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기존대비 13.7%포인트 상향한 정책을 제안했다.

정부는 ‘도전적인’ 목표 상향이라고 설명했지만, 환경계·산업계 모두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환경계는 이번 목표치 상향이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고, 산업계에선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급진적 변화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직속 민관합동기구인 2050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8일 정부 관계부처와 함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을 제시했다. 관계부처와 2050탄소중립위원회는 이날 ‘NDC 상향안에 대한 온라인 토론회’도 개최해 각계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2050탄소중립위원회는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NDC 상향안’을 검토·수정할 방침이다. 2050탄소중립위원회는 이후 전체회의(18일)를 열고 NDC 상향안을 심의·의결한다. 최종 확정은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이뤄진다.

정부는 이번 상향안을 기반으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NDC는 기후변화 파리협정에 따라 당사국이 스스로 발표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말한다. 2018년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 정점으로서 NDC 수립을 위한 기준연도로 활용되고 있다.

정부가 당초 설정한 2030년 NDC는 ‘2018년 배출량 대비 26.3% 감축’이었다. 이를 이번 방안에선 40%까지 상향했다. 정부는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산업·건물·수송·농축수산·폐기물 등 부문별 감축량을 산정했다. 산업 부문은 기존 대비 약 2배 감축량이 늘었다. 정부의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매년 4.17%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이는 유럽연합(EU·1.98%) 영국(2.81%) 미국(2.81%)보다 급격한 감축이다.

정부는 지난 2015년 6월 최초로 2030 NDC를 수립한 바 있다. △국내외 감축 비율 조정 △목표 설정 방식 변경 등 부분적인 수정은 있었으나 대대적인 목표 상향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기준연도에서 2030년까지의 연평균 감축률을 고려할 때 ‘2018년 대비 40% 감축’은 매우 도전적인 것”이라며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를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 윤순진 2050탄소중립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이 지난 8일 ‘NDC 상향안에 대한 온라인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온라인 토론회 중계 캡처)
▲ 윤순진 2050탄소중립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이 지난 8일 ‘NDC 상향안에 대한 온라인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온라인 토론회 중계 캡처)

윤순진 2050탄소중립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은 이날 토론회를 열며 “2050년 탄소중립은 우리가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고 해야만 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더 회피할 수 없는 국제사회의 규범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후위기에 대해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여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선순위는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우리 사회는 제조업이 대단히 중요해 빠른 변화가 쉽지 않은 구조다. 그러나 변화하지 않으면 기후위기에 따른 생존의 위기와 세계 경제 질서 변화에 따른 경제 위기가 무겁게 다가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론회 개최 목적에 대해선 “2050년 탄소 중립으로 가는 도상에서 당장 2030년 국가 감축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다양한 목소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 부처에서 준비하고 탄소중립위원회가 숙고의 과정을 거쳐 마련한 2030년 국가 감축 목표에 대한 의견을 청취코자 한다. 이 의견을 바탕으로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2030 NDC 상향안.(자료=2050탄소중립위원회)
▲ 2030 NDC 상향안.(자료=2050탄소중립위원회)

산업계, 또 ‘급진적’ 지적…“실현 가능성 있어야”
산업계는 이번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지나치게 가파른 상승’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내 경제 구조를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한 ‘급진적 변화’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국내 제조업 비중은 2019년 기준 28.4%로, EU(16.4%)나 미국(11.0%)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항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높이는 것은 고용 불안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이날 우태희 상근부회장 명의의 논평을 통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탄소중립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2030년까지 불과 8년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NDC를 40%까지 상향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에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산업 부문의 NDC 목표가 2018년 때보다 2배 이상 상향돼 이를 달성해야 하는 기업들의 부담감이 매우 크다”며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주요국보다 높고, 탄소배출 효율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역시 논평을 통해 “이제 약 8년밖에 남지 않은 2030년까지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 적용되기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달성하기 힘든 무리한 목표치”라며 “제조업 중심의 우리 산업 구조를 감안할 때 무리한 감축목표 수립에 따라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일자리가 축소돼 국민 경제에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정부 목표치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전경련은 “목표안 달성에 소요될 천문학적인 비용에 대한 추계가 공개되지 않았다”며 “국민과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 당사자이면서도 얼마나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될지 알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2030년까지 10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실현 가능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40%라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우려는 토론 현장에서도 나왔다.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친환경차 생산여력을 보면 부품개발·인재양성·시설투자가 필요하다”며 “2030년 누적 친환경차는 270만대에 불과하다. 2030년 목표치를 450만대로 정하면 40%가 수입차가 차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는 국내 고용 8600명에 영향을 미친다”며 “친환경차 도입을 37.5%로 잡으면 수입차가 46%를 차지하고, 1만명 이상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상무는 또 “탄소중립 방향성에 대해선 누구든 반대 논리를 펴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나라 자동차 생태계가 내연기관 위주로 구축된 상황에서 급격하게 감축이 이뤄진다면 고용과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고용 불안과 관련 있는 사람들이 정부의 탄소중립에 동참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가 지난 8일 ‘NDC 상향안에 대한 온라인 토론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질의하고 있는 모습.(사진=온라인 토론회 중계 캡처)
▲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가 지난 8일 ‘NDC 상향안에 대한 온라인 토론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질의하고 있는 모습.(사진=온라인 토론회 중계 캡처)

환경계, 감축 목표치에 실망…“사실상 30%”
환경계는 산업계와 달리 이번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했으나, 실제 감축률은 30% 수준이라 실효성이 적다는 입장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이날 논평을 내고 “탄소중립위가 발표한 2030 NDC 상향안은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의 책임과 역할에 비례하지 않는 미흡한 목표”라며 “기후 악당의 오명을 쓰고 있는 한국이 이제라도 책임에 걸맞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총배출량 기준으로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최소 50% 이상 감축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 역시 성명을 내고 “터무니없는 목표치를 제시하고도 정부 측의 평가는 자화자찬 일색”이라며 “2018년 대비 40% 감축 목표는 매우 도전적이며,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를 반영한다는 수사는 아무 소용없다.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절반 이상 감축하지 못하는 목표로는 2050년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유정 청년프론티어 활동가도 이날 토론에 참석해 “기준연도 총배출량과 목표연도 순배출량을 비교해 40%를 제시했는데, 기준연도와 목표연도의 기준을 동일하게 가정해보면 감축량이 40%보다 작다”며 “전환과정에 필요한 비용을 계산하고 어떤 인센티브나 지원규제가 필요한지 자세히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기준연도인 2018년의 온실가스는 ‘총배출량’으로 제시했고, 목표연도인 2030년 배출량은 ‘순배출량’을 기준으로 삼았다. 총배출량으로 기준을 통일하면 실질적인 감축량은 30%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확정된 NDC 상향안을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국제연합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발표하고, 12월엔 UN에 최종 제출할 계획이다.

▲ 지난 8일 열린 ‘NDC 상향안에 대한 온라인 토론회’ 중계 화면.(사진=온라인 토론회 중계 캡처)
▲ 지난 8일 열린 ‘NDC 상향안에 대한 온라인 토론회’ 중계 화면.(사진=온라인 토론회 중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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