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의 신작 '갤럭시Z 플립3', '아이폰13'이 각각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양사의 표정은 마냥 밝을 수 없다. 올해 전세계를 덮친 반도체 공급난이 스마트폰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까닭이다. 현재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가운데 삼성과 애플은 스마트폰 생산량을 줄이거나 선택과 집중을 고민해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

▲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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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달 5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2021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 전망을 9%에서 6%로 하향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위축됐던 소비 심리가 다소 회복되면서 스마트폰 판매량도 증가했지만 현재 약 90%에 달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반도체 수급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 스마트폰 출하량도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스마트폰 공급 부족은 이미 현실로 다가와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출시한 폴더블폰 스마트폰 '갤럭시Z 플립·폴드3'가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으며 출시 39일만에 국내에서만 100만대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통의 바(Bar) 타입 갤럭시 스마트폰까지 통틀어도 역대 3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비슷한 시기 글로벌 누적 판매량도 200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갤럭시노트 시리즈 부재에 따른 아쉬움을 잠재울 만큼 성공적인 반응이다.

▲ 삼성 갤럭시Z 폴드3(좌), 플립3 (사진=삼성전자)
▲ 삼성 갤럭시Z 폴드3(좌), 플립3 (사진=삼성전자)

그러나 문제는 부족한 생산량이다. 사전예약자도 수십만명이 몰렸으나 물량이 이를 따르지 못해 사전예약 기간이 2차례나 연장됐고 현재도 구입 즉시 제품을 수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생산량을 확대하고 싶어도 핵심 부품인 반도체 부족이 발목을 잡는다.

애플도 예외는 없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9월 공개한 아이폰13 시리즈의 올해 생산량을 당초 9000만대로 계획했다. 전작들의 출시 초 평균 생산량이 약 7500만대 전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폰13 시리즈의 흥행을 사전에 예측한 목표치로 보인다.

실제 아이폰13 시리즈는 '큰 변화가 없다'는 초기 평가에도 불구하고 출시 직후 국내외 시장에서 품귀 현상을 겪을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애플도 제품을 각 시장에 제때 공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는 지난 13일 소식통을 인용, 애플도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량을 8000만대까지 하향 조정했다고 추가 보도했다.

▲ 아이폰13 프로 후면 이미지 (사진=애플)
▲ 아이폰13 프로 후면 이미지 (사진=애플)

그간 애플, 삼성전자 같은 대형 제조사들은 높은 구매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공급 계약 및 수급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량의 물리적 한계를 초과한 제품 수요는 삼성과 애플도 손쓸 수 없는 문제다. 대안도 많지 않다. 양질의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파운드리 업체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결국 당분간 애플처럼 생산량을 줄이거나 삼성처럼 제품군이 다양한 회사들은 신제품 출시 시기를 조정하고 라인업을 축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삼성의 경우 갤럭시S21 시리즈의 보급형 버전인 갤럭시S21 FE 출시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달 20일로 예정된 삼성 갤럭시언팩 파트2에서 공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폴더블폰 물량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이 추가 제품을 내놓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더 지배적이다. 삼성 전문매체인 <샘모바일>은 차기작인 갤럭시S22 출시 시기도 예정보다 약 한달 미뤄진 2월이 될 것이라 보도했다.  

한편 늘어나는 스마트폰, 자동차, 기타 전자기기 반도체 수요를 맞추기 위해 TSMC, 삼성전자,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들은 이미 생산 설비 증설에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에선 해당 효과가 2023년에야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불가항력인 현재 상황이 최소 내년까진 더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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