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회기술팀! 지금 KT 부평빌딩에 연기감지기가 작동했습니다. 현장 상황은 어떻습니까?" "네, 확인 결과 오작동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럼 감지기 리셋하시고 안 되면 교체 부탁드리겠습니다."

13일 KT 분당본사 지하 1층에 마련된 스마트통합감지센터 상황실에서는 빌딩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이용한 현장지원 시연이 이뤄졌다. KT 부평빌딩과 KT 분당본사는 차로 47km 떨어진 곳이지만 본사 상황실은 부평빌딩의 사고 상황을 실시간 감지해 순회기술팀에 지원을 요청했다. 현장에 도착한 기술팀은 상황실에 현장 영상을 생중계하고, 전문가는 가이드를 내려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었다.

▲ 분당 KT본사에 위치한 KT에스테이트 스마트통합관제센터 (사진=이건한 기자) 
▲ 분당 KT본사에 위치한 KT에스테이트 스마트통합관제센터 (사진=이건한 기자) 

KT의 부동산 관리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는 그룹 내에서만 운용하던 스마트통합관제플랫폼을 올해 초 외부에 공개하고 사업화에 나섰다. 이날 시연된 스마트통합관제시스템은 클라우드 기반의 지능형 빌딩관리 플랫폼이다. 빌딩 내 주요설비 원격 모니터링이 가능하며 평시에는 빌딩의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 방안을 분석·제공한다. 현재는 올해 수주한 외부 빌딩 12곳을 포함해 총 450개의 빌딩이 스마트통합관제시스템의 관리를 받고 있다.

문상덕 KT 에스테이트 빌딩사업담당 상무는 "그동안 빌딩관리시스템의 사후 운영까지 책임지는 업체는 거의 없었다"며 "이를 통해 건물 내 에너지 비용을 장기적으로 절감시키는 한편, 안정적인 건물 운영도 가능한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요즘 기업들의 화두 중 하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다. 특히 환경(E) 분야에서는 친환경 건물 운영을 통한 에너지 및 탄소배출량 절감이 우선시되는데, 이와 관련해 서울시 등 일부 지역에서는 BEMS(빌딩 에너지 관리 시스템) 설치도 의무화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BEMS 설치나 사후 운영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적다. 이는 BEMS의 구축 비용이 수억원대로 높은 데다가 대다수 업체가 운영은 사용자에게 맡기는 계약 구조 때문이다. 여기에 BEMS 전문가 상주에 필요한 인건비 부담도 높아 BEMS가 도입된 건물들은 대부분 업체와의 기본 하자보증기간이 지나면 시스템이 유명무실화되는 문제를 겪고 있다.

KT에스테이트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클라우드 BMES'를 개발했다. BEMS에 클라우드를 접목하면 물리적 BEMS 서버 설치가 불필요해 구축비가 약 54% 줄고, 관리는 통합관제센터에 상주하는 전문가가 담당하므로 운영비도 약 73% 이상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KT에스테이트는 이후 5년간의 책임 운영기간 동안 BEMS 인증, 컨설팅, 성과관리를 함께 책임진다.

플랫폼 내 전력 시뮬레이터는 매달 건물별 최적화된 전력 요금제를 제시하고 목표한 피크 전력양을 넘지 않는지 모니터링한다. 이 안에는 △보일러 △냉방기 △공조기 등 전력 소비가 높은 주요 설비들이 포함되며 피크에 도달할 시간을 예측해 미리 대비할 수 있다. KT에스테이트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이 입주한 정동빌딩에서는 해당 플랫폼 도입 후 1만평 규모에서 연간 약 4300만원의 에너지 비용이 절감됐다.

▲ 통합관제센터에서는 다수의 빌딩 에너지 사용량 및 설비 문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이건한 기자)
▲ 통합관제센터에서는 다수의 빌딩 에너지 사용량 및 설비 문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이건한 기자)

또 올해 정부의 친환경평가제도(LEED)는 설계를 넘어 실제 운영 성과까지 평가하는 4.1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따라서 빠른 구축과 자동화된 위탁 운영을 강점으로 내세운 KT에스테이트의 클라우드 BEMS는 당분간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전망이다.  

안전은 KT에스테이트가 내세우는 또다른 특화 기능이다. 서두에 언급한 실시간 설비 문제 해결을 위해 각 빌딩 내 주요 설비를 디지털트윈(오프라인 설비를 3D 공간에 동일하게 모델링하고 상태 정보를 동기화하는 기술)화 했다. 또 전국 단위의 신속한 방문 보수가 가능하도록 별도의 순회지원조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문제가 발생하면 디지털트윈으로 현장 상태를 1차 확인 후 원격 설비제어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며, 추가 보수가 필요하면 건물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순회지원조를 현장에 급파하는 방식이다.

▲ 순회지원조가 현장 상황을 관제센터에 생중계하고 문제 해결 가이드를 받는 장면 (사진=이건한 기자)
▲ 순회지원조가 현장 상황을 관제센터에 생중계하고 문제 해결 가이드를 받는 장면 (사진=이건한 기자)

KT에스테이트는 이처럼 전산화된 통합 관제·모니터링을 통해 관리자가 직접 건물을 관리할 때보다 실수가 줄고 문제 발생에 따른 초동 대처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에 선보인 스마트통합관제플랫폼을 향후 보다 다양한 부동산에 적용해 시장 확대를 꾀할 계획이다. 첫해인 올해 성과도 준수한 편이다. 기존 구축형 BEMS와 차별화된 운영형 BEMS로 현대중공업 GRC(Global R&D Center)와 계약했고, 글로벌물류센터 업체인 ESR켄달스퀘어의 인천 소재 물류센터 및 신한은행 기흥연구소에도 구축 계약을 완료했다. 또 물류센터에 특화된 안전관리 상품은 이천 대대리 물류센터에 도입됐다.

이 밖에 호텔, 리테일, 오피스 복합건물인 KT송파빌딩에도 BEMS를 포함한 통합관제플랫폼을 적용하는 등 일반 빌딩 외에 다양한 부동산으로 적용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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