑종 공개 당일인 지난달 16일 해당 작품이 전체 콘텐츠 이용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랑종 독점 선공개로 효과를 본 시즌은 영화·드라마를 포함한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를 대거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비록 랑종이 오리지널 콘텐츠는 아니었지만 경쟁력 있는 독점작을 확보하면서 유입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즌은 이 달 리얼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는 영화 '어나더 레코드'(28일)와 '올레tv X 시즌' 오리지널 드라마 '크라임 퍼즐'(29일)을 공개한다. 이어 오는 12월 공개를 목표로 한 웹드라마 '파트타임 멜로'도 준비하고 있다.

▲ KT 오리지널 예정작. (사진=KT 시즌, 그래픽=채성오 기자)
▲ KT 오리지널 예정작. (사진=KT 시즌, 그래픽=채성오 기자)
내년 편성을 목표로 한 '소년비행'의 경우 네이버의 콘텐츠 제작 계열사 '플레이리스트'와 손잡고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KT 시즌은 '소년비행' 투자·제작을 통해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는 한편 '10대들의 누아르'를 표방한 이야기로 시청층을 확대할 계획이다. 곽도원과 윤두준이 출연을 확정한 '구필수는 없다'도 최근 KT 오리지널로 편성을 확정하는 등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이런 시즌의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는 그룹사의 미디어 콘텐츠 전략에 기인한다. 올 초 미디어 콘텐츠 사업구조 개편에 나선 KT는 지난 3월 '스튜디오지니'를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며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하반기에도 KT의 모바일미디어 사업부문을 '케이티시즌'으로 분사하는 한편 스튜디오 지니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스튜디오지니에 인수된 방송채널사용사업자 '현대미디어'의 사명을 '미디어지니'로 변경한 KT는 그룹 내 콘텐츠 계열사 수직계열화를 진행함과 동시에 신규 IP 개발 및 콘텐츠 유통 구조를 개편하게 됐다. 스토리위즈, 케이티시즌, 미디어지니, 지니뮤직, 스카이라이프TV까지 스튜디오지니가 보유한 콘텐츠 계열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KT가 스튜디오지니의 유상증자에 1750억원 규모로 참여하는 만큼 계열사인 시즌까지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현재 스튜디오지니는 연간 20개의 드라마 타이틀 제작에 투자하는 한편 오는 2025년까지 1000여개의 지식재산권(IP) 라이브러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OTT 플랫폼인 시즌에 'KT 오리지널' 작품이 대거 편성될 것임을 의미한다. 

앞서 시즌의 경우 KT의 이동통신 가입자 외에 타 통신사 회원을 확보할 만한 '킬러 콘텐츠' 부재에 시달렸지만 사업구조 재편과 콘텐츠 투자 확대로 '새 판 짜기'에 돌입한다. 올 들어 오리지널 영화로 편성한 '더블패티'와 '어른들은 몰라요'로 시험대에 올랐던 시즌의 콘텐츠 경쟁력도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이 달 들어 공개하는 두 편의 오리지널 콘텐츠 성과가 시즌의 콘텐츠 방향성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즌은 넷플릭스를 포함한 국내 OTT 시장에서 사용자 기준 7위에 머문 상태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시즌 사용자는 141만명에 그쳤다. 이는 이동통신 업계 경쟁사가 운영하는 'U+모바일tv'(209만명)이나 후발주자인 '쿠팡플레이'(172만명)보다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는 910만명의 사용자를 기록하며 2위 '웨이브'(319만명)와 큰 격차를 보였다. 

콘텐츠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레tv 모바일에서 출발한 시즌은 독립적인 OTT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보다 이동통신사의 부가 서비스 느낌이 더 강했지만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며 "오리지널 콘텐츠를 늘림으로써 OTT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미디어 콘텐츠 사업 시너지를 통한 수익 극대화로 통신 외 수익 창출원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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