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의 핫이슈를 보다 예리하게 짚어내겠습니다. 알기 어려운 업계의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한 발 빠른 심층취재까지 한층 깊고 풍성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게임인사이드'를 통해 <블로터>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게임업계의 핫이슈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

'프로젝트TL'은 엔씨소프트가 공들여 개발중인 장기 프로젝트다. 2011년 '리니지'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리니지 이터널' 개발을 공식화 했던 엔씨소프트는 관련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한편 2017년 새로운 방향성을 담은 '프로젝트TL'을 공개한 바 있다. 공개 당시 'TL'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었는데, 이는 '더 리니지'(The Lineage)로 알려져 정체성이 확고한 타이틀이 될 것으로 보였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프로젝트TL'은 조금씩 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TL'의 의미에 새 정체성을 부여하면서 '리니지 이터널과는 또 다른 게임이 될 것'이라는 모토를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가 프로젝트TL의 방향성에 변주를 준 이유는 무엇일까.

▲ (사진=프로젝트TL 티저 영상 갈무리)
▲ (사진=프로젝트TL 티저 영상 갈무리)

20일 <블로터> 취재 결과 최근 엔씨소프트가 'TL: Throne and Liberty' 상표권을 출원했다. 이는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프로젝트TL'의 개발 코드명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시장과 업계에 알려진 프로젝트TL의 이미지는 '리니지 이터널의 계승작'이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 시리즈 등 다양한 게임을 선보이면서도 유독 프로젝트TL에 대한 정보만은 제한적으로 공개했는데, 개발을 거치며 변화된 방향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서 '리니지' 꼬리표 뗄까 

리니지 이터널부터 프로젝트TL에 이르기까지의 히스토리를 짚어보면 약 1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1년 리니지 이터널 개발을 공개한 엔씨소프트는 2015년 두 차례의 '포커스그룹 테스트'(FGT)를 진행하며 출시 일정을 조율한 바 있다. 포커스그룹 테스트는 특정 집단군에서 미리 게임을 테스트하는 것으로 일반 유저를 대상으로 한 비공개 테스트(CBT)와는 차이를 보인다. 이듬해인 2016년 리니지 이터널의 사내 테스트를 거친 엔씨소프트는 CBT까지 진행하며 개발 속도를 높였으나 돌연 프로젝트를 중단하기에 이른다. 

리니지 이터널 프로젝트 종료를 알린 2017년은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IP를 기반으로 한 '리니지M'을 출시한 해이기도 하다. PC 온라인 게임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던 리니지 IP를 모바일로 이식하며 수익 비중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같은 해 엔씨소프트는 신규 타이틀인 '프로젝트TL'을 공개하며 새로운 개발 방향성을 제시했다. 

당시 프로젝트TL 개발 방향에 대해 발표한 최문영 캡틴은 "프로젝트TL은 리니지 시리즈의 정통 차기작으로 아덴에서의 성장 과정 및 경험 등이 최대한 존중받는 리니지 본연의 모습을 강조할 계획"이라며 "이 과정에서 만나는 인연들은 혈맹 중심으로 풀 생각이다"고 밝혔다. 

▲ (사진=프로젝트TL 티저 영상 갈무리)
▲ (사진=프로젝트TL 티저 영상 갈무리)

이를 해석하면 사실상 프로젝트TL은 '더 리니지'로 부제를 붙이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이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2017년 진행한 쇼케이스 현장에서 최문영 캡틴은 "(프로젝트TL은 리니지 이터널을) 계승한 게임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라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며 "리니지 이터널에서 얻은 피드백을 통해 새 프로젝트로 탈바꿈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엔씨소프트가 밝힌 방향성에 따르면 프로젝트TL은 유저간 인터렉션을 다양화 하기 위해 기존의 채널링 방식에서 벗어난 '오픈월드' 형태로 변화했고 엔진도 '언리얼 엔진4'로 교체했다. 리니지나 리니지 이터널 빌드보다 더 높은 수준의 그래픽과 MMORPG의 필수 요소가 된 오픈월드 형태를 채택한 셈이다. 

2018년 CBT를 통해 모습을 공개할 것으로 보였던 프로젝트TL은 예정보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실체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엔씨소프트는 올해부터 프로젝트TL의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이마저도 콘텐츠 정보보다 출시 시기 및 지역에 대한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조선비즈>에 따르면 엔씨소프가 미국 특허청(USPTO)에 'TL' 관련 상표권을 출원했다. 국내 뿐 아니라 북미 지역까지 서비스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여전히 개발 코드명인 'TL'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더했다. 

엔씨소프트는 미국 특허청에 상표권을 출원한 지 약 4개월 만에 'TL: Throne and Liberty' 국내 상표권을 선보이며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TL의 정체성을 공개했다. 

'콘솔'과 '북미시장'…'길드워2' 대체?

이는 기존에 알려진 '더 리니지'와 다른 버전으로 풀이할 수 있다. 리니지 이터널을 계승하는 방향성에 변주를 주는 한편 북미 등 특정 지역 서비스 시 '리니지' IP가 아닌 신규 콘텐츠로 마케팅할 수 있다. 특히 북미시장에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 게임 중 '길드워2'가 강세를 보이는 만큼 PC 외에 엑스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5(PS5) 버전까지 지원할 TL에 색다른 정체성을 부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리니지 이터널 개발부터 프로젝트TL에 이르기까지 약 1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투입된 만큼 글로벌 동시 진출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리니지W'처럼 오픈 빌드부터 글로벌 전역에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인 셈이다. 

▲ 2021년 2분기 엔씨소프트 지역별 매출. (사진=엔씨소프트 IR북 갈무리)
▲ 2021년 2분기 엔씨소프트 지역별 매출. (사진=엔씨소프트 IR북 갈무리)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리니지 IP가 아닌 '길드워2'가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는데 한국이나 일본에서 거둬들이는 게임 매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성적이 초라한 편이다. 지난 2분기 기준 길드워2의 매출은 16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의 PC 온라인 게임별 매출을 보면 길드워2는 '리니지'(약 364억원), '리니지2'(약 242억원), '아이온'(약 195억원)보다 매출이 낮았다. 지역별 비중으로 봐도 북미·유럽 지역은 지난 2분기 기준 약 243억원의 매출에 그쳐 '한국'(약 3559억원), '대만'(약 795억원), '일본'(약 360억원)에 비해 매출이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프로젝트TL이 PC, 콘솔 버전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 콘텐츠로 개발 방향을 설정한 만큼 콘솔 수요층이 높은 북미 시장은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핵심 시장'이 될 수 있다. 'Throne and Liberty'라는 신규 코드네임도 이런 계획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엔씨소프트는 프로젝트TL의 변화에 대해 함구하는 모습이다. 프로젝트 특성상 방향성의 변화가 잦았던 만큼, 아직 CBT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엔씨소프트는 프로젝트TL을 내년 출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이 날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블로터>에 "현재 개발 중인 미공개 프로젝트의 세부 정보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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