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즈미디어)
▲ (사진=이즈미디어)

랜디 저커버그 사외이사 선임으로 주목 받았던 코스닥 상장사 이즈미디어가 올해 반기보고서 ‘기타 특수관계자’에 폐업 법인을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 명은 ‘케이씨케이캐피탈’이다. 반기보고서 내 지배구조 상으로는 이즈미디어 최상단에 위치했지만 2019년 폐업한 일종의 유령회사다. 이즈미디어는 한국거래소 측 질의에 “현재 폐업 상태가 아니다”라고 발뺌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즈미디어는 2002년 설립된 카메라모듈 검사장비 제조 업체다. 지난 3월 최대주주와 대표이사가 변경됐다. 티피에이그룹 계열사 티피에이리테일이 최대주주에 올라섰고 티피에이그룹 관계자인 김기태·김기석 공동대표 체제로 자리잡았다.

인수 이후 ‘케이씨케이캐피탈-티피에이지주-티피에이리테일-이즈미디어’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확립됐다. 이즈미디어는 올해 반기보고서 ‘대주주 등과의 거래내용’ 항목 주석에 “케이씨케이캐피탈은 티피에이지주의 주요 주주이며 지분관계와 임원 겸직관계를 고려해 특수관계자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 (자료=이즈미디어 반기보고서)
▲ (자료=이즈미디어 반기보고서)

그런데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케이씨케이캐피탈은 2019년 폐업된 회사로 나타났다. '국세청 홈택스 사업자등록상태조회'에 케이씨케이캐피탈 사업자번호를 검색하면 ‘폐업자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 폐업일자: 2019-12-05) 입니다’라고 안내된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측은 이와 관련된 문의를 받고 지난 5일 이즈미디어에 "폐업 사실이 있느냐"고 질의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케이씨케이캐피탈은 현재 폐업 상태가 아니다”였다. 국세청 측 실수가 아니라면 이즈미디어는 한국거래소에 잘못된 사실을 전한 셈이다.

잘못된 정보를 반기보고서에 기재할 경우 금융위원회 고시 ‘증권의 발행 및 공시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과징금 부과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도 “잘못된 정보가 반기보고서에 기재됐다면 금융감독원이 제재조치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 (사진=국세청 홈택스 사업자조회 갈무리)
▲ (사진=국세청 홈택스 사업자조회 갈무리)

대표 소유 유령회사? 공식 입장 없다는 이즈미디어
입수한 폐업 전 케이씨케이캐피탈 사원명부에 따르면 케이씨케이캐피탈의 유일한 주주는 아이에스인베스트먼트홀딩스였다. 이 회사는 김인석 대표와 김 대표 가족이 67:33 비율로 소유해왔다. 현재는 아이에스인베스트먼트홀딩스 역시 2018년 폐업한 회사로 조회된다.

▲ 이즈미디어 반기보고서 상 지배구조. 
▲ 이즈미디어 반기보고서 상 지배구조. 

<블로터>는 이즈미디어에 “케이씨케이캐피탈은 국세청에 폐업 법인으로 등록돼 있다. 폐업 법인을 반기보고서 내 특수관계자에 기재한 이유를 알고 싶다”고 물었다. 이즈미디어는 <블로터> 질의에 “거래소 측에 전달한 내용이 전부다. 말할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또 “공식 입장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유령회사를 통한 대표 사익 확보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이즈미디어가 티피에이그룹 계열사들과 빈번하게 자금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즈미디어는 올해 상반기 기준 티피에이글로벌·티피에이로지스틱스·티피에이패션·씨앤비인터내셔날 등과 2억원에 가까운 채무·채권 관계를 맺고 있다. 또 이즈미디어는 올해 상반기 티피에이로지스틱스와 티피에이미디어 측에 수수료 명목으로 1000만원을 지급했다. 이들은 모두 티피에이지주 종속법인이다. 티피에이지주의 최대주주는 케이씨케이캐피탈이다.

▲ 이즈미디어는 최대주주가 바뀐 뒤 리버스(Reverse) ICO 형태로 제공되는 ‘TPA 토큰’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토큰 백서를 살펴보면 파트너에 '케이씨케이캐피탈'이 또 등장한다. 백서는 지난 6월 작성됐다. 관련 내용은 'TPA.finance'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TPA 토큰 백서 갈무리)
▲ 이즈미디어는 최대주주가 바뀐 뒤 리버스(Reverse) ICO 형태로 제공되는 ‘TPA 토큰’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토큰 백서를 살펴보면 파트너에 '케이씨케이캐피탈'이 또 등장한다. 백서는 지난 6월 작성됐다. 관련 내용은 'TPA.finance'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TPA 토큰 백서 갈무리)

김 대표는 지난 6월 <뉴스웨이> 인터뷰에서 “지속성장 가능한 기업을 만들어 시가총액 기준으로 코스닥 탑3에 드는 걸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통·블록체인·메타버스를 신사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38억원, 당기순손실 41억원 기록에 그쳤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악화돼 마이너스 160억원으로 집계됐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