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배달료 도입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라이더유니온. (사진=라이더유니온) 
▲ 안전배달료 도입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라이더유니온. (사진=라이더유니온) 

배달 노동자들이 일반적으로 3000원 수준인 기본 배달료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배달앱들은 현실성에 의문을 품는다. 업주와 소비자에게 그 부담이 전가될지 모르는 데다, 워낙 배달 노동자들이 다양한 형태로 일하고 있어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 노동자들이 기본 배달료 인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는 오는 20일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에서 배달하는 1000명의 라이더들이 배달앱을 끄는 ‘오프데이’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총파업의 일환이지만, 이들의 요구안에는 기본 배달료 1000원 인상도 담겼다.

또 다른 배달 노동자들의 단체인 라이더유니온은 현재 ‘라이더보호법 제정을 위한 10만 라이더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최소한의 배달료를 규정하는 ‘안전배달료’라는 이름으로 기본 배달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두 단체 모두 기본 배달료 인상을 촉구하고 있지만, 각각의 핵심 배경은 다르다. 먼저 민주노총이 원하는 건 최소한의 수입 보장이다. 현재 일반적으로 기본 배달료는 건당 3000원에서 3500원 사이다. 여기에 거리당 요금 등이 책정돼 추가되는 구조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라이더들이 수입에서 소득세 3.3%와 오토바이 유지비, 기름값, 4대 보험료 등 온갖 것들을 다 부담하는데, 거기에 하루라도 아파서 근무를 못하면 일당이 날아간다”면서 “저희가 계산했을 때 시급 2만5000원 정도는 돼야 어느 정도 수입이 보장될 수 있는데 현재 1만5000원~2만원이다”고 설명했다. 시급 2만5000원은 배달료 한 건당 4000원으로 잡아 한 시간에 6건을 배달을 했을 때 나오는 계산이다. 그렇게 일 8시간 주 5일 근무 시 한 달에 4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반면 라이더유니온 측이 강조하는 건 안전이다. 관련 내용은 지난 8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담겼다. 최저임금위원회처럼 안전배달료 위원회를 설치해 노사정이 함께 운송수단의 유지·관리·운영비용, 종사자 노무비 등의 비용과 종사자의 시간당 배달물량, 휴식 및 대기시간, 유사업종 종사자의 노무비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자는 것이다. 배달 노동자를 보호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지금 기본 배달료가 어떤 지역은 2000원대고 어떤 지역은 4000원을 넘어 변동적이다”면서 “특히 배달대행업체는 워낙 기본 배달료가 낮아 배달 노동자 입장에서 여러 개의 콜을 잡아야 해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행업체도 일반적으로 기본 배달료가 3000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배달앱 상에서의 기본 배달료는 업주와 소비자가 부담하는 구조다. 업주가 다 부담할 수도 있고, 소비자가 다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 업주가 결정한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기본 배달료는 각각 3000원씩이고, 쿠팡이츠는 2500원이다. 모두 배달 노동자가 가져간다. 이 기본 배달료에서 배달앱이 취하는 수수료는 없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배달 노동자들이 받는 배달료가 기본 배달료만 있는 건 아니다. 배달앱들의 프로모션 경쟁 때문이다. 기본 배달료에 더해 거리에 따른 할증뿐 아니라 날씨, 시간 등에 따라 프로모션 요금이 추가되거나 배달 노동자 대상 이벤트가 수시로 열리다 보니 건당 최대 1만원대 후반이 책정되기도 한다. 그래서 배달 노동자들의 기본 배달료 인상 요구에 비난의 화살은 배달 노동자들을 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배달료 책정 구조가 이뤄진 이유는 배달앱 입장에서 손해를 무릅쓰고 프로모션을 이용해 배달 노동자 수급 문제를 해결하고 서비스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피크 시간 단건 배달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뤄지게 하려면 라이더분들이 저희 앱만 켜 놓고 일을 해야 한다”면서 “라이더들이 언제든 플랫폼을 바꿔 이용할 수 있다 보니 좋은 단가로 일을 할 수 있게 프로모션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요기요 관계자는 “라이더 수급이 어려워 기본 배달료 조정 없이 프로모션을 많이 하는 형태로 가고 있다”며 “마이너스지만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서비스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배달앱 업계, 기본 배달료 인상 '글쎄'
배달앱 업계에선 기본 배달료 인상에 회의적이다. 업주 혹은 소비자에게 그 부담이 전가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기본 배달료를 올리려면 주체들 간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업주분들이 동의해야 하고 소비자분들이 더 비싼 비용을 내서라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가 7년 간 동결 중인 기본 배달료를 인상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단독으로 결정할 부분이 아니다”고 답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질적으로 배달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될지와 관련해서도 물음표가 붙는다. 한 배달앱 관계자는 “프로모션을 걸지 않으면 라이더분들이 배달을 받지 않는데 기본 배달료를 높인다고 프로모션을 상쇄할 수 있는 유인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본 배달료 인상이 안전 보장으로 이어질지와 관련해서도 의문을 갖는다. 오히려 배달업계에선 AI(인공지능) 추천 배차 시스템으로 안전 문제가 개선됐다고 보고 있다. 좋은 콜을 서로 받으려 운전 중 휴대전화를 쳐다보다 발생했던 사고율을 낮췄기 때문이다.

