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석 자비스앤빌런즈 CTO. (사진=자비스앤빌런즈)
▲ 김병석 자비스앤빌런즈 CTO. (사진=자비스앤빌런즈)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핵심가치는 ‘고객의 부를 증대해드린다’는 것입니다.”

15일 서울 강남구 자비스앤빌런즈 사무실에서 만난 김병석 CTO(최고기술경영자)는 ‘삼쩜삼’ 서비스의 기술적 측면에서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기술과 약간 동떨어진 얘기일 수 있지만, 서비스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고객에게 핵심가치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최근 계속해서 회사에서 얘기하는 건 고객의 부를 증대해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쩜삼'은 AI(인공지능) 세무회계 플랫폼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의 대표 서비스로 개인의 종합소득세 신고를 도와주는 기업이다. 신고부터 환급까지 모든 과정을 온라인을 통해 클릭 몇 번으로 손쉽게 가능하게 했다. 지난해 5월 출시했는데, 지난 9월 가입자 수 500만명을 달성했다. 누적 환급액은 1500억원을 돌파했다.

핵심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삼쩜삼은 MVP(최소기능제품)를 통해 지속적으로 실험을 하며 서비스를 완성해왔다. MVP는 최소한의 기능을 구현한 제품인데, 이를 통해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반영하는 식으로 보통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 간다. 김 CTO는 “핵심가치를 전달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특히 고객의 요구사항을 계속해서 들여다봤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실험이 중요했던 이유가 있다. 종합소득세 신고는 개인이 1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홈택스에 들어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어려운 용어와 복잡한 절차들 때문이다. 이를 삼쩜삼이 원스톱으로 가능케 한 건데, 사실 처음부터 완벽한 서비스를 구현한 건 아니다.

김 CTO는 “처음에 이 정도면 훌륭하다 생각할 정도의 프로덕트를 만들어 오픈 전에 고객 테스트를 했는데 아니었다”면서 “공인인증서가 문제였다”고 얘기했다. 공인인증서를 통해 인증을 하도록 했는데, 그 자체마저 고객에겐 복잡했던 것이다. 그래서 오픈을 앞두고 3일 만에 모든 걸 다 바꿨다. 기존에 했던 기획들이 뒤죽박죽 됐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아이디와 패스워드 기반으로 오픈을 했다가 최근엔 간편인증으로 업데이트해 훨씬 더 간편 해졌다. 특히 가입 이후 환급까지의 과정도 카카오톡 알림톡을 통해 이뤄진다.

서비스 업데이트는 항상 이런 식으로 고객의 요구사항을 계속 들여다보며 거기에 맞춰 이뤄진다. 김 CTO는 “딱 만들어서 ‘이거 쓰세요’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이거 한 번 써 보시면서 어떤 게 불편한지, 어디에서 더 많은 가치를 느끼실 수 있는지를 계속 피드백 받으며 제품을 개선한다”고 말했다. 이달 말쯤 삼쩜삼은 연말정산 기능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인데, 이 또한 현재 이런 식으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연말정산 기능을 통해 고객이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놓쳐 온 공제 항목들을 챙겨 이전과 다른 세금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올 12월 정보성 앱도 론칭할 예정이다. 연말정산 등과 관련해 준비해야 하는 항목들을 자동으로 파악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려 한다.

이처럼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자비스앤빌런즈의 문화는 김 CTO 개인적으로도 개발자로서의 커리어 측면에서 그간의 궁금증들을 풀어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는 자비스앤빌런즈에 오기 전 2010년 민즈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한 경력이 있다. 처음엔 모바일 쿠폰 서비스로 시작했는데, 당시 티켓몬스터와 같은 쿠폰 서비스가 인기였다.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가 잘 되진 않았다. 이에 쇼핑몰, IoT(사물인터넷), SNS(소셜미디어), 스트리밍서비스 등 다양한 외주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수익을 창출해 또 내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식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항상 어떤 프로덕트든 잘 만들 자신은 있는데, 제대로 된 고객층을 이끌지 못했다.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탓이다. 결국 스스로 회사에서 나오게 됐다.

이후 자비스앤빌런즈에 2017년 입사했고, 지난 5월 CTO직을 맡게 됐다. 자비스앤빌런즈에 합류하게 된 건 김범섭 대표의 영향이 컸다. 김 CTO는 “범섭님이 명합앱 리멤버를 창립했을 때부터 스타트업계 연예인 같은 느낌이었다”면서 “신규 아이템을 찾고 고객들하고 접점을 만들어 나가는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을 개인적으로 많이 했는데, 소위 잘 나가는 스타트업 대표인 범섭님은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자비스앤빌런즈에서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고객들에게 접근하는 방법들을 보면서 많은 궁금증이 풀렸다고 한다.

▲ 사무실에 붙어 있는 직원들이 만든 포스터에서 눈에 띄는 네카라쿠배당토(자비스앤빌런즈). (사진=자비스앤빌런즈) 
▲ 사무실에 붙어 있는 직원들이 만든 포스터에서 눈에 띄는 네카라쿠배당토(자비스앤빌런즈). (사진=자비스앤빌런즈)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예기치 못했던 일은 없었을까. 김 CTO는 갑자기 삼쩜삼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지난 1월 14일을 꼽았다. 당시 하루만에 14만8129명이 삼쩜삼에 가입했다. 삼쩜삼이 이틀 연속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김 CTO는 “초반엔 가입자가 이렇게 많아질 거라 생각을 못했고, 개발자 4명 정도가 기능 위주로 개발을 했다”면서 “그런데 1월 13일부터 15일 사이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삼쩜삼 서비스에 대한 얘기가 오가면서 트래픽이 터졌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인프라 확장을 위한 준비가 미흡한 상태였는데, 트래픽이 갑자기 올라 3일 동안 거의 두 달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압축해 문제를 해결했던 것 같다”며 “1월 15일부터 연말정산을 준비하니까 그러다 이런 서비스가 있구나 하면서 사람들이 관심있게 찾아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전체 직원 80명 가운데 30명 정도가 개발자다.

삼쩜삼이 추구하는 명확한 차별화 포인트는 없다. 다만 삼쩜삼의 목표는 명확하다. 금융사각지대를 해소하면서 점차 더 많은 고객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부를 증대한다는 핵심가치를 실현하는 것. 현재 삼쩜삼은 특히 아르바이트, 프리랜서, 배달·택배·대리 기사, 크리에이터, 플랫폼 노동자 등 독립노동자(특수고용노동자)들을 위해 종합소득세 신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직접 신고하기엔 세무를 잘 몰라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전문 세무업체에 맡기기엔 소액이라 금융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금융사각지대를 찾는 일에 앞으로도 집중할 계획이다.

김 CTO는 “차별화 포인트를 어떻게 가져갈지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면서 “서비스를 출시하고 고객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얘기를 듣고 다시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사각지대라고 하는 것도 금융사각지대인지 모르는 곳이 결국 사각지대인 셈이라, 삼쩜삼이 여기까지 오게 될지도 몰랐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그런 지역을 발견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MVP를 만들어 나가면서 사각지대를 탐색하고 문제를 해소해 기존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음에도 받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삼쩜삼이 대신 서비스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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