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줌으로 진행되고 있는 '스파크랩 17기 데모데이' 패널 세션. (왼쪽 맨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이사, 이승윤 래디쉬 대표,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 (사진=스파크랩)
▲ 줌으로 진행되고 있는 '스파크랩 17기 데모데이' 패널 세션. (왼쪽 맨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이사, 이승윤 래디쉬 대표,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 (사진=스파크랩)

“실리콘밸리의 지적 노하우를 온라인에서 전세계 누구나 얻을 수 있으니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이 나올 수 있는 환경도 가속화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는 20일 오전 서울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진행된 ‘스파크랩 17기 데모데이’에서 ‘실리콘밸리의 도전자들’을 주제로 한 세션에 패널로 참석해 최근 유니콘이 너무 흔해지고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이날 행사에는 세계 1위 기업용 채팅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센드버드의 김 대표뿐 아니라 영미권 웹소설 플랫폼으로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된 래디쉬의 이승윤 대표, 글로벌 K-뷰티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미미박스의 하형석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한국인 스타트업 창업자들로, 그 노하우와 경험담 등을 전했다. 모두 미국에 체류 중이라 대담은 줌으로 진행됐다.

스타트업 버블과 관련해선 하 대표 역시 김 대표와 비슷한 생각이다. 고객뿐 아니라 인재들의 이동이 스타트업쪽으로 활발해졌기 때문에 과거와 환경이 달라졌단 것이다. 하 대표는 “고객들이 스타트업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고 있고, 미래지향적이고 변화를 원하는 똑똑한 인재들이 스타트업 쪽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그렇게 시장이 커지다 보니 평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글로벌 기업?...세계 시장서 포지션은
세 곳의 스타트업 대표들은 모두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창업자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이들은 어떤 정체성을 갖고 성장해왔을까. 김 대표는 “회사에서 늘 강조하는 것이 실리콘밸리 회사도 한국 회사도 아닌 ‘글로벌 회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인재들이 종교나 배경 등 그 어떤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게 일할 수 있었으면 해서다. 다만 “한국 회사란 걸 부각하면 외국분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있다”면서 “센드버드가 잘하고 있어서 왔더니 ‘한국에서 출발했네?’ 하면서 관심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하 대표는 ‘한국 기업’이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 대표는 “여전히 창업자가 어떻게 자랐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가 회사 전체에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라고 얘기하는 게 맞다고 봐 그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한국인의 문화를 담은 K-뷰티 제품을 팔고 있기 때문에 한국적인 것에 대해 설명할 때가 많다고 했다. 이 대표의 경우 ‘미국 회사’로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미국서 웹소설 콘텐츠 즉 문화를 다루기 때문이다. 다만 이 대표도 비즈니스모델을 설명할 땐 한국의 사례를 자주 든다. 해당 산업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설득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웹소설, 웹툰 등이 모바일 콘텐츠로 다뤄지며 수익을 내고 있고, 미국에도 대입될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콘텐츠업계의 빠른 변화와 사례들을 미국에서 실행하고 싶다고 하면 설득력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미 시장만의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 김 대표는 업무적인 측면에서의 전문화와 개인주의를 꼽았다. 김 대표는 “미국은 전문화가 많이 돼 있어 조직 내 각자의 역할이 있고, 개인주의 문화라 미팅을 할 때도 관계지향적이 아닌 목적지향적이다”고 했다. 하 대표는 “사람들의 소비 파워와 다양성이 크기 때문에 끝이 보이지 않는 시장인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 대표는 구체적으로 ‘퍼포먼스 마케팅’을 강조했다. 그는 “북미 시장은 인종도 문화도 다양하고 입소문을 타는 문화가 아니라 뾰족하게 타깃팅을 해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가 콘텐츠를 만든 후 가장 시행착오를 많이 겪은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래디쉬는 미국에 콘텐츠 마케팅 인력을 두고 한국에 개발 인력을 두고 있기도 하다.

▲ (사진=스파크랩)
▲ (사진=스파크랩)

피봇팅하며 사업 성공 가능성 확신

이들의 공통점은 또 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그렇듯 피봇팅(사업방향전환) 경험을 보유했다. 피봇팅을 할 때 주안점은 없을까. 김 대표는 “센드버드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를 하다 기술을 가지고 B2B로 피봇을 해 리스크가 컸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피봇을 했을 때 투자자, 내부 임직원, 현재 이용자들 아무도 놀라지 않게 순탄하게 넘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바이라인 플랫폼을 통해 작가들이 돈을 벌게 해줬다는 걸 가지고 래디쉬 플랫폼을 할때 웹소설 작가들에게 피칭했다”면서 “그동안 해봤던 것에서 살릴 수 있을 만한 재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바이라인은 이 대표가 이 전에 창업했던 크라우드펀딩 형식 저널리즘 플랫폼이다. 하 대표는 “현재 회사의 성장과 제품 수를 늘리는 쪽으로 계속 피봇을 진행해왔다”면서 “정답은 없고 그때그때 지금 이 순간에는 변화해야 한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제언했다.

피봇팅은 이들에게 사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주기도 했다. 김 대표는 “초기에 고객 인터뷰를 많이 하면서 제품을 검증해왔는데 고젝(인도네시아판 우버), 레딧(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써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면서 “오히려 저희 제품을 도와주면서까지 써보려고 했을 때 시장 니즈가 있다는 확신이 강해졌다”고 했다. 이 대표는 “피봇을 잘 했다고 생각한 건 당시 독일에 있던 저희 작가가 일주일에 소설 1편 쓰고 500만원씩 버는 걸 보고 되겠다 싶었을 때였다”며 “그렇게 모든 작가들이 오리지널 집단 창작 체제로 빠른 연재를 시작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해외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전했다. 김 대표는 ‘컴포트존 (comfort zone)’을 벗어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초기에 미국에 와 여러 모임에 가면 최대한 낯선 투자자, 불편한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면서 “빨리 시장에 젖어 들기 위해선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욕구를 억눌러야 한다”고 했다. 하 대표는 “그래도 과거와 달리 이제 여기 계신 이런 분들을 포함해 성공 사례가 많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스타트업들이 더 적은 실수를 하면서 글로벌에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사전 녹화 형식으로 진행된 행사는 이달 28일 온라인으로 볼 수 있다. 스파크랩 데모데이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등록 후 참가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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