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M 볼트.(사진=GM)
▲ GM 볼트.(사진=GM)

LG가 미국 GM 볼트의 화재와 관련한 리콜 비용을 사실상 전액 부담한다. GM 볼트에 배터리셀을 납품한 LG에너지솔루션과 모듈 및 팩을 납품한 LG전자가 5:5의 비율로 리콜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배터리 화재를 야기한 직접적인 원인이 최종적으로 밝혀질 경우 분담 비율과 분담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사와 LG전자, GM 3사 간 리콜 합의가 순조롭게 종결됐다"며 "리콜 조치에 대한 제반 사항이 합의됨에 따라 일시적으로 보류되었던 IPO(기업공개) 절차를 속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는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리콜 비용과 관련한 충당금을 공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6200억원을 충당금으로 설정했고, LG전자는 4800억원을 설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 볼트 리콜에 총 7110억원을 충당금으로 반영했다. 지난 8월10일 91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했는데, 6200억원을 추가로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LG전자는 같은날 2346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설정했다. LG전자가 충당금을 추가로 반영하면서, 충당금 금액은 총 7146억원 규모로 정해졌다.

▲ LG의 리콜 비용 충당금 예상치.(자료=금융감독원)
▲ LG의 리콜 비용 충당금 예상치.(자료=금융감독원)

LG에너지솔루션은 리콜 비용을 1조4000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가 각각 7100억원, 7146억원을 충당금으로 설정한 만큼 양사는 50:50의 분담비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금액은 확정된 금액은 아니다. 현재 GM과 LG에너지솔루션, LG전자 등 3사가 화재 조사를 벌이고 있고, 현재 조사를 바탕으로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이 중간값을 적용해 반영한 것이다. 리콜 비용은 1조4000억원 이상일 수도 있고, 이보다 적을 수도 있다.

향후 조사 과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의 귀책 사유에 따라 분담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 배터리 셀에 원인이 있을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의 분담 비율이 높아질 수 있고, 모듈과 팩에 원인이 있을 경우 LG전자가 더 부담하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3사가 제품 상세 분석 및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했고, 분리막 밀림과 음극탭 단선이 드물지만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월 "(볼트EV에 납품된) 배터리셀은 LG전자가 모듈화해 GM에 납품한 것으로 일부 모듈 제작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모듈이란 배터리 팩을 모으는 묶음 단위이다. 배터리 셀을 여러개 묶어 모듈을 만들고, 모듈을 묶어 배터리 팩을 만든다. 전기차에는 배터리가 하나의 팩 형태로 탑재된다. 모듈 또는 팩에서 결함이 있었다는 것은 LG전자가 배터리 셀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결함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보도자료에서는 모듈 및 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이 때문에 LG전자가 어떤 이유로 충당금을 반영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GM의 분담 비율 또한 논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밝힌 1조4000억원의 리콜 비용에는 GM의 분담금이 빠져있다. 향후 GM이 컨퍼런스콜을 통해 리콜 비용을 밝힐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가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의 코나 리콜 사태 때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가 약 7:3의 비율로 리콜 비용을 분담했다. 현대차 코나에는 LG에너지솔루션에서 생산한 배터리셀을 HL그린파워가 배터리 팩 형태로 조립해 탑재했다. HL그린파워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모비스가 각각 49.0%, 51.0%의 지분을 갖고 설립한 회사다.

현대차는 "LG화학 난징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셀을 공급받아 그린파워 충주공장에서 조립한 배터리팩이 탑재된 일부 차량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현대차 코나의 화재 사고는 분리막 단락과 음극단자 접힘 문제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리콜 비용의 약 30% 가량을 분담했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전지 화재로 리콜이 됐을 때 자동차회사와 전지 회사의 분담 비율은 3:7 또는 4:6 가량이다. 자동차 회사가 30%를 부담하는 건 자사의 전기차용 전지 개발 프로세스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개발 단계부터 자동차 제조사가 깊이 관여하고, 각 단계의 완성도를 판단해 승인했기 때문에 일정 비율을 책임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례에서는 GM의 분담 비율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의 '정설'을 고려할 경우 이는 GM이 볼트 개발 단계부터 LG측에 전적으로 위임하지 않는한 불가능하다. 이번 분담 비율이 확정된 것이 아님에도 의문이 남는 이유다.

GM은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배터리셀 혁신센터인 '월리스 배터리 이노베이션 센터(Wallace Battery Cell Innovation Center)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내년까지 완공해 연구소와 셀 테스트 챔버, 재료 합성 연구소 등을 구축한다.

▲ 더글라스 L 파크스 부사장.(사진=GM)
▲ 더글라스 L 파크스 부사장.(사진=GM)

월리스 센터는 GM의 배터리 셀 생산에 필요한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GM은 월리스 센터는 배터리 원가를 최소 60% 이상 낮출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글라스 L 파크스(Douglas L Parks) GM 글로벌 제품 개발 및 공급망 담당 부사장은 "주행거리를 더 늘리고, 더 저렴한 배터리셀을 개발하는데 월리스 센터가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리스 센터는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의 배터리 생산과 개발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볼 때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을 통해 자사의 '배터리 셀 공급망(Supply Chain management)'을 안정화했고, 볼트 개발에도 관여했음에도 리콜 비용 분담에는 회피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앞으로 배터리 원가 하락에 대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간에 걸친 배터리 개발 비용에도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GM과 합작사를 만들었다. 기술 유출 우려도 일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1조4000억원(LG전자 분담금 포함)에 달하는 리콜 비용과 향후 원가 인하 부담까지 '이중고'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전기차 메이커들의 '입김'이 지나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7:3 비율로 리콜 비용을 분담하기 한 것도 전지사에 부담스러운 합의였는데, 이번에는 제조사측 분담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리콜 합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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