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사진=각사)
▲ (왼쪽부터)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사진=각사)

창업 이후 승승장구하며 벤처 업계의 상징이 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함께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서울대학교 동문인 이들은 탄탄한 직장을 뛰쳐나와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성공으로 이끌었다. 세 사람이 일군 카카오·네이버·엔씨소프트는 각각 국내 모바일 메신저·포털·게임 시장을 주도하며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됐다. 기존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들과 달리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기반으로 시작해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주식 시장에서도 제조업 대기업들을 제치고 시가총액 순위 상위권에 포진했다.

그러나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자 사업 파트너들과 상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다. 이번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카카오가 집중 타깃이 되면서 김 의장은 정무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의 증인으로 채택됐다. 그는 지난 2018년에도 국감장에 섰지만 이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플랫폼이란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BM)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소상공인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김 의장은 국감장에서 연신 고개를 숙이며 "초심을 되새기겠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코로나19 특수를 맞아 최근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지만 곧바로 위기가 닥친 셈이다.

대범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어려운 순간에도 과감하게 결정을 내리는 승부사 기질을 지녔다. 과거 자신이 창업했던 한게임 커뮤니케이션과 이 GIO의 네이버컴이 합병해 탄생한 회사에서 나올 때도 모두가 그의 결정에 대해 의아해 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며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기존 인터넷 환경에서 성장한 기업들은 웹을 쉽게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모바일이 IT 산업에 지각 변동을 가져올것으로 확신하고 다시 험난한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그렇게 어려운 결정을 내린 끝에 일군 카카오였지만 '카카오가 골목상권을 침해하면서 성장한 기존 대기업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으며 김 의장은 또 한번 위기이자 기회의 기로에 서게 됐다. 과거의 위기때마다 과감한 결정을 내린 그였기에 이번에도 어떤 결정으로 위기를 돌파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GIO가 창업한 네이버도 카카오톡과 비슷한 플랫폼 기반의 사업을 펼친다. 네이버는 검색 서비스로 성장한 이후 웹툰·웹소설·지식백과 등 콘텐츠와 스마트스토어를 필두로 한 쇼핑 등의 사업을 펼치며 수수료와 광고를 통해 매출을 올린다. 하지만 네이버는 카카오와 유사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이미 수년전에 겪고 최근에는 소상공인과 상생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내며 조심스럽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번 국감을 통해 네이버에게 집중된 질의는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조직 문화에 대한 지적이었다. 때문에 이 GIO는 네이버의 한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조직 문화를 새롭게 정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는 직접 국감장에 나서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단기간에 급성장한 네이버의 조직 문화는 이 GIO의 치밀함과 꼼꼼함이 투영돼있다. 이 GIO는 지난 1999년 네이버 창업 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직원들에게 서비스 페이지에서 발견된 오타를 직접 지적할 정도로 꼼꼼한 성격으로 알려져있다. 사업의 큰 방향성을 제시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다른 대표와는 다른 꼼꼼함이었다. 또 그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사전에 정보를 모두 수집한 후 매우 조심스럽게 한 발씩 내딛는 스타일이다. 인터넷 사업의 불확실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기에 그만큼 신중하고 치밀하다.

CEO로서 회사의 경영을 직접 맡고 있는 한 대표도 서비스들을 꼼꼼하게 챙기는 점은 이 GIO 못지 않다. 한 대표는 사내 모든 팀의 업무 관련 협업툴 '밴드'에 가입해 서비스에 대한 개선점을 지적한다. 대표가 수시로 밴드를 통해 서비스에 대해 지적하다보니 임직원들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인터넷 업계에서 네이버는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스타트업의 헝그리 정신이 조직 문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치밀하고 치열하게 회사가 성장한 가운데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네이버뿐만 아니라 자회사들에게서도 터져나왔다. 해외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이 GIO가 마냥 한 대표에게만 문제 해결을 맡길 수 없는 상황이다. 회사의 지분율도 낮지만 엄연한 네이버의 창업자인 그의 상징성이 짙기 때문이다.

게임에 대한 열정으로 엔씨소프트를 창업해 국내 대표 게임사로 길러낸 김 대표는 △확률형 아이템 △사내 성희롱 △NC다이노스 야구단의 방역 수칙 위반 등의 논란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1997년 현대전자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나와 창업한 그는 인터넷 시대에 온라인으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통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었다. 천재 개발자로 유명했던 송재경(현재 엑스엘게임즈 대표)과 함께 롤플레잉 게임(RPG) '리니지'를 완성시켰다. 김 대표가 전국의 PC방을 직접 뛰어다니며 영업까지 펼친 결과 리니지는 대성공을 거뒀다. 또 후속작들도 성공을 거두며 지금의 엔씨소프트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전부터 확률형아이템으로 이용자들의 결제를 지나치게 유도한다는 비판이 있었으며 이는 최근 국감에서도 도마위에 올랐다. 2011년에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야구단 NC다이노스까지 창단했고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문제는 올해 일부 선수들의 방역수칙 위반 논란으로 구단과 국내 프로야구 전체의 이미지에 타격이 있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사내 성희롱을 폭로하는 글이 올라와 곤욕을 치렀다.

많은 동료 개발자들이 은퇴했지만 김 대표는 여전히 회사의 대표직을 유지하며 현역에서 회사의 경영을 챙길 정도로 게임에 대한 열정이 큰 인물이다. 반면 최근 회사에 악재가 잇따르며 경영자로서의 시험대에 섰다. 창업 당시 강한 추진력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며 리니지를 키운 김 대표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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