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팟 미니'로 새 판 짜는 애플...AI 스피커 존재감 반전 노리나

발행일 2021-10-19 18:21:23
애플 AI 스피커 '홈팟 미니', 올해 색상 3종이 추가돼 총 5종의 컬러로 구성됐다 (사진=애플)

글로벌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에서 한자릿수 점유율로 고전하던 애플이 '홈팟 미니'와 '애플뮤직' 생태계 연동을 통한 존재감 반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9일(한국시간) 애플 스페셜 이벤트에 등장한 제품 가운데 홈팟 미니는 신규 색상 3종을 제외하면 지난해 동일한 모습으로 소개돼 의문을 자아냈다. 해당 이벤트는 애플이 주로 신제품을 선보이는 자리지만 이날 애플은 홈팟 미니에 대해 디자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를 활용한 멀티 룸 오디오 구성이 얼마나 편리한지 약 3분에 걸쳐 강조했을 뿐이다.

단순 행사 내용만으론 애플이 신제품 공개 현장에서 왜 굳이 철 지난 제품을 꺼내 들었는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글로벌 AI 스피커 시장 동향 및 애플의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이를 통해 애플이 향후 시장에서 경쟁사들처럼 미니 제품 중심의 라인업을 가져가되, 라이프스타일과 연계된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제고하겠단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애플은 글로벌 AI 스피커 시장에서 점유율 7.8%를 차지하며 5위에 그쳤다. 1위는 아마존(28.3%), 2위는 구글(22.6%)이며, 3위와 4위는 각각 중국 업체인 바이두(11.3%)와 알리바바(10.8%)로 나타났다. 선두 아마존과 애플의 격차만 4배에 달한다. 또 아마존과 구글 양강이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한 상황에서 애플 AI 스피커의 존재감은 더욱 미미해 보인다.
아마존 에코 닷(좌), 구글 홈 미니 (사진=각 사)

애플은 2017년 WWDC 행사에서 '프리미엄 AI 스피커'를 기치로 자체 개발한 고급형 스피커 '홈팟'을 공개했다. 홈팟은 당시 7개의 트위터와 대형 우퍼, 공간인식사운드, 시리(Siri)·애플TV 연동 등 화려한 스펙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349달러(약 41만원)에 달하는 가격이 시장에서 발목을 잡았다. 고성능 하드웨어로 음향 면에선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스마트 스피커'란 기능적 측면에선 50달러 안팎의 아마존, 구글 제품 대비 경쟁력이 낮았던 까닭이다. 스피커 성능만으로 경쟁하기엔 오디오 디바이스 시장 내 애플의 입지도 탄탄하지 못했다.

하지만 애플이 AI 스피커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해당 시장이 매년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엔마켓은 2025년까지 글로벌 AI 스피커 시장이 매년 17.1%씩 성장해 약 71억달러(한화 8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또 현재 애플 내에서도 AI 스피커가 포함된 웨어러블·홈·액세서리 부문은 매년 높은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는 사업이다. 지금은 에어팟, 애플워치의 흥행이 이를 주도하고 있지만 무선 이어폰, 스마트워치 시장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만약 AI 스피커 시장에서의 반등에 성공한다면 당분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추가 성장 동력 확보가 가능해진다.

이에 애플은 지난해 홈팟의 후속작 대신 아마존 에코 닷, 구글 홈 미니와 유사한 소형 AI 스피커 '홈팟 미니'를 공개했다. 가격도 99달러로 낮췄다. 경쟁 제품들 대비 여전히 2배에 달하는 가격이지만 시장은 이를 수용했다. 홈팟 미니 출시 후 1년 간 애플 AI 스피커 점유율이 4.7%에서 7.8%로 높아진 것이다. 물론 여전히 낮은 점유율이지만 적어도 AI 스피커 소비자들은 고가의 제품을 원치 않는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결국 애플은 올해 3월 오리지널 홈팟을 단종시키며 "홈팟 미니에 집중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행사에서 홈팟 미니는 애플의 새로운 애플뮤직 요금제인 '애플뮤직 보이스'와 나란히 소개됐다. 애플뮤직 보이스는 음성인식 AI 시리와 애플이 보유한 9000만곡의 음악 카탈로그를 활용해 사용자에게 다양한 상황별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또 사용자 취향에 맞춘 플레이리스트, 믹스 서비스도 함께 제공되며 월 이용료는 한화 약 5900원 수준으로 기존 애플뮤직 이용료 8900원보다 저렴하게 책정됐다.
홈팟 미니와 연동된 시리로 집안 내 식구들에게 음성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습 (자료=애플 이벤트 갈무리)

이날 홈팟 미니를 소개하는 데모 시나리오에선 홈팟 미니를 집안 곳곳에 설치하고 동기화해 음악을 집안 전체에서 동시 재생하거나, 시리를 통해 메모하고, 다른 공간에 있는 가족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시연됐다. 이전 홈팟처럼 음향 대신 AI 스피커다운 기능성, 그리고 애플이 자랑하는 애플뮤직과의 연계성을 강조하는 데 중점을 둔 모습이다.

또 신규 색상을 공개하며 "각 공간에 딱 맞는 색의 홈팟 미니로 집을 꾸미라"고 제안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과 기능성에 더 중점을 둔 아마존, 구글 제품보다 감성,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애플이 그동안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선전해온 성공 전략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편 애플의 이 같은 새 포지셔닝 전략이 얼마 만큼의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하드웨어 스펙은 홈팟 미니가 구글, 아마존을 앞선다. 하지만 그만큼 가격 장벽은 여전히 더 높으며 경쟁사들은 이미 애플보다 넓은 스마트홈 생태계와 연동돼 있다. 만약 소비자들이 여전히 감성보다 기능을 중시한다면 애플의 새 전략은 기대보다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비슷한 점유율의 알리바바와 바이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바이두는 최근까지 저가형부터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중고가 AI 스피커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 중이며 알리바바도 지난해 AI 스피커를 중심으로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약 1조7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의 거대한 내수 시장도 두 회사를 떠받치는 힘이다. 애플도 장기적으론 홈팟 서브파티 개방을 통한 생태계 확대, 더 낮은 가격 정책 등 소비자들을 유인할 '당근'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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