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9일 ‘봉인해제’라는 글로벌 행사를 가졌습니다. 이번 행사는 많은 애플 유저들과 IT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상당히 파급력 있는 이벤트가 됐는데요. 맥북 ‘애플실리콘’ 체제에서 지난해 공개한 SoC(시스템온칩) M1에 이어 2·3번째 제품인 M1 프로와 맥스가 탑재된 맥북 프로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공개된 M1이 워낙 획기적인 시스템온칩이라 차세대 제품도 그렇지 않을 거란 예상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두 제품은 공개되자마자 기대 이상이란 평이 많이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넘버스에선 새 맥북에서 주목할 만한 숫자가 어떤 게 있었는지를 세 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① 100W 덜 쓰는 전력
M1 프로와 맥스의 CPU와 GPU 성능에 대해 행사에선 워낙 다양한 숫자들이 나왔죠. 성능에 대해선 호평이 많지만 GPU 성능이 다소 애매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경쟁작인 RTX30 시리즈의 하이엔드 제품에 비해 성능이 다소 떨어진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보단 더 주목할 숫자가 나옵니다. 바로 전력소모량입니다.애플은 M1 맥스와 RTX3080이 탑재된 랩탑 MSI GE76의 GPU 성능도 비교했는데요. 그 결과 비슷한 성능에서 전력이 약 100W가량 덜 쓰인다고 밝혔습니다.
이건 상당히 유의미한 지표로 보입니다. 랩탑에서 100W는 그래픽카드 하나를 통째로 돌릴 수 있는 수준의 전력이라서 그렇습니다. 손쉽게 비교해보면, 일반적 랩탑에 탑재되는 엔비디아 RTX30 그래픽카드의 TGP가 100와트 안팎입니다. 애플이 그만큼 전력을 덜 쓰고도, 하이앤드 그래픽카드 하나만큼의 퍼포먼스를 낸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오늘날 랩탑은 사실상 ‘전성비’ 싸움이 됐습니다. 사이즈가 한정된 랩탑에서 성능을 뽑으면서도 얼마나 전력을 덜 쓰고 열을 덜 내느냐가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같은 성능을 내면서도 전력을 덜 쓸 수 있다면, 그만큼 발열 관리가 잘 돼 성능을 더 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맥북 프로 14인치와 16인치의 배터리 최대 지속시간도 주목할 만합니다. 각각 17시간과 21시간으로 맥북 사상 가장 깁니다. 성능이 훨씬 개선된 제품에서도 맥북 사상 가장 긴 배터리 지속시간을 냈다는 건, M1이 전성비 관점에서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② 1만 개 이상의 앱·플러그인
맥북이 애플실리콘으로 넘어오면서 고질적 문제로 거론된 건 바로 사용성이었습니다. 새롭게 바뀐 SoC와 운영체제 때문에 당장 돌릴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한정된다는 것이였죠. 기존 맥OS 소프트웨어의 경우 번역기인 ‘로제타’를 돌리면 되긴 하나, 이 경우 성능 저하가 수반됩니다.
이건 아무리 애플 생태계가 공고하다지만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애플실리콘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만 족히 2~3년은 걸리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맥OS의 점유율이 아직 한 자릿수에 불과한 만큼 소프트웨어 회사들로선 애플 생태계에 진입할지 고민될 법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제 대전환 1년차에 불과한 시기란 점에서, 1만여 개란 숫자는 상당한 게 사실입니다. 물론 방대한 생태계를 구축한 인텔과 MS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픽이나 영상 작업용 소프트웨어는 이미 상당 부분 호환이 이뤄졌습니다. 맥북의 기존 수요층에겐 매력적 선택지가 될 듯합니다.
향후 애플이 자체 실리콘 체제에서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 문제로 거론되는 사용성 또한 언젠가 해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론은 아이폰과 맥북 등 애플 생태계에 새 사용자를 얼마나 유입시킬 수 있느냐가 될 겁니다.
③ 그리고 ‘471만원’
지난해 M1 맥북 에어가 129만원부터 시작하면서 맥북은 졸지에 가성비 포지션으로 떠올랐죠. 하지만 맥북 프로에서는 가격이 정상화됐습니다.
8코어 CPU에 14코어 GPU가 탑재된 맥북 프로 14형이 269만원에서 시작합니다. M1 프로가 탑재된 제품들의 가격이 모두 300만원대 초중반이고요. 영상 전문가들이 구입할 법한 M1맥스 맥북은 무려 471만원으로 책정됐습니다.
M1 맥북의 성능과 전성비가 좋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 가격이면 ‘가성비’라 부르긴 어려운 수준이긴 합니다. 사실 M1 첫 제품인 맥북 에어와 프로가 다소 이례적으로 싸기도 했던 만큼, 새 맥북 프로 제품의 가격 회귀는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바이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맥북은 윈도우 사용자들에게 불편합니다. 기존 맥OS 앱을 쓰려면 로제타 번역기를 돌려야 하고, 윈도우 운영체제 기반 소프트웨어는 아예 쓰지 못하는 상황도 연출될 수 있죠.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저 돈을 줘야 할지는 사용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