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재민 토스페이먼츠 서버 챕터 티 리드(Server Chapter T-lead), 하태호 토스페이먼츠 서버 개발자(Server Developer). 토스페이먼츠는 지난해 PG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PG시장은 내년 525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왼쪽부터 김재민 토스페이먼츠 서버 챕터 티 리드(Server Chapter T-lead), 하태호 토스페이먼츠 서버 개발자(Server Developer). 토스페이먼츠는 지난해 PG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PG시장은 내년 525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볼펜을 쓸 때 볼펜의 생산과정까지 알 필요는 없잖아요. 몰라도 쉽게 쓸 수 있어야죠.” 김재민 토스페이먼츠 서버 개발자의 말이다. 토스페이먼츠는 지난해 토스가 LG유플러스 전자지급결제대행(Payment Gateway·PG)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온라인 결제경험을 쉽고 간편하게 만드는 게 목표다. 개발자들은 안다. 30여년을 이어온 낡은 서비스를 단순하게 바꾸는 과정은 결코 쉽지도, 간편하지도 않다는 것을. 지난달 서울 강남 테헤란로 사옥에서 김재민 토스페이먼츠 서버 개발 챕터 티 리드와 하태호 서버 개발자를 만났다.

낡은 PG에 ‘토스’ 끼얹기
PG사는 일종의 ‘징검다리’다. 은행·신용카드사와 일일이 계약을 맺기 어려운 온라인 상점 대신 결제·정산을 대행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때 뜨는 결제창이 PG사의 영역이다. 국내 PG시장은 넓고도 좁다. 110여개 업체가 포진해 있지만, LG유플러스·KG이니시스·NHN한국사이버결제 등 상위3개사가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토스페이먼츠가 8만여개 가맹점을 보유한 LG유플러스 PG부문을 사들인 이유이기도 했다. 

단점도 있었다. 노후화된 기존 시스템을 ‘토스화(化)’하기 위해선 서비스에 대한 개념 전체를 뜯어고쳐야 했다. “기존 PG사들은 ‘이 부분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아예 안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시장이 오래되면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는 자체가 어려워지죠(재민).” 일례로 가맹점이 PG사와 계약을 맺으려면 각종 서류를 팩스로 제출해야 한다. 토스페이먼츠는 전자결제를 도입, 최대 2주가 걸렸던 가맹계약 신청·승인 기간을 최소 하루로 단축했다.

복잡한 API도 결제연동을 가로막는 장벽이었다. 사용설명서가 있기는 하지만 PDF나 HWP 등 문서로만 제공되는 데다 분량이 방대해 파악조차 어려웠다. 토스페이먼츠는 출범과 동시에 소프트웨어 개발키트(Software development kit·SDK)를 선보였다. 초보 개발자들도 하루 안에 손쉽게 PG 결제연동을 할 수 있도록 API를 설계했다. 또, 각종 용어는 ‘사장님’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재정비했고 업계 평균 7일인 가맹점 정산주기는 이틀로 줄였다. 가맹점마다 이른바 ‘OO페이’를 구축해주는 ‘커넥트페이’도 선보였다.

▲ 김재민 개발자는 토스페이먼츠의 조직문화가 혁신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토스페이먼츠의사결정권자와 실행결정자가 완전히 동일하다. 본인이 결정을 내리고, 본인이 책임을 지는 구조”라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 김재민 개발자는 토스페이먼츠의 조직문화가 혁신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토스페이먼츠의사결정권자와 실행결정자가 완전히 동일하다. 본인이 결정을 내리고, 본인이 책임을 지는 구조”라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결제 너머, 서버 개발자의 일
혁신의 뒷단에는 개발자들이 있다. 일례로 토스페이먼츠는 매출·정산 내역을 관리하는 ‘상점 관리자’에서 결제내역 10만건을 조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52초에서 0.71초로 앞당겼다. 이용자 입장에서 빠른 속도는 당연한 변화다. 그러나 개발자에겐 방법이 고민이다. 토스페이먼츠는 ‘분산시스템’을 도입해 속도를 단축했다. 기술적으로 다루기는 어렵지만 비용은 절감하고 고효율을 낼 수 있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이외에도 기존의 낡은 시스템을 ‘새것처럼’ 바꾸는 과정은 고단했다. 여전히 풀어내고 있는 숙제이기도 하다. “지금은 기본적인 것을 정상화해 나가는 단계예요. 아직 ‘비정상의 정상화’ 중이라서 할 일이 많아요(태호).”

두 개발자의 이력은 소위 ‘페이테크(Paytech·결제기술)’와는 거리가 멀다. 김재민 개발자는 레진·우아한형제들 등을 거쳐 토스에 왔고 하태호 개발자는 라인플러스 출신이다. 업종이 다른 정보기술(IT)기업에서 쌓은 경험은 오히려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태호 개발자는 “‘PG사는 이렇게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볼 때 맞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고민한다”며 “기존과 같은 방식을 요구하지 않고 가맹점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우리가 해줄 수 있는지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하태호 개발자는 “토스페이먼츠 등 토스는 ‘왜’ 라는 질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모든 정보가 공유돼 있다. 정보가 전체공유된 채로 일을 하기 때문에 서로 묻고 끊임없이 논의한다. 업무 이해도가 높아지고 상호 시너지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 △하태호 개발자는 “토스페이먼츠 등 토스는 ‘왜’ 라는 질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모든 정보가 공유돼 있다. 정보가 전체공유된 채로 일을 하기 때문에 서로 묻고 끊임없이 논의한다. 업무 이해도가 높아지고 상호 시너지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토스페이먼츠의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경쟁력으로 꼽았다. 토스페이먼츠는 토스처럼 직급·직위가 따로 없다. 불필요한 결재절차도 없다. 총괄이 있기는 하지만 팀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소규모로 팀을 짠 사일로(silo)에 소속돼, 각자의 역할에 따라 일을 처리한다. 업무 효율을 위해 실무진이 ‘최종의사결정권자(DRI·Direct Response Individual)’가 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직군별로 모여 논의하는 ‘챕터(Chapter)’도 특징이다. 이곳에선 팀이 달라도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묻고, 고민을 공유할 수 있다.

“코드를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것도 토스페이먼츠에서 일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예요.” 직관적인 코드는 또 다른 경쟁력이다. 토스페이먼츠는 코드의 일관성에 무게를 두고 개발한다. 여러 명이 짠 코드라도, 마치 개발자 한 명이 한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인수인계가 필요 없을 정도로(태호)” 단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유지·보수가 쉽고 통제 가능한 소프트웨어(SW)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개발자는 본인 역량도 중요하지만 성장할 수 있는 환경도 받쳐줘야 돼요. 결제는 복잡한 시스템인데 이걸 직관적으로 바꾼다는 건 개발자로서 경험해볼 가치가 있죠.”

개발자로서 바람은 “도전적이고 어렵지만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재민)”이다. “개발자들이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반(태호)”을 다져서 “100년은 가는 탄탄한 SW를 만드는 것(재민)”이 목표라고 이들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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