더불어 배달앱 업계에선 기본 배달료 책정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누가 대표성을 갖고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단건 배달인 배민1에 소속된 배민라이더스와 배민커넥트(프리랜서), 배달대행업체(부릉, 생각대로, 바로고 등) 등을 통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배민라이더스나 배민커넥트가 배달하는 건 전체 배민 앱에서 일어나는 주문의 약 3%밖에 안 된다.

쿠팡이츠는 소속도 대행도 없고 배민커넥트와 비슷한 배달파트너가 배달을 한다. 계약 없이 누구나 건당 비용을 지불받고 배달하는 방식이다. 요기요는 요기요익스프레스를 통해 배달 노동자들과 100% 위탁 계약을 한다. 대행업체도 없다.

이러한 구조에서 배달 노동자 처우 개선과 관련해 배달의민족은 민주노총 산하 배민라이더스지회와 지난해 초부터 교섭을 시작해 지난해 10월 단체협약을 맺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민주노총 라이더스지회는 엄밀히 말하면 노사 관계가 아니고 계약 관계이긴 한데 배달 노동자 처우 개선에 동의하다 보니 협약을 맺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업으로 일하고 있는 배민1 소속 배달 노동자들을 위한 처우 개선은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자회사 쿠팡이츠서비스 설립을 통해 라이더유니온과 얼마 전 1차 교섭을 진행했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라이더유니온이 본인들이 배달 파트너를 대변하는 노조이니 노사협의를 하자고 먼저 제안을 해 응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왼쪽부터) 쿠팡이츠서비스 배달파트너 모집, 배민커넥트 모집. (사진=각사)
▲ (왼쪽부터) 쿠팡이츠서비스 배달파트너 모집, 배민커넥트 모집. (사진=각사)

하지만 배달 노동자가 한 노조에 속해 있다 해도 그 노조와 교섭하는 배달앱에서 활동하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또 한 배달 노동자가 여러 배달앱에서 활동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노조들이 배달 노동자들의 니즈를 다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배달앱 업계에선 의문이다.

또 대행업체 소속 배달 노동자들은 각 사마다 수 만명 규모로 추산되는데, 이들은 대행업체 본사가 아닌 각 대리점이 컨트롤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리점별로, 지역별로 처우가 다를 수 있다. 업주가 지점장이랑 배달 계약을 하고, 지점장이 배달료 수수료를 책정해 취하는 구조다. 즉 기본 배달료를 인상하려면 각 지점마다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배달앱과 협의가 될 수 없는 부분이다.

한 배달앱 관계자는 “노사가 적정 수준의 배달료를 정하려면 종속된 관계여야 하는데 라이더분들은 오히려 개인 사업자로 자유롭게 일하고 뛰는 만큼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또 “기본 배달료를 법적으로 정해준다면 안정화되겠지만 지금 모든 회사들이 그럴 상황이 아니다”면서 “시장 파이는 커지고 있고 언젠가 수익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 프로모션을 하며 출혈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배달앱 관계자는 “배달 산업이 활성화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적정한 기본 배달료라는 것 자체도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 “1000원을 올린다고 안전해진다는 것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아직 어떤 금액이 적정한 수준인가에 대한 고민조차 안 돼 있는 상태라 맞춰 가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상호 간에 적정한 기본 배달료 수준을 알게 되면 맞춰갈 순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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