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서울 노들섬에서 개최된 2050탄소중립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서울 노들섬에서 개최된 2050탄소중립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대통령 직속 민관합동기구인 2050탄소중립위원회(탄소중립위)가 산업계 반발에도 당초 계획보다 기준치를 높인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을 의결했다. 특히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엔 석탄발전을 전면 중단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에너지 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탄소중립위는 18일 서울 노들섬에서 제2차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두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안건은 오는 27일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NDC는 기후변화 파리협정에 따라 당사국이 스스로 발표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전체회의에 참석해 “역사적인 발표를 했다”며 “탄소중립 선언 1년 만에 시나리오·NDC 상향을 결정한 건데 과제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짧은 기간 동안 속도 있게 목표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의 지속 성장과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실현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일”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확정안이 국내 경제 구조를 파악하지 못한 정부의 ‘급진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가 각계 의견수렴을 진행하고도 정작 확정안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탄소중립위는 지난 8일 정부 관계부처와 함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에 대한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하고 “각계 의견수렴을 통해 상향안을 검토·수정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선진국들은 1990년대를 정점으로 꾸준히 온실가스 감축을 해왔던 데 반해 우리나라는 2018년을 정점으로 훨씬 짧은 기간에 가파르게 감축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산업계와 노동계의 반발을 이해한다”면서도 “의욕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마음을 모으고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2018년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에 달한 해로서 NDC 수립을 위한 기준연도로 활용되고 있다.

▲ 윤순진 2050탄소중립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이 지난 8일 ‘NDC 상향안에 대한 온라인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온라인 토론회 중계 캡처)
▲ 윤순진 2050탄소중립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이 지난 8일 ‘NDC 상향안에 대한 온라인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온라인 토론회 중계 캡처)

석탄발전소 운영 사실상 전면 중단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지난 8월 당초 3개의 안이 제시됐다. 이날 전체회의를 통해 2개 안으로 심의·의결됐다. 2050년에도 석탄발전소 7기를 운영하도록 한 방안이 빠지고, 석탄발전소 운영 중단을 포함한 2개 안으로 축소됐다.

탄소중립위는 “이번 시나리오안은 전기·열 생산에 드는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석탄발전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석탄발전소 운영 중단의 법적 근거와 적절한 보상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에너지 업계에선 이번 확정안에 대해 석탄발전소의 운영은 안정적 전기 공급에 필수 조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특성상 기후 등의 영향에 따라 전기 생산이 안정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원가가 저렴한 석탄발전이 사라질 경우 전기요금 인상도 불가피한 구조라 국민적 반발도 예상된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에너지 공기업들로부터 받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대한 의견’ 자료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한국남부발전 등도 ‘석탄발전소 운영 중단은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을 보였다.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NDC 상향에 산업계 ‘불안’
2030년 NDC는 당초 발표대로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대비 40% 감축’으로 의결됐다. 탄소중립위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와 배출정점 이후 탄소중립까지 짧은 시간, 주요국 대비 높은 연평균 감축률 등을 고려할 때 40% 목표도 결코 쉽지 않은 목표”라며 “탄소중립 실현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산업·건물·수송·농축수산·폐기물 등 부문별 감축량을 산정했다. 특히 산업 부문에서는 △철강 공정 전환 △석유화학 원료 전환 △시멘트 연·원료전환 등을 통해 2030년에 2018년 대비 14.5% 감축하도록 정했다. 이는 기존 6.4%에서 약 두 배 상향된 수치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탄소중립은 인류의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가야 할 길이므로 정부와 기업이 적극 협력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나가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은 지난 8월 발표한 초안 중 가장 높은 수준인 순배출량 ‘0’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산업부문 배출량은 초안보다 더욱 강화된 수준으로 설정됐다”며 “제조업 비중이 높고 상품 수출이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탄소감축 및 넷제로 달성을 위한 향후 여정은 기업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국민 삶에 큰 도전과제이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역시 “2030년 NDC 상향안과 2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산업계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로 국무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며 “지난 5월 탄소중립위원회 출범 이후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경제·사회적 영향 분석 없이 정부와 탄소중립위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논평을 통해 “2030 NDC 초안 공개 이후 경제계와 산업계는 우리 산업의 에너지 효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획기적인 탄소 감축 기술 도입이 어려운 점 등을 제시하며 목표치 조정을 요청해 왔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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