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륙 대기 중인 뉴셰퍼드호 (사진=블루오리진 유튜브 갈무리)
▲ 이륙 대기 중인 뉴셰퍼드호 (사진=블루오리진 유튜브 갈무리)

"지금 느껴지는 감정에서 내가 결코 회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1960년대 영화 스타트렉에서 커크 선장을 연기해 큰 사랑을 받은 90세 연기자 윌리엄 섀트너 (William Shatner)는 단 몇 분에 불과했던 우주여행을 마친 뒤 눈물을 훔치며 이같이 말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가 설립한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은 13일(현지시간) 샤트너를 포함한 4명의 승객을 뉴셰퍼드 유인캡슐 로켓에 태워 고도 106km로 쏘아 올렸다. 이는 우주와 지구의 경계로 불리는 카르마라인(100km)를 넘어선 것으로, 총 비행시간은 약 11분 정도로 짧았지만 우주에서 보는 지구에 경외감을 느끼기엔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뉴셰퍼드가 텍사스 사막에 착륙한 직후 섀트너는 베조스에게 자신이 느낀 감정을 폭포수처럼 쏟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당신이 내게 준 것은 아주 심오한 경험이었다. 정말 대단하다"며 "우주의 검은색은 마치 죽음을 보는 것과 같았다"고 묘사했다. 또 "지구의 대기는 너무나도 얇고 아름다웠다"며 "자신은 표현조차 할 수 없이 작은 존재"라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섀트너가 감회를 이어가자 베조스는 결국 그의 말을 끊어야 했다.

전문가들은 섀트너가 '개요 효과(Overview Effect)'에 빠진 것으로 봤다. 개요 효과는 미국의 작가 프랭크 화이트가 처음 사용한 말로 아주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본 뒤 일어나는 가치관의 변화를 뜻한다. 우주비행사들이 흔히 겪는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섀트너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것(우주여행)을 해야 하고 (우주를) 볼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 착륙 후 베조스(오른쪽)과 대화 중인 샤트너(중앙) (사진=블루오리진 유튜브 갈무리)
▲ 착륙 후 베조스(오른쪽)과 대화 중인 샤트너(중앙) (사진=블루오리진 유튜브 갈무리)

블루오리진은 이번 성공으로 민간 우주관광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특히 노령자도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미루어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우주여행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베이조스가 직접 뉴셰퍼드를 타고 우주관광을 다녀올 당시에도 동승자 중에는 82세 고령의 여성 윌리 펑크가 포함돼 있었다.

남은 숙제는 우주관광 티켓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최근 로켓 재착륙 기술을 통해 우주선 발사 비용은 낮아졌으나 이를 활용한 관광티켓 가격은 여전히 수백억원에 달한다. 블루오리진의 이번 프로그램 티켓 가격은 한화 312억원 수준이었으며 2022년 초로 예정된 스페이스X의 우주관광 왕복티켓도 약 600억원에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