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속옷 브랜드에서 팟캐스트 콘텐츠를 선보인다면 어떤 느낌일까. 이는 미국의 유명 속옷업체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의 이야기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왜 팟캐스트 콘텐츠를 제공할까.

섹시함 대신 평범함 선택한 빅시
빅토리아 시크릿은 지난 6일 오리지널 팟캐스트 'VS 보이스'(VS Voice)를 공개했다. VS 보이스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팟캐스트 콘텐츠 브랜드로 구성된다. 이번 팟캐스트 콘텐츠는 프로젝트를 기획한 사진작가 '아만다 드 카데넷'을 비롯해 'VS 콜렉티브' 엠버서더(홍보대사) 7인의 목소리를 담아낼 계획이다. 

▲ 빅토리아 시크릿의 첫 오리지널 팟캐스트 콘텐츠 'VS 보이스'. (사진=빅토리아 시크릿)
▲ 빅토리아 시크릿의 첫 오리지널 팟캐스트 콘텐츠 'VS 보이스'. (사진=빅토리아 시크릿)
VS 보이스는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오리지널 팟캐스트 콘텐츠다. 빅토리아 시크릿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만큼 수익성을 목적으로 한 프로젝트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팟캐스트 콘텐츠의 탄생 배경에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경영 철학이 뒷받침된다. 

지난 6월 빅토리아 시크릿은 리브랜딩을 통해 '섹시 마케팅'을 버리고 '보통 여성을 위한 속옷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회사의 트레이드 마크 '빅토리아 시크릿 엔젤'을 전격 폐지하는 한편 'VS 콜렉티브' 엠버서더 7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VS 콜렉티브' 엠버서더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업 기조와 맞물려 여성 인권 신장에 기여한 인물들로 구성됐다. 난민 출신 흑인 모델 '아두트 아케치', 배우 겸 사진작가로 활동중인 '아만다 드 카데넷',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에일린 구', 동성애자임을 밝힌 미국 여자 축구선수 '매건 러피노', 플러스 사이즈 모델인 '팔로마 엘세서', 인도 배우 '프리앙카 초프라', 브라질 출신 트랜스젠더 모델 '발렌티나 삼파이우' 등이 각각 선정됐다.

팟캐스트 대중성, 통할까
현재 빅토리아 시크릿은 이번 팟캐스트를 통해 "세상의 긍정적 변화를 위해 노력한 여성들의 열정을 전한다"는 계획이다. 빅토리아 시크릿이 VS 콜렉티브를 통해 어떻게 여권 신장에 기여하는 지 집중 조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공개된 첫 회는 '프리앙카 초프라'의 목소리를 담았다. 인도에서 태어난 여성의 야망과 정서적 취약성의 균형을 알아보는 한편 프리앙카 초프라의 가정사를 통해 현지 문화의 특수성을 조명했다. 

VS 보이스는 6일 첫 회를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새로운 에피소드를 공개할 계획이다. VS 엠버서더 메간 라피노, 팔로마 엘세서, 발렌티나 삼파이로, 아두트 아케치, 아일린 구 순서로 편성할 예정이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아만다 드 카데넷은 "VS 보이스를 통해 런던에서부터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 세계 각지의 여성들과 진정성 있는 자아, 상실감, 취향, 사랑 등의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어 즐거웠다"며 "청취자들이 이런 경험에 공감하는 한편 우리는 비슷하다는 인식을 통해 위로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사진=픽사베이 갈무리)
▲ (사진=픽사베이 갈무리)
전문가들은 빅토리아 시크릿이 팟캐스트 콘텐츠를 도입하면서 패션·뷰티업계에서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실물 소비시장이 위축된 데다, 팟캐스트 중심의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음원을 제외한 글로벌 디지털 오디오 콘텐츠 시장 규모는 2019년 25조5530억원에서 오는 2030년 87조46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오디오로 구성된 팟캐스트 콘텐츠는 영상보다 제작이 간편한 반면, 플랫폼 대중성에 따라 막대한 광고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 인터랙티브광고협회는 2019년 6억7870만달러(약 8117억원)였던 미국 팟캐스트 광고 매출 규모가 올해 10억달러(약 1조1960억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료로 배포하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팟캐스트 콘텐츠도 호응도에 따라 유료화 모델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여기에 있다. 직접적으로 수익화하지 않더라도, 기업의 정체성이나 캠페인을 알리는 한편 대중적인 플랫폼을 통해 막대한 유입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콘텐츠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팟캐스트는 이동시간이 긴 30~50대로 이용층이 한정됐지만, 콘텐츠를 다루는 플랫폼에서 MZ세대가 호기심을 가질 만한 주제를 선정하고 다양한 셀러브리티를 끌어들였다"며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외부 이동이 제한된 데다 시청 연령층이 다양화되며 팟캐스트의 인기가 높아진 만큼 빅토리아 시크릿과 같이 기업에서 활용하는 사례가 다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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