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식을 위해 길러지는 닭을 비롯한 가금류는 190억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환경단체들은 닭도 환경 파괴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한다.(사진=위미트)
▲ △육식을 위해 길러지는 닭을 비롯한 가금류는 190억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환경단체들은 닭도 환경 파괴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한다.(사진=위미트)

버섯을 튀겨 ‘식물성 치킨’을 만든다. 골칫거리인 음식물 쓰레기는 곤충을 활용해 재활용한다. 불가사리로 제설제를 만들고, 플라스틱 포장재는 해조류로 대체한다.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부상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을 타고 ‘착한 기술’을 개발하는 이 같은 스타트업들이 떠오르고 있다. 벤처캐피탈(VC) 등의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콩·버섯으로 만든 대체육부터 폐기물까지
대체육 시장이 대표적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글로벌 대체육 시장은 2015년 4조2400억원에서 올해 6조1900억원, 2023년 6조97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식물성 대체육인 ‘언리미트(Unlimeat)’를 개발한 시장 선두주자 지구인컴퍼니는 올해 2월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이끌면서 약 38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해조류를 기반으로 세포를 배양, 대체육을 생산하는 씨위드도 지난 8월 HGI(HG Initiative), SL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55억원을 투자 받았다. 위미트(WEMEET)는 국내산 새송이 버섯 기반의 원료육을 튀겨 ‘식물성 치킨’을 개발한다. ‘치느님’의 맛·식감을 완전히 대체할 순 없지만 기존 축산 관행에서 벗어난 선택지를 내놓겠다는 포부다. 이 아이디어로 위미트는 창업 3개월 만에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플라스틱 대체재 개발에 뛰어드는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퓨처플레이에 따르면 생분해성 고분자 플라스틱 개발 시장은 2019년부터 올해까지 2년간 456%나 급성장했다. 이 가운데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인 PHA의 시장점유율은 올해 2%에서 2025년 12%까지 연평균 71%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 △ESG 펀드가 늘고 있다. ESG 모델을 갖춘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도 상승하는 추세다.
▲ △ESG 펀드가 늘고 있다. ESG 모델을 갖춘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도 상승하는 추세다.

퓨처플레이·SK이노베이션 등으로부터 투자 받은 마린이노베이션은 생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포장재를 만든다. 시장에서 버려지는 우뭇가사리, 미역, 다시마 등의 줄기·뿌리를 원재료로 계란판, 과일용기, 일회용 접시·컵, 마스크팩 등 다양한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뉴로팩은 남해안과 제주도 해안에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불가사리·괭생이모자반 등 처치가 곤란한 유해 해조류를 포장재 원료로 활용 중이다. 루츠랩은 국산 배에 들어있는 까슬까슬한 ‘석세포’를 추출해 화장품·세제 등에 사용되는 미세 플라스틱을 대체하고자 한다. 이 회사는 GS·블루포인트파트너스 등의 친환경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지원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선발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자체 폐기물 관리 소프트웨어(SW)를 이용해 음식물 폐기를 수거·처리하는 리코, 맥주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보리 부산물로 밀가루 대체품을 만드는 리하베스트, 음식물쓰레기를 곤충 ‘동애등에’ 애벌레 먹이로 활용해 자원화하는 뉴트리인더스트리, 양식 수산물을 잡아먹는 불가사리로 염화칼슘 등을 대체할 친환경 제설제를 개발한 스타스테크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환경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투자자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위벤처스는 국내 VC 가운데 처음으로 ‘ESG투자’ 기틀을 마련했다. ESG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투자를 검토할 때 비재무적 요소를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국내 벤처투자 업계 최초로 기후테크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전액 민간자금 펀드가 조성되기도 했다. 이 펀드에는 한화솔루션, GS, 무신사, 아이에스동서, 예스코홀딩스, 옐로우독, 한국카본, 인선이엔티 등이 출자자로 참여했다.

이에 대해 국내 액셀러레이터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착한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 돈이 안 된다고 여기는 분위기였다. 기업 CSR(사회적 책임) 정도로 겉핥기에 그치기도 했는데 현재는 기후위기를 체감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가치지향으로 움직이면서 투자업계도 ESG에 자금을 풀고 있다”며 “특히 전세계적인 문제여서 해외 진출도 가능하다. ESG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비용·효율을 절감할 수 있으면서 독창적인 기술이 주목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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